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면서 목적지인 벨로라도에 도착하니 그나마 정신이 차려졌다. 우리는 숙소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었나 보다. 로비에 사람이 없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 우리는 다른 숙소가 아니라 꼭 이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 오는 길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 숙소에 있는 레스토랑 음식이 엄청나게 맛이 있다고 했다. 물집 투혼을 벌이며 이 목적지까지 오는데, 우리는 점심도 못 먹었고, 울 뻔했고, 더위에 미칠 뻔했고, 지팡이도 버렸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숙소에 빈 침대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모든 침대가 다 나갔기 때문에 스텝도 자리를 비운 것일 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우리처럼 늦게 오는 사람이 없어서 스텝이 잠시 자리를 비운 거였..
산티아고 2017.6.16(41,357걸음) 오늘은 산토 도밍고에서 벨로라도까지 걸었다. 전체적으로 평지이지만 엄청나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해야 한다. 이게 고난의 길이 될 줄이야...ㅜㅜ 오늘도 20킬로 초반대라 만만했지만, 문제는 우리 발에 잡힌 물집이었다. 어제 저녁을 같은 식당에서 먹으면서 부쩍 친해진 브라질팀과 아침에 출발하기 전 숙소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이다. 특히 엘리오는 나이가 많고 영어를 전혀 못해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서로 친분을 교류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한다. 이들도 우리처럼 걸음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렇게 아침에 같이 숙소에서 출발하면 거의 같은 속도로 목적지까지 함께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문제의 물집 때문에 이렇게 아침에..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뜨거운 햇빛에 맞서며 걸을 필요가 없었다. 바람까지 선선히 불어 진짜 쉽게 걸을 수 있었고, 그래서 목적지에 오후 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도착했다. 이렇게 일찍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숙소는 일층에는 로비와 주방, 휴게실 같은 것이 있고, 이층에 올라가면 이렇게 여러 개의 방에 여러 명의 사람이 자는 구조였다. 창문 하나에도 산티아고 분위기가 물씬 난다. 밖은 환하지만 숙소는 좀 어둡다. 시에스타 시간을 이용해 자는 사람을 위한 배려이다.숙소에서 보니 언제나 일찍 도착하는 선두 그룹에 속한 사람들도 이제서 장을 봐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그 시간에 우리는 길에서 걷고 있었으므로 선두 그룹이 점심 먹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독일에서 바이올린 ..
오전엔 약간 오르막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길의 법칙 중 하나,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고 나면 그 꼭대기에는 언제나 시원한 음료를 파는 푸드트럭이나 좌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른 오르막이 끝나는 제일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도 어김없이 과일과 음료를 파는 좌판이 있었다. 근처 마을 청년들이 몇몇이 모여 운영하고 있는 과일과 음료수를 파는 좌판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리가 아플 뿐 아니라 배도 고프고 목도 탈 타이밍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는 좌판은 순례자들에게 마치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변수가 되었다. 구름이 잔뜩 낀 스페인의 여름은 절대로 덥지가 않다. 살랑살랑한 바람 때문에 걸으면서 콧노래가 절로 나올 것처럼 아주 상쾌하다. 그러니 다들 목이 타게 걷지를 않았다. ..
산티아고 2017.6.15.(42,416걸음) 오늘은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까지 걷는다. 오늘 걸어야 하는 거리는 21킬로밖에 되지 않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걷는 것이다. 보아하니 중간에 엄청난 오르막이 있다. 그래도 거리가 짧으니 크게 겁이 나진 않는다. 게다가 중간에 마을이 두번 나타나니 거기서 밥도 술도 먹으며 쉴 수 있을 것이다.ㅋ이렇게 적게 걷는 날은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여유를 많이 부린다. 일어나는 시간도 조금 늦어지고 아침을 챙겨 먹고 가는 사람도 많아진다. 숙소 로비에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 아침도 먹고 잡담도 하고 짐도 천천히 싼다. 이 아가씨들은 홍콩에서 온 아가씨들인데, 우리처럼 잘 걷지를 못한다. 둘다 얼마나 큰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지 그날의 목적지까지 도착하..
