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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고양이를 버리다

gghite 2021. 7. 1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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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어린 시절 키우던 고양이를 아버지와 함께 해변에 버렸던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의 아버지 또한 많은 형제 중에 태어나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 가족에게 버림받아 혼자된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이다.

그런 유의 기억은 반드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그 깊이와 형상이 달라지는 일은 있어도 죽을 깨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나도 어려서 엄마가 아파 외할머니댁에 며칠 가 있었던 적이 있다. 잠시만 차를 타도 멀미 때문에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내가 기차를 타고 끝도 없이 먼 외할머니댁에 엄마 없이 간다는 것은 마치 버려진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내가 아직도 외할머니댁 과수원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땅만 보며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그 기억은 마치 트라우마처럼 내 기억에 남아 있나 보다.
그후로도 나는 너무나 잘 우는 울보로 어린시절을 보냈다.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그 실태를 말로는 타인에게 잘 전할 수 없는 무거운 체험이 있고, 그걸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채 살다가 죽어가는 것이리라.

-누구나 자기만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리라.

내려가기는 올라가기보다 훨씬 어렵다.

요즘 오름에 가끔 오르는데, 이때 나도 느끼는 것이다. 보통은 올라가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나는 유독 내려오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루끼도 그런다니 재미있었다.

책은 아주 짧은 내용이었다.
하루키의 최근 책이어서 빌려 본 것이었는데, 수다스럽기 그지 없는 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책으로 내면서 많지 않은 기억들이라 글이 짧아진 듯하다.
어쩌면 침략전쟁에 어쩔 수 없이 가담하게 된 아버지의 상화에 대한 상황설명이었을 것도 같다.

이 책은 중간에 그려진 삽화가 아주 마음에 든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느낌의 삽화들이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소한 대화를 나누듯이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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