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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없이 17킬로를 가야한다는 긴장감이 우리에게 힘이 됐을까 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때쯤 차도에 지나가던 차가 한대 서서 아저씨가 우리에게 뭐라고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혹시 차가 고장이 나서 우리보고 밀어달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더위에 하루 종일 걸은 우리가 그 차를 밀어줄 힘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차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아저씨가 우리에게 요구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동영상을 찍고 있으니 걸으면서 자기를 보고 손을 흔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우리도 신이 나서 손도 흔들고 “부엔 까미노”라고 인사도 해 주었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하더니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계속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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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라이딩을 끝내고 집근처 이마트에 가서 가방을 하나 샀다. 자전거에 달린 가방은 아직 그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했고, 아무래도 핸드폰과 간단한 소지품을 넣고 다닐 가방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많이 메고 다니는 어깨 가방으로 하나 장만했다. 아무래도 국토종주를 하려면 소지품 넣을 가방과 여행용품 넣을 가방이 따로 있어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이니 장착하고 라이딩하는 연습을 하자며 일찌감치 생각해 두었던 가방을 샀다.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하려면 짐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럽 여행을 가듯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닐 수는 없다. 아마도 내 자전거에 달린 조그만 가방에 모든 여행용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슬슬 국토종주 때 가지고 갈 짐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봐야 했다. 이날은 성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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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17킬로는 다행히 점심 때쯤 다 걷고 제대로된 카페가 있는 마을에 도착을 했다. 우리가 산 과일에는 스페인에서 처음 보는 납작한 복숭아가 있었다. 아기 엉덩이처럼 봉긋하게 생긴 복숭아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품종의 복숭아이다. 다른 때 같으면 카페에서 밥을 먹었을텐데, 오늘은 들고온 짐을 줄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만 주문하고 과일로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이 복숭아는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꽤 높은 복숭아이다. 아직 음료수도 남아있고, 에너지바도 있다. 이걸 여기서 안 먹으면 가는 내내 짐이다. 짐.. 이 카페에서 미국에서 온 에릭과 폴라를 만났다. 이들도 정해진 목적지 없이 걷는 스타일이라 또 언제 헤어질지 몰라, 이번에는 같이 사진을 찍어 얼굴을 남기기로 했다. 에릭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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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44킬로 라이딩의 후유증은 심했다. 안장통이 생기면 똑바로 서서 걷는 것도 어렵고, 어디 앉기도 힘들고, 걸을 때 절로 입에서 '아이구, 아이구ㅜ' 소리가 난다. 너무 아파서 안장통에 대해서 여기 저기 알아봤는데, 대답은 '원래 아픈 것이다.' '누구나 아프다' '어쩔 수 없는 통증이다' 등 희망적인 말이 없다. 자전거를 즐기기 위해서는 안고 가야 하는 고통인 듯하다. 그래서 안장통을 완화시켜주는 바지가 있다. 안장 만큼의 위치에 스폰지가 패드로 대 있어서 쿠션감을 주는 바지인데, 이 바지가 입으면 약간 거시기하다, 보기에도 그렇고.. 게다가 우리가 제주도에 있는 대형 마트를 다 뒤졌는데도 자전거 바지를 파는 곳이 없다.ㅜㅜ 제주도에 살아 보면 가끔 '이런 걸 왜 안 팔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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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6.22(48,783걸음) 오늘은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에서 템플로리아까지 걸으려 했는데, 도착한 목적지에 숙소가 없어서 3킬로 추가한 모라티노스까지 걸었다.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숙소 마당에 있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제 우리가 잔 숙소가 지금까지 중 최고의 숙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깨끗하게 운영되고 있는 숙소였지만 싼 숙소라 그런지, 많은 순례객이 이용해서 그런지, 아니면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아무튼 산티아고길의 악명 높은 베드버그가 있었나 보다. 드디어 나도 그 '베그버그'에 물렸다. 이렇게 아침에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베드버그에 물린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낮에 걷는 동안은 발도 아프고 덥고 여러 가지로 걷는 데서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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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넘어서 이제 겨우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늘은 우리가 가장 늦게까지 걸은 날이 될 것이다. 