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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한 자전거로 국토종주한 여행기를 정리해서 전자책을 주문해 두었는데, 주문한지 두어달이 되어 가는데도 소식이 없다.ㅜㅜ
그래서 그냥 여기에도 여행기를 하나하나 올려 보기로 했다.
어느 날 우리는 자전거를 샀다.
경상도 상주에 살때, 멀리 대구까지 가서 샀다.
영국산 브롬톤(Brompton)이라고 고가의 접이식 수제 자전거이다.
수식어가 많이 붙은 걸 보면 유명하고 자부심 있는 자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엄청 비싸지만 엄청 예쁜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를 산 이유는 여러 가기가 있었다. 우선 당장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할 자전거가 갖고 싶었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 교통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도 했다. 자전거를 사기로 하고 남편은 몇날 며칠을 엄청나게 검색을 했다. 그리고는 "뭔가 마음이 끌리고 눈이 꽂혀버렸다."며 대구에 자전거를 사러 간 것이다. 나도 자전거를 보자마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이렇게 많은 예쁜 자전거 중에서 내 자전거를 골라야 했다.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골 살때 우리는 거의 산 꼭대기에 살고 있었어서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었다. 그런데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 제주도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어도 가장 간소한 2단 기어 자전거로 샀다. 사실 브롬톤은 6단 기어가 가장 기어가 많은 것이긴 하다. 그때는 제주도에도 이렇게 언덕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ㅜㅜ
남편은 밝은 연두색 자전거를 골랐고,
나는 예쁜 보라색 자전거를 골랐다.
우리는 언제나 내 사정에 맞는 것, 꼭 필요한 것, 이유가 타당한 것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가끔은 내 인생에 활력을 주고 의미를 이끌어내는 뭔가를 질러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과소비거나 분수에 맞지 않거나 철이 없는 짓이거나 충동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딱 그렇지만은 않다. 이런 일은 살면서 몇번 되지 않고, 습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끔은 질러본다. 가끔 불필요하게 질러버리는 경우도 있지만...ㅋ 뭐 누구나 선택이 성공적인 건 아니니까. 어쨌든 질러버린 자전거가 우리에게 또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줄 것 같았다.
난 자전거를 잘 못 탔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항상 습관적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자전거를 여러 번 타 봤지만 한번도 다치거나, 앞으로 못나가거나 한 적은 없었다. 단지 잘 못탄다는 두려움만 있는 것이었다. 옆에 사람이 지나가면 조금 비틀거렸고, 차도에서 타는 건 엄두도 못냈고, 출발과 정지를 잘 못하는 정도의 실력이었다.ㅜㅜ 그럼 못타는 게 맞나? 아무튼 이때 너무 비싼 자전거를 사서 이번에야 말로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기로 했고, 앞으로는 자전거쯤은 탈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제주도로 이사가면 자전거 타고 도서관도 다니고, 제주도 일주도 하고, 뭐 그럴 생각이었다. 이 자전거는 비행기에도 실을 수 있다니 해외여행에도 동반해 볼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U4TPI3V4Qc
그리고 첫 시승식을 상주 북천 시민 공원에 가서 해보았다. 자세도 어정쩡하고, 세상 모든 게 다 무섭게만 느껴지는 첫 시승이었다.ㅜㅜ 제대로 처음 타보는 자전거여서 엉덩이가 무지 아파 한시간만 타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녀석을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시골은 9월 중순부터는 이것저것 수확할 것이 많아 눈코뜰 새도 없이 바빠진다. 바빠지기 전에 자전거 타기를 마스터하겠다고 생각한 우리는 상주 '경천섬'에 가서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기로 했다. 사실 남편은 자전거를 매우 잘 타기 때문에 연습할 필요가 없지만 같이 열심히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미니벨로인 자전거가 신기하기도 했고, 자전거 타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상주보 근처에 섬처럼 생긴 경천섬은 평지이고 공원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사람도 별로 없어서 나처럼 초보가 자전거 연습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상주는 자전거의 도시라고 하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외곽에 있는 경천섬 근처 화장실도 이렇게 자전거 모양으로 되어 있다. 상주 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잘 탄다. 학생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통학을 하고, 아주머니들도 자전거로 시장을 보러 다닌다. 비가 오면 우산을 한손에 들고 자전거를 타고 가고, 전화가 오면 주행 중 통화도 거뜬히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상주는 대구처럼 분지형식의 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 자전거를 연습할 최적의 장소들이 많이 있는 편이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경천섬 공원이 나온다.
그리고 공원에는 화단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서 자전거 연습하는 장소로는 과분하기까지 했다. 꽃들 사이를 빙빙 돌면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 특히 좌회전 우회전을 잘 못하는 나는 이 공원을 빙빙 수십 바퀴를 돌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며칠 연습하고 나는 최소한 가고싶은 방향으로 갈 줄은 알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9tTsT5K8wI
자전거를 잘 타는 남편은 이렇게 동영상도 찍는데, 나는 내 자전거의 앞바퀴에서 1m 정도밖에 볼 줄 몰랐다. 시야가 넓어져야 하는데, 거의 고개를 숙이고 바퀴 돌아가는 것만 불안하게 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여주보 근처의 자전거 길에서 연습을 했다. 여기는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안전했지만 워낙 유명한 자전거 도로라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의 길이도 길어서 오래 타는 연습을 하기에 딱 좋았다.
이쯤 연습하니 이제 자전거를 타고 2, 3시간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자전거 타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연습은 상주에서 거의 마지막 라이딩이었던 거 같다. 끝없이 펼쳐진 논길을 달렸던 이날 사진을 보니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그리고 난 이정도로 여유있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mCCpv9yrmI
이후 가을 수확 시기가 되면서 우리는 자전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고, 바쁜 수확을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까지 해야 했다. 그 해의 수확을 끝으로 우리는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이사를 왔다. 자전거도 물론 이삿짐에 싸여서 우리와 함께 제주도로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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