산티아고 2017.6.21.(56,296걸음) 오늘은 베가에서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까지 걸었다. 자그마치 56,296걸음... 걸음 수처럼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긴 거리를 걸었다. 초반에 같이 걷던 사람들, 즉 동지라고 느껴지는 멤버가 있는데 그들을 며칠째 걸으면서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걸음이 느려 그들에게서 많이 뒤떨어진 것 같다. 전에 브라질에서 온 로지 아주머니의 여행 가이드 책자를 보았는데, 어제 우리가 본 김경석 아저씨의 것과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보다 한두 마을 앞에서 묵고 출발하고를 하고 있으니 걸음이 느린 우리와는 중간에 길에서도 못 만나고 하니 계속 얼굴을 못 보는 것 같았다. 동지들을 며칠째 못보니 그리워진다. 이제 우리의 발도 걷는데 적응이 되었는지 물..
긴긴 평야를 걷다보니 물도 다 떨어졌는데 마을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레스토랑이나 바가 나오면 들어가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던 아니면 물이라도 사 마실텐데 전혀 없고, 마을이 나타나면 분명히 수돗가가 있을텐데 그도 전혀 없었다. 그러다 나타난 작은 성당이 있었다. 무작정 들어간 내게 보인 것은 앞에 있는 제대도 아니고, 서성이다가 우리를 맞아주는 수녀님도 아니었다. 성당 구석에 있는 낧고 오래된 수도꼭지만 보인다. 나는 수녀님에게 “플리즈, 아구아.”라는 정체 모를 말을 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말을 하는 내 얼굴을 본 수녀님은 벌써 상황 파악이 다 되셨는지 다 알아 들으신다. 승락의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수도꼭지의 물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 오늘 날씨가 얼마나 뜨거운지 건물 안에..
오늘은 적적한 김경석 아저씨가 계속 우리와 속도를 맞춰 걸으셨다. 특히 어제 묵은 공립 알베르게가 너무 불편했다고 오늘부터는 무조건 공립 알베르게에 가지 말고 다른 알베르게의 정보도 탐색해서 편한 곳에 묵어야 겠다고 하신다. 어제밤에도 우리가 묵는 사립 알베르게에 오셔서 시설이 어떤 지 보고 가셨을 정도로 어제 잠자리가 많이 불편하셨던 것 같다. 우리가 그간 사립 알베르게를 위주로 묵었어서 사립 알베르게가 어떤지도 계속 물으셨다. 아마도 청년들과 다닐 때는 그들이 경비 때문에 가격이 싼 공립 알베르게에 묵으니 같이 그곳에서 묵으셨는데, 어제부터 혼자서 걷고 계시니 이제는 편하게 아저씨가 마음에 드는 알베르게에 가서 편하게 묵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다음 마을은 성문을 통과해야 들어가게 되어 있는 ..
산티아고 6.20.(50,784걸음) 오늘은 오르니요스에서 베가까지 걸었다. 자그마치 5만 걸음을 넘게 걸었다. 아마 거리로 하면 30킬로가 거의 될 것이다. 오늘 목적지에서 조금 더 걸은 결과이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오는데, 아침 식사는 제공을 안 한다더니 커피 마실 사람은 도네이션으로 값을 내고 마시고 가라고 해놓았다. 도네이션이라는 것이 사람을 참 난처하게 만들기는 한다. 커피 한잔의 가격이 매우 싼 스페인이기 때문에 작은 동전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공짜로 먹어야 해서 머쓱하다. 커피가 아주 향긋하고 맛이 좋았다. 숙소 주인도 직원도 아무도 없었지만, 새벽에 길을 나서는 순례자들을 위한 그들의 배려가 느껴지는 커피였다. 어제 친구가 된 페르난도와 그의 스페인 친구 고로케(발음은 정확히 이게 아님)..
요즘 꼬막 비빔밥의 인기는 가히 유명 아이돌의 인기에 버금가는 듯하다. 이런 꼬막 비빔밥의 원조는 뭐니뭐니 해도 강원도 강릉에 있는 '엄지네 포장마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로 이사오기 전 우리의 여름 휴가는 언제나 강원도였다. 설악산 일대는 물론이고 동해안의 속초나 강릉 등은 한여름 폭염주의보로 뜨겁게 달아오른 지역과 달리 저녁이면 약간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강원도 곳곳에는 펜션도 많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시원한 여름 휴가를 지내기에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상도 상주에 살때 여름이면 거기도 분지지역이라 폭염이 오래간다. 시골집 부뚜막에 걸려 있던 가마솥을 트럭에 싣고 강원도 펜션에서 부모님과 형제들 식구와 함께 놀러가서 닭백숙을 해먹었던 기억도 있다. 저렇게 ..
