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계속 과일로 수분과 허기짐을 채운 탓인지 그 후의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었는데도 잘 견디고 걸을 수 있었다. 끝없는 오르막 끝에 있는 산 정상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반드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어제의 경험으로 우리가 점심시간 전에 목적지까지 못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빨리 자기의 걷는 스타일을 알아내는 것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잘 걷는 요령이다.마을에 들어서자 초입에 바가 양쪽으로 하나씩 있었다. 우리는 잠깐 쉬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잘 먹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가게를 들어갈까 두리번거리며 염탐을 하고 있었다. 우선 한 가게를 들여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순례하는 사람이 여러 명 둘러 앉아 있어 어디 앉을 데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맞은편 가게로 가려고 발을 돌리는데,"어딜..
산티아고 2017.6.11.(39,606걸음)아침에 일어나면 버스를 타든, 순례길을 포기하든, 결단을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뒤척이며 잠을 잤다.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부시럭부시럭 짐을 꾸려 색벽부터 길을 나선다. 이런 작은 소란스러움 때문에 알람 소리도 없이 잠에서 깬다.게다가 우린 이층침대에서 자는 것도, 침낭 안에 들어가 자는 것도, 낯선 사람과 자는 것도 모두 낯설어 깊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보통은 유럽여행을 오면 일주일 정도 시차 적응을 하느라 밤에는 잠을 설치고 낮에는 졸고 그러는데, 어제 낮에는 걷는 게 너무 힘들어 졸 새가 없었고, 밤에는 낯설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낮에 계속 걷는 것이 힘이 들었는지, 단박에 시차 적응을 했다.가방을 꾸리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여분의 물건을 몇..
이런 것이 시차인가 보다. 파리에 온 첫날이었던 어제 오자마자 동네 한바퀴 돌고 저녁 먹고 파리에서의 첫밤을 즐겨보려했는데, 너~~무 졸려서 일찌감치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아침, 아니 새벽 두시쯤 다시 잠이 깼다.아무리 뒤척여도 시간은 가지 않고 겨울 유럽의 해는 늦게까지 뜨지 않고 있었다.네시쯤 되니 동네를 청소하는 청소차 소리와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쓰레기차 소리만 요란하다.유럽은 거리 청소도 차로 하느라 커다란 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그리고 쓰레기차는 공병을 버린 걸 수거하느라 요란하다.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공병을 거의 깨서 버린다.우리도 민박집 지하에 있는 쓰레기 분리 수거 하는데서 병을 버리다 깜짝 놀랬다.입구에 병을 넣었더니 와장창 깨지는 것이다.처음에 우린 우리가 잘못해서 꺠진 거..
파리 공항에 도착하여 리무진을 타고 숙소가 있는 동네까지 왔다. 걸어서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는 오래된 파리 건물이었다.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한 블럭 정도 되는 곳에 전체적으로 철 담장이 있어서 그 담장에 있는 철 대문을 들어가서, 그 블럭 안에 있는 건물을 찾아가는 것이다.건물에 도착하니 이건 대문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현관문이 아주아주 높고, 나무로 된 문이 굳건히 닫혀 있다.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민박집에서 우리가 잘 찾아 들어오도록 커다란 나무 현관문을 열어 놓고 있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로비 겸 공동 주방이 있는데, 여기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조선족인지 말이 약간 북한 말투였다.아무튼 아주머니가 우리는 장기 투숙객이어서 별도로 있는 건물에 있는 단독 숙소에서..
