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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피소드부터 경이러움이 확 밀려오는 책이다.
나무들은 옆의 나무와의 우정이 있어서 혹시 죽어가는 나무가 있으면 뿌리로 서로에게 양분을 나누어 준단다.
그리고 같은 키의 나무들은 절대로 옆의 나무를 침범해 가지를 뻗지 않는단다.
대단한 나무의 우정이다!!!
나무의 언어-먼저 향기로 먼곳에 있는 나무와 의사 소통을 하고, 화학적 작용으로 하지만 그건 분당 1센티를 가기 때문에 느리고, 균류를 이용해 ‘월드 와이드 웹’을 형성한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무에게도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는 이야기는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꽃의 형태와 색깔 역시 광고판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권태로운 초록 세상에서 남들보다 튀어 자신의 식당으로 벌들을 끌어모르기 위한 손짓이다.
벌은 한번 나무에 앉으면 체계적으로 수관 전체를 훑어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꽃가루를 여기저기 뿌리게 된다. 그래서 나무는 자웅이체의 방법으로 근친상간을 미연에 방지한다.
-유전적으로 알고 암술이 꽃가루 테스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근친상간을 막는 나무의 생태가 놀랍다. 그리고 나무의 '근친상간'이라는 상황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흥미롭다.
너도밤나무는 80~150세가 되어야 자손을 만들기 시작해 400세까지 산다. 총 180만개의 열매를 만드는데 그중 하나가 너도밤나무가 된다. 포플러 나무는 평생 10억만개의 열매를 내는데 한그루의 포플러나무를 만든다.
-나무가 그저 산에 들에 막 자라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로 나무 한그루가 된다니, 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가치는 충분한 듯하다.
나무에서 최고의 압력이 관측될 때는 봄에 잎이 나기 직전이다. 그를 때 물은 나무에 청진기를 갖다 대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차게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나무가 물을 빨아들여 이동하는 힘이 이정도라니 놀랍다.
오래된 숲에서 사는 작은 곤충들은 평생을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해도 1미터도 못간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이 숲을 훼손하면 거기 살던 작은 곤충들은 다른 숲으로 걸어서는 절대로 이동할 수 없단다. 새들에게 붙어서 이동할 수 있는 행운이 있을 뿐이란다.
벌레들도 나름의 비애가 있었다.
숲을 기후 변화에 맞서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숲이 늙을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어야 한다.
숲을 살리는 방법은 가만히 두는 것이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숲을 열심히 가꾸고 있으니...
제주도에는 '원시림'이라는 곳이 몇곳에 남아있다. 그곳에 가면 나무들은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멋지게 조경을 해 놓은 숲과 달리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숲이 더 건강한 숲이라니, 사람에게도 숲에게도.
나무는 봄에 기온이 높아지는 것을 감지하고, 날이 훤한 것을 보고,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됐는지 기억한다.
나무도 생각을 한단 말이지? 특히나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 되는지를 기억한다며 셈을 할 줄 안다고 표현했다. 이런 모든 활동은 사람의 경우 뇌가 하는데, 나무는 뿌리가 한단다.
나무는 걷지 못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맞춰 이동은 필수이다. 그래서 나무는 자신의 씨앗을 멀리 보내서 이동한다. 즉 세대교체만이 나무가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보통 일년에 400미터 이동한다고 한다.
나무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는 신기하고 장엄하기까지 했다.
침엽수림은 혈압을 높이고 활엽수림인 혈압을 낮춘다.
나는 혈압이 높은 편인데, 앞으로 숲 산책은 활엽수림에 가서 해야겠다.ㅋ
숲에서 엄마 나무 아래에는 씨가 떨어져 싹이 튼 아이나무가 자란다. 이때 엄마나무는 햇빛의 97퍼센트를 독식하고 아이 나무에게는 겨우 3퍼센트의 햇빛만 나누어준다. 매정한 엄마나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유가 따로 있다. 아이 나무가 풍부한 햇빛으로 쑥쑥 자라면 급 성장하여 줄기가 약하고 나무질에도 공기가 많아 균의 침입을 받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3퍼센트의 빛으로 자라는 아이나무는 천천히 자라면서 줄기가 튼튼해질 수 있다고 한다.
거의 100년을 이렇게 자라면 그때부터는 엄마나무와 동등하게 햇빛을 받을 만큼 자라는데, 이때 엄마나무는 마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머리가 빠지듯이 잎이 듬성듬성해져서 아이나무에게 더 많은 빛을 양보한다고 한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숲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의지하며 평온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 내용은 아주 길게 소개되어 있고, 책의 곳곳에 반복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너무 신기한 이야기여서 요약을 해 보았다.
나무에 관한 책이라서 자연보호를 해야 한다느니,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나무의 습성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나 나올 거라고 생각한 책이었는데...
그 어느 소설책 보다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나무의 세계를 작가가 실제로 보고 느낀 것을 잘 정리했고, 나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제시되고 있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숲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쾌하게 제시한 좋은 책이었다.
책 리뷰를 너무 길게 쓰면 지루한 건 잘 아는데, 이 책은 요약해서 기억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본의 아니게 길어졌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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