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싸구려 커피’로 일약 스타가 된 장기하의 소소한 이야기이다. 이런 류의 책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슬슬 읽어보고 싶어서 빌려왔다. 그도 나처럼 하루키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뭐 이런 동질감으로 책을 읽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기가 참 어렵다. 백신 접종 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데, 사람들은 그게 걱정이라고 한다. 난 잘하는데. 책 정도 보거나 영화 정도 틀어놓고. 그럼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닐테지? 장기하는 이 책의 서두에서 아무것도 안해도 '상관 없는 거 아닌가?'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자유로운 삶이 가진 그늘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막연함이었다. -누구나 자유를 갈망하지만 막상 자유로워지면 불안해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있는지 ..
이 책의 작가는 걷기의 끝판왕이다. 12,000킬로미터인 실크로드를 걸어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왜 떠나는가?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질문. 왜 안 떠나는가?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댄단 말인가. -은퇴 후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작가의 말이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리옹에서요.” “걸어서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베니스에 갑니다.” “베니스요? 걸어서요?” 나는 웃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신혼여행 중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걷다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뭔가 걷는게 신나 죽겠는 대화이다. 작가의 글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책이 두껍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신나는 일이다. 절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책 제목이 재미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란 그만큼 흔하게 아니 전혀 가능성 없는 상황을 나타내는 하루키식의 표현방법이다. 여자는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 -왠지 맞는 말 같다.ㅋ 내가 화를 낼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로 기분이 그래서 화를 내는 거 같다. 무엇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만 따지고 보면 딱 그것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분이 안 좋아서 매사에 화가 나는 거 같으니까. 가방이란 것은 사소한 크기와 재질의 차이로 편리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가방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사용하는 가방은 항상 정해져 있다. 어쩌다 꽤 마음에 들어서 샀다할지라도 사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어서 그전에 ..
요즘 걷기 책을 많이 읽는다. 걷는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인 듯하다. 이렇게 걷기 책을 많이 읽어두면 다음에 걸을 때 꽤나 멋지게 걸어낼 것 같다. 심심하기도 일종의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걷다 보면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져들면서 가벼운 피로감이 온몸의 근육에 스며들며 더는 걱정거리를 곱씹지 않고 자유로워진다. -오로지 걷기에만 수동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 기분을 느껴보면 걷기가 좋아진다. 나는 심심해 죽겠는 때가 없다. 심심하면 좋다. 기술이 있는 걸까? 길을 잃은 보행자가 갈피를 못 잡게 되면 길가의 구경꾼이나 밭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얻는 정보는 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쉬워요. 곧장 가면 돼요.” 그 간단한 말 뒤에는 길의 철학이 모두 담겨..
첫 에피소드부터 경이러움이 확 밀려오는 책이다. 나무들은 옆의 나무와의 우정이 있어서 혹시 죽어가는 나무가 있으면 뿌리로 서로에게 양분을 나누어 준단다. 그리고 같은 키의 나무들은 절대로 옆의 나무를 침범해 가지를 뻗지 않는단다. 대단한 나무의 우정이다!!! 나무의 언어-먼저 향기로 먼곳에 있는 나무와 의사 소통을 하고, 화학적 작용으로 하지만 그건 분당 1센티를 가기 때문에 느리고, 균류를 이용해 ‘월드 와이드 웹’을 형성한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무에게도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꽃의 형태와 색깔 역시 광고판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권태로운 초록 세상에서 남들보다 튀어 자신의 식당으로 벌들을 끌어모르기 위한 손짓이다. 벌은 한번 나..
지난 번에 영화로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원작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원작을 찾으며 작가에 대해서도 검색을 해 보았는데,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책에 보면 작가의 이름이 두개로 되어 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이다. 그 이유는 처음에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받았는데, 수상 후 큰 혹평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중에 그는 가명인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다시 책을 써 공쿠르 상을 또 받았고, 수상 후에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콩쿠르 상은 한 작가에게 평생 한번만 주는 상이라는데, 그는 가명을 써서 그 상을 또 받은 것이다. 이런 작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못된다.(파스칼) 이 책은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가만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리라. 시작부터 흡입력이 좋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느린 사람들은 평판이 좋지 못하다. 흔히 느린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들으며, 매사에 동작이 굼뜬데다가 서투르다는 말도 듣는다. 심지어 매우 힘들고 까다로운 작업을 하고 있을 때조차도 워낙 행동이 느려서 그렇다는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좀 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여유 있는 동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도 우아함이라고 보기보다는 운동신경이 느리기 때문이라고..
하루키가 어린 시절 키우던 고양이를 아버지와 함께 해변에 버렸던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의 아버지 또한 많은 형제 중에 태어나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 가족에게 버림받아 혼자된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이다. 그런 유의 기억은 반드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그 깊이와 형상이 달라지는 일은 있어도 죽을 깨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나도 어려서 엄마가 아파 외할머니댁에 며칠 가 있었던 적이 있다. 잠시만 차를 타도 멀미 때문에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내가 기차를 타고 끝도 없이 먼 외할머니댁에 엄마 없이 간다는 것은 마치 버려진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내가 아직도 외할머니댁 과수원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땅만 ..
먼저 제목이 아주 멋지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슨 용도가 있을까? 여행에 관한 내용이라니 세상을 여행의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얘길까?? 여행같은 욕망은 무엇보다도 상식에 어긋나지만, 그런데도 욕망이 계속해서 상식에 저항하면 우리는 이러저런 이유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억누르기 힘든 욕망, 그걸 뭐라 불러야할지, 사실 우리는 모른다. 무엇인가가 점점 더 커지다가 어느 날인가 닻줄이 풀리면, 반드시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떠나고 보는 것이다.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냥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 주리라.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여..
2017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본 우리는 이렇게 순례에 관한 책이 있으면 잘 빌려온다. 내가 빌려오니 남편이 먼저 읽었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뚝딱 읽어버렸다. 이어서 나도 읽고, 우리는 다시 또 순례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아마도 이런 저런 여건이 되면 또 가지 싶다.ㅋ ‘보물섬’, ‘지킬 앤 하이드’를 쓴 스티븐슨이 세운 삶의 규범이 순례자에게도 적용된다. 1.행복해지기로 결심하라. 단순한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법을 배우라. 2.당신의 상황에서 가장 나은 부분을 끄집어내라.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누구나 삶에서 즐거움도 느끼고 슬픔도 느낀다. 3.당신 자신에게 관대하라. 4.비난에 개의치 말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다. 5.당신만의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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