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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걷는 독서 / 박노해

gghite 2021. 10. 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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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을 빌렸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출 중이던 책.
요즘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아침 출근 때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가끔 승용차로 출근하던 동료가 지나가다가 빵빵하고 아는 척을 한다. 타라고 해도 나는 그냥 걸으며 책을 읽기를 택한다.
급식실에 오면 걸으면서까지 책을 읽냐며 놀림 반 칭찬 반으로 이야길 한다.
제주도로 이사 온 후 나는 운전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얻은 즐거움 중 차안에서 또는 걸으면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보고 싶었나 보다.
물론 박노해 시인의 시도 엄청 좋아한다.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내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난 참 천천히 걷는 사람이다. 그래서 영혼이 길을 잘 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내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내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다.

나는 이 지상에
비밀히 던져진 씨앗 하나.
아무도 모른다.
내 안에서 무엇이 피어날지.

자기밖에 모르는 삶은 흔한 비극이다.
자기마저 모르는 삶은 더한 비극이다.

똑똑한 사람은 알맞게 옳은 말을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때맞춰 침묵할 줄 안다.

악의 완성은
선의 얼굴을 갖는 것이다.

빛과 어둠에는 총량이 있듯이
기쁨에도 슬픔에도 총량이 있다.
행운에도 불행에도 총량이 있다.

울지마
사랑한 만큼
슬픈 거니까.

제일 좋아하는 열 개의 단어를 적어보라.
제일 경멸하는 열 개의 단어를 적어보라.
그러면 내가 누구인지 드러날 것이다.

그저 그런 책 백 권을 읽는 것보다
단 한 권의 책을 거듭 읽는 게 낫가.
-그래서 이 책을 거듭 읽어보려구~

자주, 그리고 환히 웃어요.
가끔, 그리고 깊이 울어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사랑에 감싸여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는 부모는
불행히도 나쁜 부모다.

삶에서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

사람은 인생의 모든 시기에
잘 나가기 어려운 것처럼
인생 내내 헤매기도 어렵다.

신은 건강의 비결을
발바닥과 대지에 반쪽씩 써넣었으니
그들이 입맞춤할 때 강녕하리라.

어린 날 글자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가 그랬지.
아가, 없는 사람 험담하는 곳엔 끼지도 말그라.
그를 안다고 떠드는 것만큼 큰 오해가 없단다.
그이한테 숨어있는 좋은 구석을 알아보고
토닥여 주기에도 한 생이 너무 딻으니께.
아가, 남 흉보는 말들엔 조용히 자리를 뜨거라.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도록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라.

868페이나 되는데, 시 하나하나 읽느라 엄청 오래 걸릴 듯했는데, 짧은 글귀들이어서 금방 읽었다.
읽고 또 읽고 해서 책을 하루에 두번씩 완독했다.
급식실 언니가 두꺼운 내 책을 보더니 ‘이거 사전이니?’라고 물었을 정도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돌려봤는데, 다들 너무 좋은 책이라고 했다.
그중 친한 사람이 너무 이 책을 좋아하길래 내가 선물로 사서 주기도 했다.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게 책읽기를 권하기에도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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