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다. 아직 소설책에 있어서는 내 취향을 잘 모르기 때문인 듯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잘 못 읽는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소설책을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급식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책을 잘 읽지 않는데, 베스트셀러에서 보고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며 소개해준 책이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렇게 소개해주었을 때, 즉각적인 호응의 차원에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게 되었다. 머리 속에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날,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만나 자기의 눈앞에서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혼수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
책 표지도 구식이고 제목도 매우 고리타분해 보인다. 아마도 sns에서 추천 받은 책이 아니라면 혼자서는 절대로 골라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이다. 도서관 반납일이 다가와서 다 읽지 못하고 서문만 읽고 반납했다. 하지만 서문만으로도 흡입력 있는 책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빌려다 봐야겠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배로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 배에서 말단 심부름꾼에 불과한 선원과 우연히 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잘생긴 외모에 화려한 미소를 가졌고 건강한 몸과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흉내를 엄청 잘내서 선장이나 주방 셰프를 거의 비슷하게 흉내내는 재주가 있어 작가를 유쾌하게 만드는 친구였다. 어느날 그 선원이 편지 한통을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했다. 어떤 처자가 그 선원에게..
지은이는 백살이 되는 해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백살에도 정정하게 자신의 전공인 정신과 의사로 살고 있다니, 대단한 할머니시다. 마음이 순수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말한마디에 쉽게 마음이 흔들립니다. -내가 참 마음이 잘 흔들리는 사람인데. 순수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그런 거라니 위로가 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자꾸 비교하게 될 때는 손을 움직여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해 보세요. -남과 자신을 자꾸 비교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러니 할머니의 충고처럼 손쉽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성취감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너무 집착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백살을 살아본..
왠지 딱딱한 내용의 책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었다. 나의 할머니는 유럽에서 대대적인 유대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폴란드의 고향 마을을 혼자 떠나셨다. 증조할머니는 떠나지 못해 총살을 당하셨다. 증조할머니도 할머니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뭔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다. -우리는 많은 일을 알고는 있지만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정당한 몫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걸 알고, 이런 생활방식이 지구를 파괴한다는 것도 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 놀라운 논리이다. 알지만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 증조할머니처럼. 시도할 수 있다. 시도해야 한다. 우리 집이 부서지는 것을 막아야 할 마당에,..
인내는 기다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피어나는 법. -지금은 기다려야할 때이다라는 걸 아는 나도 인내심이 있는 거겠군. 모든 것을 전부 혼자 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나는 아직도 자존심이 짱짱한 듯하다. 아직도 혼자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책은 지난번에 읽은 ‘나무수업’이란 책의 도움이 컸다. 간략한 내용이 이 책에 있고 자세한 내용은 ‘나무수업’에 있다. 대신이 책에는 각 나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아주 좋았다. '미루나무'??? 내가 알고 있는 미루나무랑 좀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한번 그려보았다.
가매시-까마귀 간세둥이-게으름뱅이, 오몽하다-부지런히 움직이다 강셍이-강아지, 고넹이-고양이 고장-꽃 곤밥-흰쌀밥, 고넹이추룩-고양이처럼 곰세이-돌고래, 배 알로-배 아래로 곱을락-숨바꼭질, 지넹이-지네 구젱기-소라 귓것-귀신 굴룬각시-내연녀 궨당-권당/친척, 물애기-젖먹이 깅이-게, 트멍-틈 고대-조릿대(한라산에서 자생하는 키 작은 대나무), 가근하게-다정하고 친하게 내창-내, 멘주기-올챙이, 멘들락-홀딱 넉둥베기-윷놀이, 주왁거리다-기웃거리다 닁끼리다-미끄러지다 달모루-오름이름 도댓불-등대를 밝히는 불빛 돌킹이-부채게(야무지고 주체성이 강한 사람을 부를 때도 쓴다), 벨라진-약삭빠른 동카름-동쪽에 있는 마을 두리다-어리다 똘르다-따돌리다/뚫다, 동그리다-칼이나 가위로 오리다, 두렁청한-어리둥절한 랑마..
제목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 ‘어린’ 왕자가 아니고 ‘애린’ 왕자이다. 이 책은 어린왕자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의 책이다. 나는 아마도 지금까지 어린 왕자를 20번도 넘게 읽은 듯하다. 워낙 좋아했던 책이었으니까. 경상도 버전의 어린왕자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 책은 그냥 눈으로 읽는 거 보다 소리내어 읽으면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다들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자.ㅋ 아! 애린 왕자, 나는 니가 마이 외로븐 생활 한 거를 이래 쪼매씩 알았데이. 그동안 니를 달래준 기 해가 저무는 광경밖에 없었다 생각하이 와 나도 슬플라카노. 넷째날 아침인가 니는 이켔제. “내요, 해넘이를 진짜 좋아하니더. 지금 해넘이 보러 갈란교…” “하지만 기다려야 할낀데…” “기다린다니 멀?” “해가 지기를 기다레야한다꼬..
책의 제목도 관심을 끌었지만, 책의 생김새가 더 관심을 끌게 한 책이다. 다른 책과 달리 아주아주 길다랗게 생긴 책이었다. 그리고 세가지 꽃에 대한 마치 신화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다. 패랭이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에서는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그림까지 그렸다. 뭔가 동화 속을 혹은 만화 속을 서성이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아이들에게 외모의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칭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얼마나 명석하고 재미있는지 계속 말해주는 것도 좋지 않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기괴한 허영에 빠져 기회가 될 때마다 작은 서커스의 동물들처럼 재능이나 지식을 자랑해 보이려고 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경험에서 얻는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롱을 부리거나 잘난 척하다가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페르세 폴리스는 고대 페루시아 왕조의 수도이다. 이란에 있다. 이란 책이라고 소개하는 글을 보고 빌려보게 되었다. 엄청 두꺼운 책에 내용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근데.ㅋ 만화책이다. 이란에서 태어나 이란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겪은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여성들의 머리카락에는 남성들을 흥분시키는 빛이 들어 있다. 여자들은 머리를 가려야 한다. 히잡을 안 쓰는 것이 문명화의 증거라면, 동물들이 우리보다 더 문명화된 것이다. -이란에서 모든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는 의무를 지우며 한 말이란다. 전에 읽은 책에서 이슬람 사원에서 여자들이 구석진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유가 남녀가 같이 사원에 들어가 절을 하면 여자들의 엉덩이를 보고 남자들이 흥분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던 글이 생각난다. 도대체 이슬람교 남자들은 뭐지..
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의 어둠은 자신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든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동시에 그런 상황에 놓이면 인간의 뇌에서는 즉시 센서가 발동하여 청각과 촉각과 후각이 잠들어 있던 능력을 활짝 펼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몇 십년만에 맞는 심각한 태풍이 정전을 초래하자 작가가 어둠을 표현한 글이다. 나는 이런 어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불을 끄고 잠시만 기다리면 어둠에 적응되어 사물이 조금씩 보일 정도로 어디든 빛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명작이 사라져버리고 한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전철 선반에 깜빡 두고 와도 아깝지 않을 종류의 책이 매월 몇백 권이나 출간되어 일시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서점에 가득 쌓여 있다. -서점가의 동향은 일본이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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