마을에 다 왔는데 정말로 한발짝도 더 못 걸을 것 같아 마을 초입에서 오늘 묵을 알베르게를 검색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중심가가 나오고 거기에 알베르게도 있었다. 아직도 걸어야 하는데, 시간은 6시가 되고 있었다. 중심가로 접어들고 있는데 바가 하나 보였다. 그리고 세상에나 거기에 우리가 무리해서 쫓아온 동지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폴라와 에릭이었다. 서로 보고 얼마나 좋아했던지.ㅋ 그들은 우리가 6시까지 34킬로나 걸어서 온 것이 대단하다고, 우리는 다시 너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그 와중에 폴라는 자기가 오늘 묵는 알베르게가 너무 좋다고 자랑하고,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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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이사짐에 싣고 제주도로 왔지만, 일상생활에서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 생각처럼 잘 되질 않았다. 우선 이사오고 처음 맞는 제주도 겨울은 황당하지만 추웠다. 난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으니 겨울이 그리 춥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겨울이 되니 제주도도 추웠다. 그래서 첫 겨울에는 자전거를 탈 엄두도 못냈다. 봄이 되는 3월 첫날 자전거를 끌고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꺼낸 자전거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고 도선관으로 갔는데, 도서관 마당 자전거 거치대에 우리 자전거를 나란히 주차해 두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분심만 들었다. 저기에 우리 자전거가 있는데... 창가에 앉아서 책을 보는건지 자전거를 지키고 있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눈이 간다. 그래서 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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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무게를 줄이겠다고 가지고 있는 물병에 물을 반만 채우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 앞에 나타난 길은 자그마치 16킬로나 곧게 뻗은 길이다. 처음에는 굴곡 없이 쭉쭉 뻗은 이 길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걸을수록 전혀 변화가 없는 이 길이 오히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자갈길이나 흙길이 있는 것보다 더 지루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길을 네시간이나 걸었다. 물병에 담아온 물은 겨우 반도 지나지 않아 바닥이 났다. 가지고 온 피규어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함께 했음을 인증하려고 이렇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이 피규어까지 꺼내서 이렇게 사진을 찍은 이유가 있다. 너무나 지루한 이 길에서 뭔가 재미난 것이라도 해야 덜 지루할 것 같았다. 가운데는 아스팔트 길이 곧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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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한 자전거로 국토종주한 여행기를 정리해서 전자책을 주문해 두었는데, 주문한지 두어달이 되어 가는데도 소식이 없다.ㅜㅜ 그래서 그냥 여기에도 여행기를 하나하나 올려 보기로 했다. 어느 날 우리는 자전거를 샀다. 경상도 상주에 살때, 멀리 대구까지 가서 샀다. 영국산 브롬톤(Brompton)이라고 고가의 접이식 수제 자전거이다. 수식어가 많이 붙은 걸 보면 유명하고 자부심 있는 자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엄청 비싸지만 엄청 예쁜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를 산 이유는 여러 가기가 있었다. 우선 당장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할 자전거가 갖고 싶었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 교통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도 했다. 자전거를 사기로 하고 남편은 몇날 며칠을 엄청나게 검색을 했다. 그리고는 "뭔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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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걷는 산티아고 길은 매우 상쾌하다.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하지만 어김없이 10킬로 정도 걸으면 발바닥에서 신호가 온다. 그 아픔을 말로 표현하자면 발이 세로로 두쪽이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마치 '또각'하고 잘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프다. 해가 땅에서 어느 정도 떠오르면 또다시 더위가 시작된다. 그래서 많은 순례자들이 아침 잠도 포기하고, 아침에 씻고 화장실 가는 것도 포기하고, 아침밥 먹는 것도 포기하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좀더 선선한 봄이나 가을이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6월에서 8월에 걷는 사람은 꼭 기억해야하는 원칙이다. 뭐 꼭 사전 지식으로 꼭 알아야 할 건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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