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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자기 앞의 생

gghite 2021. 7. 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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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영화로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원작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원작을 찾으며 작가에 대해서도 검색을 해 보았는데,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책에 보면 작가의 이름이 두개로 되어 있다.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이다.
그 이유는 처음에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받았는데, 수상 후 큰 혹평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중에 그는 가명인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다시 책을 써 공쿠르 상을 또 받았고, 수상 후에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콩쿠르 상은 한 작가에게 평생 한번만 주는 상이라는데, 그는 가명을 써서 그 상을 또 받은 것이다.
이런 작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난 눈물이 많은 편이다. 아마도 내안에는 남들보다 더 큰 붙박이장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 뻔하다.

이 책에서는 로자아주머니가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영화에서 소피아 로렌이 연기하면서 발산했던 매력이 책에는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새삼 배우의 연기가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는 아무도 없는 만큼 자기 살이라도 붙어 있어야 된다.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람들은 뚱보가 된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저소득층에서 비만 인구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이겠다. 하지만 왠지 이 말은 또 뚱뚱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것이라 위험한 발언이기도 하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

-시크한 표현이다. 아마도 작가의 특징같다. 희망은 어쩜 사람을 미치게 한다. 하지만 잘 잡히지 않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으로 가지고 있다. 내 희망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죄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다. 미칠 노릇이다.

나는 십칠년간 식물인간으로 살아간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 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여년을 매달려 있었던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쳐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치매로 죽어가는 로자아줌마를 병원에 데려가 생명 연장을 하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모모의 생각이다. 안락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하는 ‘명예를 지키며 죽을 권리’와 일맥상통하는 생각이다.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나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아직 젊어 그런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모모는 사람은 ‘사랑해야 한다’고 되뇌었으니 살 것이다.

책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두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되었다.
특히 내 느낌으로는 작가가 모모를 통해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원작을 찾아본 것이 작가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하게 했다.
아주 멋진 글투를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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