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때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끔 가본 적이 있다. 프로그램 자체는 썰렁하기 그지 없지만, 꽤나 많은 주민들이 모여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났다. 뻔한 그들만의 잔치 같았던 축제에 대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했다. 그런데 앞에 몇 장 읽어보니, 작가의 글발이 아주 좋았다. 뭔가 내가 모르던 축제의 흥미를 알려줄 거 같다. 충남 예산의 ‘의좋은 형제 축제’ -의좋은 형제는 이성만, 이순 형제로 실존인물이었단다. 시골 축제에서 날씨 변화에 대하는 자세. 미리 해 버리는 수가 있었지. 취소나 연기만 생각했던 우리가 멍청했다. 왜 주최측이 날씨에 수동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선빵’을 날릴 수도 있는 건데! -비가 오니 퍼레이드가 취소될까 전전긍긍하던 작가는 비오기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죽음은 피해갈 수 없다.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죽음 향해 간다는 말이 있듯이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실려있겠지? 우리 엄마가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잊을 만하면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그 생각이 슬며시 다시 찾아들었다. -나도 요즘 그렇다. 엄마는 벌써 70의 중반에 들어섰다. 그래서 엄마가 곧 80이 될 거란 생각이 자주 들고, 이제는 엄마의 죽음이 내게 닥칠 거라는 생각에 자주 우울해진다. 아빠도 엄마와 동갑인데, 이상하게 엄마에게 더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알 수 없지만. 한사람의 존재에 대한 집단의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기 마련이라, 고작 한두 세대만 지나면 지구상에서 우리라는 존재는 말끔히 사라져 버리..
MBC뉴스데스크에서 주말에 앵커를 맡았던 기자라고 한다. 살면서 뭔든 한번에 되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쓴 내용이라고 한다. 기다림이 힘든 이유는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 끝에는 뭐가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쉼 없이 준비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만큼 내공이 깊어진다는 건 기다림이 주는 선물이다. -아마도 기다린 후에 뭔가를 얻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솔직히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 속에 허덕이는 암흑의 시간 아닐까? 달리는 말에 너무 채찍질을 하면 말도 아파요. -열심히 하라는 어설픈 충고는 나도 사절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속도대로 달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거절하지 못하니 호구란다. -깜짝이야. 나도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 내가 호구인가? ..
눈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나같은 울보는 전기 부자가 될 것이다 ㅋ 실수와 일탈을 허용하지 못하는 소심한 원칙주의자. -앗! 나다… 뒤에 글이 더 충격적이다. 이런 사람이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니… 나는 꽤나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하는데도 잘 그리지 못하는 이유가 내가 소심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이었을까? 실패하지 않는 법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궤변같지만 일리도 있다. 우리는 살면서 목표로 한 것을 모두 성공하지 못해 실패의 고통을 맛본다. 그러니 실패를 목표로 하면 실패해도 성공한 것이고 성공해도 성공한 것이다…? 아무래도 궤변이 맞다.ㅋㅋ 중간중간 연필 드로잉이 있고 짧은 글이 있다.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서..
그러고 보니 연달아 일본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희안하다. 길게 봤을 때는, 포기하지 않으면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나이가 많은 듯하다. 이런 여유있는 말은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혀 힘들지 않은 인생 따위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힘든 일을 바라보는 시크한 자세다. 인생을 살다 보면 힘든 시기는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우린 항상 지금 닥친 힘든 일에 연연한다. 과거에 힘든 시기에는 그때가 가장 힘든 줄 알았지만 그건 이겨내든 포기했든 지나갔다. 그러니 지금 가장 힘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마음을 닫고(묶어두고라고 작가는 표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든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힘들지 않은 인생 ‘따위’는 없으니까.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이 일본의 만화가이자 수필가인 작가는 글을 아주 편안하게 쓴다. 중간중간 만화도 그려져 있는데, 그닥 잘 그리는 거 같지 않지만 개성이 있다. 만화가는 그 정도의 재능이면 족하다. 부러움. 작가가 한국에 북콘서트를 위해 왔었다고 한다. 그때 겪었던 에피소드를 덤덤하게 썼다.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참 편안하게 읽힌다. 그중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 한국사람들이 부럽다고 표현한 곳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우리 몸에 밴 어떤 문화가 다른 나라사람에게 부럽게까지한 문화라니, 괜히 으쓱한다. 책을 한참 보다 보니 이 작가의 책을 그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듯하다. 우선 그림에서 그걸 알아볼 수 있었고, 에피소드 중 몇개가 그 전에 읽은 내용을 연상하게 했다. 글과 그림을 튀지 않게 편안하게..
드디어 이 책을 빌렸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출 중이던 책. 요즘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아침 출근 때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가끔 승용차로 출근하던 동료가 지나가다가 빵빵하고 아는 척을 한다. 타라고 해도 나는 그냥 걸으며 책을 읽기를 택한다. 급식실에 오면 걸으면서까지 책을 읽냐며 놀림 반 칭찬 반으로 이야길 한다. 제주도로 이사 온 후 나는 운전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얻은 즐거움 중 차안에서 또는 걸으면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보고 싶었나 보다. 물론 박노해 시인의 시도 엄청 좋아한다.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내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난 참 천천히 걷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혼이 길을 잘 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삶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가나에 아줌마는 재일교포들 간의 결혼을 알선하는 중매쟁이다. 책 표지에 나온 아줌마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너무 재미있게 생긴 얼굴이라서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재일교포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사람과 결혼하기 힘이 든단다. 특히 그들 자신들도 일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문화적 이질감도 있고, 귀화를 해서 일본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한국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더 한국적인 것을 지키려고 한다. 중간에 재일교포들이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직도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가족 모두의 행사이며, 여자들은 음식 장만을 하지만 제사에는 남자들만 참관하는 것을 철저히 지..
제목을 봐서는 문학이론서 같기도 하고, 뭔가 심도깊은 문학적 담론을 펼칠 거 같다. 아니면 고전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해줘 읽고 싶게 하는 안내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실 그런 책을 읽고 실제 고전을 접해보면 여전히 따분하고 어렵지만… 그런데 이 책은 만화책이다. 그것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풍의 일러스트를 넣어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완전 재미있을 듯하다. 실제 책을 읽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이름이 익숙한 작가들이 있다.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너무 많이 들어서 읽지 않았는데도 이미 읽은 듯한, 책을 펼치기도 전에 벌써 조금 지겨운 기분이 드는. 나에게는 체호프가 그랬다. -내가 언제나 고전을 접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어쩐지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이런 공감과 함께 새롭게 고전에 다가가는 방식을 알려줄 거..
제주에 이주해 식당을 5년간 한 사람이 쓴 책이다. 제주에 오게된 이야기부터 식당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 틈틈이 여행을 하는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도 책에서 말한 것처럼 ‘왜 제주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은 이제 식상해졌고, 그 대답도 뻔해졌다. 그만큼 제주에 이주한 사람이 많고, 그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민 중에 제주에 와서 카페나 식당 혹은 팬션업을 하는 사람이 꽤 많고 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알려졌다. 그래서 제주로 이사가면 다 카페나 식당 혹은 팬션을 하는 줄 안다. 우리가 제주에 이사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냥 제주에 살러 왔을 뿐이다. 그냥 제주에 살아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평택으로 이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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