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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전거 수첩도 왔으니 인증 도장을 수첩에 직접 찍을 수 있다.
며칠 시간을 내서 한번에 싹 완주를 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계속 비예보가 있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만 나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로 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소개하는 코스를 보면 시작이 용두암 인증센터부터이다.
그러므로 이제 자전거 수첩도 있겠다 무조건 시작은 용두암 인증센터부터이다.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방향도 있다고 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주도는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딱히 바람의 저항이 적은 방향을 정하기가 어렵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돌면 되지 싶다.
그래도 시작은 용두암 인증센터부터 하는 걸로.ㅋ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의 '유인' 인증센터가 용두암에 있기 때문에, 용두암부터 시작해 용두암에서 끝낸 후, 유인 인증센터에 가서 완주확인을 받고 완주 인증 스티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유인인증센터가 용두암에 딱 하나 있다.
그리고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의 완주 인증 스티커는 여기서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우리? 몰랐지.ㅋㅋ
그래도 다행히 일이 꼬이진 않았다.

 

우선 용두암은 우리집 근처이니, 집근처 이마트에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타고 용두암까지 가기로 했다.
용두암으로 가는 길은 조금 언덕도 있고 복잡해서 벌써 힘이 든다.

 

수첩에 첫 도장을 찍고 너무 좋아서 수첩 펴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인증센터 부스 문에 '유인 인증센터'가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우린 그게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도 몰랐다.ㅋ

 

둘이서 스타트를 알리는 인증샷도 찍었다.
자전거 타기보다 인증샷 찍기 놀이에 더 열심이었던 것도 같다.

 

남편의 첫 인증 도장 찍는 기념 사진을 찍어주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제주도에 자전거 의류 아울렛이 있다는 플렌카드가 인증센터 옆에 붙어 있는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제주도에는 대형마트에도 자전거 의류를 판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의류 아울렛이 있다니...
너무 반가워 전화해 봤더니 아직 오픈은 하지 않았단다.
이집 오픈하면 당장 가서 자전거 바지를 사기로 했다.
일명 '똥꼬바지'ㅋ
이걸 입으면 안장통이 좀 덜하려나 하는 기대를 걸어 보기로.

용두암에는 관광객이 많아 무료 주차할 곳이 없는 듯하다.
오는 길이 좀 힘들었지만 이마트에 우리 차를 주차해두고 오길 잘했다.

다음 인증센터는 다락쉼터이다.
다락쉼터까지 가는 내내 오르막이 엄청 많고, 중간에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시오.

라는 표지판이 두어개가 있었다.
공사를 하고 있어서 차도도 인도도 자전거 도로도 없는 자갈길이었다.
우린 또 시키는 대로 하는 성격이라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 갔다.ㅜㅜ
길이 그닥 좋지 않은 코스이다.

이 코스는 제주 공항 옆을 지나는 코스이다.

 

정말로 비행기가 바로 머리 위에서 날아간다.
엄청 시끄러워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도 비행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니 서서 비행기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워낙 비행기 소음이 심해서 주변에 집도 없고 길도 넓고 지나는 차도 없고 도로 상태도 양호해서 자전거 타기는 좋았지만, 비행기 배꼽이 보일 정도로 낮게 비행기가 날아서 얼른 우리도 사진만 찍고 지나왔다.

용두암에서 다락쉼터 가는 길에는 '이호테우해변'도 지나간다.

 

이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는 빨간색과 흰색 말 모양의 등대이다.
등대가 아주 이색적이다.

 

이때쯤에는 제주의 무더위도 끝난 때였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는 써핑을 하는 사람과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만 보인다.

 

바다를 봤으니 지그시 한번 또 감상도 해줘야 한다.
우린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오느라 더워서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그냥 감상만 하는 걸로.

 

해변을 배경으로 인증샷 찍고.

 

요렇게 자전거 세워두고 해변에 있는 화장실 한번 들려 주고.ㅋ

우선 이호테우해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주변에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그 중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의 특징은 인삼을 식재료로 쓰는 것인 듯하다.
인삼을 넣었다는 라면과 김밥을 파는 집인데, 겨우 산양삼인지의 수염뿌리 몇개 넣어준 김밥이 4,500원이나 한다.
먹어보니 인삼 맛이 전혀 안나서, 우리 동네 2,500원 짜리 마녀김밥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인삼의 수염뿌리가 다다. 이런 것도 효능이 있을까?