오늘은 허허벌판을 걷다가 조금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 했다. 산티아고 길에서 산은 그리 힘들게 올라가는 코스가 아니다. 대부분 빙글빙글 돌면서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산 정상에 올라가게 길을 조성해 놓았다. 잠깐이지만 이렇게 가파른 곳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10km가 지나면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엄청 열심히 참으며 걸어야 한다. 그래서 작지만 이 고개가 엄청 힘들었다. 요길 오르는데 세번은 바닥에 주저앉아 쉬어야 했으니..산꼭대기 나무 그늘 아래서 사진 한장을 찍어보니 우리 모습이 매우 재미있었다. 며칠 땡볕을 모자 하나 쓰고 걸었더니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외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살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외국 사람들은 소매 없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걷는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
산티아고 2017.6.14(48,623걸음) 알베르게의 방이 크고 그 방에 있는 침대에 사람이 모두 차면 밤새 엄청 덥다. 아마도 사람들의 체온 때문에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커다란 방에 백명 정도 되는 사람이 함께 잘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밤새 더워서 잠을 또 설쳤다.게다가 오늘도 사람들은 5시 전에 하나둘 나가기 시작한다. 5시면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숙소 안은 어둡다. 사람들은 배낭의 짐을 전날 다 챙겨두는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그대로 침낭을 걷고 배낭을 들고 나간다.마치 좀비같기도 하다.ㅜ대부분의 사람들은 씻지도 않고, 아침에 화장실에도 들리지 않고 그냥 길을 나선다. 백 명 정도 자는 숙소에 보통은 남녀 통틀어 네개의 샤워장과 네개의 화장실이 있다. 언제나..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30킬로를 걸어야 나타나는 logros(로그로스)이다. 이 도시는 꽤 큰 도시이다. 그곳까지 가려면 점심을 먹은 마을에서 서너 시간은 더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린 점심을 아주 든든히, 절대 지치지 말고 끝까지 갈려고 아주 든든히 먹어 두었다. 불필요한 짐을 버려 약간은 가벼워진 가방이니 걷는 게 좀더 수월하리라 믿어본다, 믿어본다, 믿어본다.산티아고 길을 걷다가 나타나는 마을에 따라 순례자가 마을을 맞이하는 느낌은 매우 다양하다. 작은 마을인 경우는 그냥 몇 걸음 걷고, 몇 집 지나면 마을의 시작에서 마을의 끝을 통과하기도 한다.하지만 큰 도시를 지나가는 경우는 느낌이 다르다. 허허벌판을 걷다가 지평선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해서 몇시간을 그 마을을 앞에 보며 걷게 된다..
산티아고 2017.6.13(46,903걸음) 어제 우리가 잔 알베르게의 방은 사람이 적은 방이었지만 날이 더워 그런지 매우 더운 밤을 보냈다. 너무 더워 잠도 깊이 못자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날과 달리 일찍 길을 나서느라 5시도 안된 새벽부터 부산스러웠다. 오늘 걸어야 하는 거리가 30킬로로 멀기 때문에 일찍들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덩달아 일찍 길을 나서기로 했다.아침마다 짐을 싸면서 살피는 것은 우리 짐에서 필요없는 게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짐을 싸면서 여분의 양말과 여분의 손수건을 버렸다. 산티아고 길에서는 여분의 물건이란 사치다.우리 걸음이 너무 느려 매일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니 오늘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하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 아침도 안 먹고 숙소를 나서니 해가 뜨..
뾰족산을 돌아 평평한 들이 나타났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우리는 이렇게 산을 오르고 평지를 걷고 산을 오르고 평지를 걸으면서 점점 고지대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평지를 가다가 오르고 또 평지 또 오르고 다시 평지이렇게 조금씩 고지대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며칠을 고도 600m인 땅을 계속 걷게 된다. 이 고원 지대를 메쎄타지역이라고 한단다. 스페인의 농업 경제 구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넓은 평지에 있는 밀밭과 보리밭에는 분명 경계가 안 보인다. 아마도 이 밭의 소유자는 엄청 큰 땅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밭 하나만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 규모가 한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저 앞에 미국에서 온 쌍둥이 형제인 강태규, 강남규 형제가 걸어가고 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플룻초보
- 브롬톤자전거
- 북리뷰
- 달리기
- 산티아고
- 한식조리기능사
- 브롬톤
- 한식조리기능사실기
- 코바늘뜨기
- 중국어번역
- 자전거여행
- 제주향토음식
- 중국동화
- 제주도맛집
- 제주도
- 부엔카미노
- 산티아고순례길
- 마라톤
- 솔라나
- 스테픈
- 제주여행
- 내가슴을뛰게할런
- 인도영화
- 플룻배우기
- 길고양이
- 제주맛집
- 산티아고여행
- 중국어공부
- 책리뷰
- 부엔까미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