비행기 안에서 보는 하늘은 언제나 신기하다. 구름이 많아도, 지상이 보여도, 구름 위를 날고 있어도,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언제나 비행기 안에서 보는 하늘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그리고 드디어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 착륙을 했다.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서니 공기가 달랐다.여기저기 외국사람이 하나가득 있었고, 한국어가 전혀 없는 외국어만 웅성웅성 들리고 있었다.특히 프랑스 말은 영어랑 많이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게다가 공항 건물로 들어서자 코끝을 자극하는 향수 냄새가 진동을 했다.나는 아직도 그때의 그 향수 냄새를 잊지 못한다. 낯선 향기가 내 주변을 감싸고 돌았다. 첫 해외여행이라 이런 게 뭐가 기념이 된다고, 인포메이션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용서의 언덕' 이후로는 다행히 내리막길이었다.우와~ 이제 좀 덜 힘들겠다.^^하며 신나게 걸었다? 왠걸? 올라오느라 힘 들었던 다리가 후덜덜 떨려서 내리막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게다가 신발 안에서 발이 앞으로 쏠리니까 발가락 끝이 마치 발레리나가 된 것처럼 아팠다. 이렇게 우리의 내리막 길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있는 이정표를 자세히 보면 왼쪽은 걸어서 순례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다. 보통은 자전거와 사람이 같은 길로 가는데, 아마도 가파른 내리막 길이므로 서로의 안전을 위해 따로 길을 내준 듯하다.남편은 참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힘들게 걷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남편은 신기한 것이 나타나면 모두 사진기에 담아 두었다...
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정말로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다. 몇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일년에 한달 정도 유럽여행을 했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농한기인 겨울에 세달 정도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자유롭게 해야 해.'하는 생각으로 패키지 여행을 거부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외국을 가보지 않은 남편이 혼자서 비행기, 숙소 등을 스마트폰 하나로 다 알아보고 예약해야 했었다. 꼼꼼한 성격에 혼자 그런 걸 준비하는 게 큰 스트레스였겠지만, 그래도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은 혼자 그걸 다 해냈다. 그렇게 간 자유 여행이었지만 그곳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아무래도 언어적 한계도 있고, 쉽게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다.그런데 산티아고는 달랐다. 산티아고..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여 우리는 한국을 떠났다.이제 한달은 지나야 다시 오게 될 한국...우리의 첫 유럽여행은 환승이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파리까지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아마도 12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있어야 할 것이다.뭐 기내식 좀 먹고, 책 좀 읽고, 잠 좀 자고 나면 12시간 금방가겠지... 했던 내 생각은 완전 잘못된 것이었다. 우리 둘의 얼굴에서 들뜸이 보인다.^^ 기내에서 해주는 서비스는 다양하다.담요나 실내화, 이어폰, 베개, 눈가리개 같은 소품을 제공해 준다.음료와 매 식사 시간 마다 기내식을 제공한다.각 개인 의자 앞에 있는 모니터로는 영화나 뮤직비디오,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개인 등을 켜도 독서도 할 수있다.파리 도착 2시간 전 음료와 간단한 식사가 또 나왔다. 기내식이란 것..
모텔은 가격에 비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나는 창문밖에서 스멀스멀 들어오는 담배냄새 때문에 잠자는 내내 좀 힘들었다.그리고 시골에서만 몇년 살았어서 한밤에 밖에서 나는 소음이 낯설고 신경쓰였다.게다가 한달간의 유럽여행을 앞둔 마지막 한국에서의 밤이라 쉽게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어쨌든 잠에서는 일찍 깨어났다.모텔에서 나와 인천 공항 가는 버스를 한법에 잡아 타고, 9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설레는 인천공항 우선 큰 캐리어는 화물로 부치고, 예매해 놓은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먼저 로밍서비스를 받기로 했다.공항에 가면 각 통신사에서 나와서 로밍서비스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요금은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그러니 자신이 쓰는 통신사 부스에 가서 로밍서비스를 어떻게 받을 지를 선택하면 된다.우리..
우리가 귀농해 살고 있던 상주는 시골이다.그래서 난생 처음 결심하고 떠나게 된 유럽여행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도 5시간이나 걸렸다.집에서 출발해 5시간이 걸려 겨우 인천까지 왔다.택시 타고, 고속버스 타고, 전철 타고 차이나타운에 도착해 저녁을 먹기로 했다.아직도 우리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하나씩 들고 어깨에 메는 보조 가방도 하나씩 멘 상태이다.그래도 인천까지 왔으니 한번도 와 보지 않은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은 한번 먹어줘야지..ㅋ 저 문을 통과하면 차이나타운이란다.문 자체에서 중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특히나 중국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빨간색의 건물도 눈에 띤다.아마도 저런 건물들도 전부다 중국요리집일 것이다.사실 차이나타운에 어떤 것들이 유명한지는 잘 모르고 왔다.그래서 거리를 위아래로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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