 

좀 굵은 산양삼이 들어간 인삼해물라면인지는 15,000원이나 하길래 겨우 라면이 너무 비싼 듯해서 그냥 해물라면을 먹기로 했다.
해물이 신선해 괜찮은 맛이었지만 어쨌든 8,000원 짜리 라면은 너무 비싼 듯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다음 인증센터까지 달렸다.

 

오르막이 심해 내려서 걷는 중이다.
이렇게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을 '끌바'라고 한다.
난 끌바 전문가이다.ㅜㅜ
큰 자전거에 기어가 수십단 달렸다면 쉽게 올라갈 오르막이지만, 우리 미니벨로는 2단 자전거라 오르막이 조금 심하면 난 타고 올라가지 못하고 이렇게 끌바를 해야한다.
오르막을 오를 때 힘을 주며 패달을 밟다보면 거의 흔들흔들 올라가는데, 여긴 차도 옆에 파란 선을 하나 그어놓은 것이 자전거 도로의 다이다.
바로 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이런 곳에서 비틀비틀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무섭다.
그러니 안전하게 무조건 끌바다.
또한 남편은 자전거를 잘 타기 때문에 이정도 코스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차도 옆이어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잘 올라간다.
먼저 올라간 남편이 터덜터덜 끌바하고 있는 내 사진을 찍어준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진 엄청 많다.ㅜㅜ

앞으로 어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첫 코스가 제일 힘든 듯하다.
자전거 도로가 인도에 있거나 아니면 사진처럼 차도 옆에 파란 선을 그어놓은 정도여서, 매우 험난하고 피곤하다.
특히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보도블럭이 울퉁불퉁하여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당연히 안장통 때문에 무지무지 아프다.ㅜㅜ

 

비포장도로도 달리고, 비행기 소음으로 오싹한 길도 달리고, 인도로도 달리고, 차도 옆 좁은 자전거도로로도 달리고, 끌바도 해서 겨우겨우 다락 쉼터 인증센터까지 왔다.

 

다락 쉼터에 도착해 인증 도장 찍고, 인증샷도 얼굴 뻘개가지고 찍고, 이렇게 앉아서 저 아래 바다를 보면서 더 갈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다락 쉼터라는 것이 높은 곳에 있는 쉼터란 뜻이란다.
그러니 여기까지 오는 길이 힘든 건 당연하다.
난, 완전 지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고 있는 중이다.

 

너무 난코스를 왔더니 엄청 덥다.
그런데 인증도장 찍으러 부스 안에 들어가면 더 덥다.
그래도 뒷모습에서 정성스럽게 도장을 꾸욱~ 찍고 있음이 보인다.

바퀴에 바람 넣는 기계가 인증센터 부스 옆에 있는데 고장이 나 있었다.
고장신고를 할 수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마치 바로 옆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처럼 거의 1분만에 사람이 왔다. 대박~
빨리 출동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바람 넣고 어쨌든 인증 수첩 들고 나선 첫날이니 좀더 가보기로 했다.

다음 인증센터는 해거름 공원이다. 여기서부터 21킬로 떨어져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 코스는 길이 평지에다가 자전거 도로가 차도 옆에 따로 잘 나 있어서 쌩쌩~
아, 시원하다.

 

인증센터 부스 옆으로 있는 빨간 색으로 된 좋은 길이 자전거 길이다.
아주 잘 되어 있다.

 

여기는 완전 서쪽으로 여기에서 해지는 걸 보면 무지 아름다울 것이다.
인증 센터 앞쪽으로, 해지는 것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에 해거름 전망대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몇년 전 제주도에 이사오기 전에 올레길을 걸으면서 들려서 차를 마셨던 곳이다.
무인 카페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꽤 운치 있는 카페이다.

 

이날 달린 거리는 48.6킬로이다.
킬로수가 많지는 않지만, 용두암에서 다락쉼터까지가 너무 난 코스여서 체감은 100킬로는 달린 느낌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전거 수첩에 인증 도장을 세개나 찍고 왔다.
너무 뿌듯하다.^^

해거름 전망대 인증센터에서 이날의 라이딩을 끝내고 버스를 타고 다시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오는데, 무려 한시간 반이나 걸렸다.
우리 차가 있는 이마트 주차장에 오니 해가 져서 어둑어둑하다.

코스가 어려워 다리도 무척 아프고 안장통도 심하지만, 점점 자전거 타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또 비가 온다니 언제 다시 라이딩을 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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