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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는 걷기의 끝판왕이다.
12,000킬로미터인 실크로드를 걸어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왜 떠나는가?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또다른 질문. 왜 안 떠나는가?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댄단 말인가.

-은퇴 후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작가의 말이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리옹에서요.”
“걸어서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베니스에 갑니다.”
“베니스요? 걸어서요?”
나는 웃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신혼여행 중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걷다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뭔가 걷는게 신나 죽겠는 대화이다. 작가의 글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책이 두껍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신나는 일이다.

절벽 꼭대기에 자리잡은 사크라 디 산 미켈레 수도원-지평선에 우뚝 솟은 거대한 실루엣은 우리가 그곳을 떠나 걷는 사흘 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되었고 몽생미셸에 비교되는 거대한 수도원이런다. 한번쯤 보고 싶다.

통행량이 있는 도로를 걷는 보행자의 법칙-걷는 사람도 트럭을 보고 트럭도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도록 달려오는 자동차들을 마주 보며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기계라는 과물은 신선한 살을 더 좋아한다.

-순례를 하다보면 도로를 걸을 때가 불가피하게 있다. 잘 기억해두어야할 법칙이다. 신선한 살을 가지진 않았지만.

원래 세운 계획에서 하루가 늦어지긴 했지만, 그깟 시간 절약이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중요한 건 여행 전체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 초반 일주일 동안 끝없이 했던 고민이 있다. “오늘까지만 걷고 내일 아침엔 차를 타자.”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딱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된다. 매일 그날의 목표를 걷기 위해 노력하지만 발에 생긴 물집으로 적게도 걷고 때론 숙소가 나오지 않아 많게도 걷게 된다. 시간을 낭비할 틈도 절약할 틈도 주지 않는 것이 순례길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나의 첫번째 반응은 늘 그랬듯이 되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확실한 건 내가 같은 길은 결코 두 번 다시 안 가려고 한다는 사살이다.

-긴 걷기 여행을 하다보면 생기는 고집이다. 정말로 되돌아가기는 앞으로 더 많은 걸음을 걷는 것보다 두렵고 싫다. 인생에서는 이런 고집을 부릴 수 없지만 걷기에서는 완고할 만큼 고집을 부리게 된다.

걷기란 ‘흩어졌던 나 자신을 다시 모아주는 느림’이다.

걷는 사람은 자기가 원할 때 걷기 시작하고, 자기가 원할 때 걸음을 멈춘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 엔진이 나의 시간을 제어한다.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권이 걷기로 커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를 출퇴근 때마다 생각한다.

도보여행과 관광을 병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명소를 보려면 안 걸어도 될 길을 오랫동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보여행을 해보면 깊이 공감하는 말이다. 우리도 산티아고를 걸을 때 관광은 하지 않았다. 하루쯤 늦어지면 어때라고 하지만 그걸 보기 위해 가외로 더 걷는 건 절대로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항상 ‘여정을 남겨둬야 다음에 또 여행을 오지’라며 합리화했었다.


걷기 여행을 할 때 작가의 모습과 그의 짐차인 '율리시스'이다.
사람은 잘 걷게 생겼고, 짐차는 짐을 잘 실어 나르게 생겼다.

베르나르는 그의 여자친구 베네딕트와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걷기 여행을 마쳤다.
정말 잘 걷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실크로드를 다 걷고 낸 책 '나는 걷는다'의 종결편인 셈이다.
도서관에서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찾아보니, 이번에 본 책만큼 두꺼운 책으로 3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방학에 그 세권을 읽기 시작하려고 빌려왔다.
워낙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아마도 두껍고 많지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전!!!

그리고 이책은 발칸반도의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우리에게도 낯선 여행지인 그곳을 나도 여행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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