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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gghite 2021. 7. 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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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종종 ‘후렴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핏 옳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개에 깊이가 없다고 할까. 미로 속으로 들어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여지없이 녹초가 되고 피로도 의외로 오래간다.

-‘후렴이 없는 사람’ 과 대화해본 적이 있다. 뭐든 대화내용을 너무 강조해 호들갑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한참을 대화하다보면 지치게 하는 사람이다. 대화에도 여유가 없는 사람이랄까? 나도 너무 ‘진지충’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굵게 만 김밥이란 정말 참 훌륭하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모두 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김밥 양끝의 내용물이 다 튀어나온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일까?

-나도 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김밥은 밖에서 사먹기 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걸 더 좋아한다. 김밥을 만들어 먹는 날은 어김없이 과식이다. 김밥 꽁다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식의 양보가 아니다. 꽁다리에는 밥과 재료의 비율에서 재료가 더 많기 때문에 훨씬 맛이 좋다. 하루키씨, 모르셨군요 ㅋ

갓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이며 씹었을 때 바삭한 식감이며, 뭔가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하루키의 이런 글쓰기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든다. 글을 이렇게 부드럽고 신선하게 쓰고 싶다.

인생에는 감동도 수없이 많지만 부끄러운 일도 딱 그만큼 많다.

-나는 어째 살면서 부끄러웠을 때가 감동적인 때 보다 많았던 거 같다. 생긴 것 때문에 말주변 때문에 가진 능력 때문에 부끄러웠던 일이 훨씬 더 많다.

나뿐만 아니라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불완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별로 신통찮고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꼬박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내 멋대로 상상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려나.

-월요일 아침 출근하며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그럭저럭 일주일이 지나가겠지 하면서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시기란 인생에서 아주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방심해서 가스 잠그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미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선율에 미친 듯이 끌리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그래서 그 시절이 소중함을 절감한다. 물론 이 나이에도 방심해서 가스 잠그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일은 여전히 하고 있지만 말이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가 하면,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일 터다. 이미 상당 부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런 칭찬을 받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인간이란 칭찬에 부응하고자 무리하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에 얻은 직장에 동기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우리는 일을 배우는 입장이라, 선임들이 4명에게 적절히 칭찬과 잔소리를 한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해 보니 칭찬도 꽤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칭찬이 힘이 되기 보다는 우리끼리 경쟁이 되고 더 좋은 말을 듣기 위해 적잖히 긴장하고 신경써야 해서 아주 피곤하기 때문이다. 경쟁도 부추기고...

역시 하루키 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글이 거부감이 없고 썰렁한 위트가 나를 웃게 한다. ‘무라카미라디오’시리즈가 한권 더 남았는데,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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