산티아고 6. 19(35,200걸음) 어제 우리가 잔 공립 알베르게는 시설은 아주 좋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밤새 엄청 더웠다. 창문이 있어서 다 열어 두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내뿜는 열기가 숙소 전체의 기온을 올리고 있었다. 너무 더워서 자다가 깨기를 여러 번 하고, 어디 좀 시원한 곳이 없는지 일어나 유령처럼 서성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사설 알베르게에서 묵어야겠다. 사설 알베르게는 규모가 작아서 한 방에 열명 이상 묵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훨씬 덜 덥다. 사설이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유럽여행 다닐 때 방값에 비하면 그것도 엄청 싼 거니까. 전에도 소개했지만, 공립 알베르게는 일인당 6유로이고, 사설 알베르게는 일인당 10유로에서 12유로..
오늘 목적지인 브르고스라는 마을은 매우 큰 도시이다. 그래서 마을 입구 이정표가 나오고도 9킬로는 걸어야 숙소가 나온다고 리치아드 아저씨가 알려주었다. 시골 마을은 마을과 마을 사이가 대충 4킬로 정도 되는 걸 생각하면 브르고스는 정말로 큰 도시인 것이다. 마을 이정표에는 그 마을을 랜드마크가 그려져 있다. 작은 마을의 경우에는 랜드마크가 없어 그냥 마을 이름만 적혀 있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마을들이 랜드마크를 그려놓았다. 당연히 큰 도시에도 랜드마크가 그려져 있다. 아주 멋진 성당인데, 우리가 오늘 묵으려는 숙소가 이 성당 근처라니 볼거리도 많을 것 같다. 오히려 큰 도시에 들어서면 길도 복잡하고,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순례자들을 위한 표시가 잘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쉽게 식수대도 찾을 수..
산티아고 6.18.(41,206걸음) 오~~ 이런!! 시골집 다락방이 이렇게 아늑하고 조용할 수가 있단 말인가? 둘만 잘 수 있는 독방이어서 좋긴 했지만, 별채는 아직 리모델링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닌지 본채보다 약간 허술했었다. 바닥 청소도 그닥 깔끔하지 않았고, 복도나 계단도 어제 자고 나간 사람들의 침대 커버 등이 나와 있는 채로 치워져 있지 않아서 어수선했다. 우리가 숙소에 들어가고 저녁을 먹고 돌아오고 나서야 정리가 다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린 오랜만에 둘만 자는 독실에서 쉬게 되어 편하게 정리하고 일찍 잤는데, 아침에 성당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일어나 보니 벌써 6시였다. 언제나 일찍 나서는 사람들이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4, 5시면 눈을 떴는데, 우리만 있으니 부시럭거리는 사람이 없어서 6..
나는 손그림으로는 인물을 잘 못 그린다. 얼굴을 제일 못 그리고, 다음으로 못 그리는 것이 손과 발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손과 발 그림이 난 너무 어렵다. 그래서 더 그림을 단순하게 그리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풍경화도 잘 못 그리는데, 그래도 인물화를 제일 못 그린다. 하지만 일러스트를 배우고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이제 인물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리면 단순화해서 그려도 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인물화에 자신이 생긴 내가 며칠 전부터 이런저런 사진을 두고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시작은 언제나 갖고 싶었던 나와 남편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작년 자전거 여행을 했던 우리의 사진을 보고 우리의 캐릭터를 그렸다. 대 성공~~!!! 완전 자신..
9살 소희와 헤어지고 다음 마을로 가는 코스는 계속 산길이다. 오전에 걸은 길은 산길이지만 길을 새로 냈는지 길이 엄청 넓었다. 산티아고에는 이런 길들이 꽤 많이 있다. 아마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언제나 많기 때문에 더 투자를 해서 더 많은 순례자를 불러들이려는 듯하다. 이렇게 길이 좋아질수록 걷는 것이 조금은 쉬워지는 것이니 순례길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나아지는 것이리라. 길을 자세히 보면 옆으로 길을 넓히느라고 흙을 다져서 넓혔고, 거기에는 아직 나무가 하나도 없다. 반대편 쪽에 있는 나무 때문에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 안에 들어가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걷는 이곳은 대부분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라 지나온 길도 앞으로 갈 길도 그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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