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2017.6.12.(34,433걸음)오늘도 아침에 출발 전 짐을 챙길 때 우리는 버릴 것을 찾았다. 오늘은 빨래할 때 쓰려고 가지고 온 비누를 버렸다. 대부분의 숙소에 비누가 없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땀에 젖은 옷을 물빨래만 하고 땡볕에서 삶듯이 말리기로 했다. 스페인의 해는 너무 강렬해서 빨래는 정말 바삭하게 잘 마른다. 언제나 뽀송뽀송하다. 그러니 비누 빨래는 숙소에 비누가 있는 날만 하기로...ㅋ 알베르게에 딸린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서 어제 저녁 먹은 걸로 만족하고, 아침은 걷다가 먹기로 하고 출발했다. 자자, 오늘은 21킬로를 걸어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로 가 보자. 어제부터 슬슬 산티아고의 재미를 알게 된 우리는 오늘은 어디서 뭘 먹고, 뭘 구경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
아침부터 계속 과일로 수분과 허기짐을 채운 탓인지 그 후의 길은 계속 오르막길이었는데도 잘 견디고 걸을 수 있었다. 끝없는 오르막 끝에 있는 산 정상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반드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어제의 경험으로 우리가 점심시간 전에 목적지까지 못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빨리 자기의 걷는 스타일을 알아내는 것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잘 걷는 요령이다.마을에 들어서자 초입에 바가 양쪽으로 하나씩 있었다. 우리는 잠깐 쉬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잘 먹고 싶다는 생각에 어느 가게를 들어갈까 두리번거리며 염탐을 하고 있었다. 우선 한 가게를 들여다 보니 자전거를 타고 순례하는 사람이 여러 명 둘러 앉아 있어 어디 앉을 데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맞은편 가게로 가려고 발을 돌리는데,"어딜..
산티아고 2017.6.11.(39,606걸음)아침에 일어나면 버스를 타든, 순례길을 포기하든, 결단을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뒤척이며 잠을 잤다.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부시럭부시럭 짐을 꾸려 색벽부터 길을 나선다. 이런 작은 소란스러움 때문에 알람 소리도 없이 잠에서 깬다.게다가 우린 이층침대에서 자는 것도, 침낭 안에 들어가 자는 것도, 낯선 사람과 자는 것도 모두 낯설어 깊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보통은 유럽여행을 오면 일주일 정도 시차 적응을 하느라 밤에는 잠을 설치고 낮에는 졸고 그러는데, 어제 낮에는 걷는 게 너무 힘들어 졸 새가 없었고, 밤에는 낯설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낮에 계속 걷는 것이 힘이 들었는지, 단박에 시차 적응을 했다.가방을 꾸리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여분의 물건을 몇..
'용서의 언덕' 이후로는 다행히 내리막길이었다.우와~ 이제 좀 덜 힘들겠다.^^하며 신나게 걸었다? 왠걸? 올라오느라 힘 들었던 다리가 후덜덜 떨려서 내리막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게다가 신발 안에서 발이 앞으로 쏠리니까 발가락 끝이 마치 발레리나가 된 것처럼 아팠다. 이렇게 우리의 내리막 길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있는 이정표를 자세히 보면 왼쪽은 걸어서 순례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다. 보통은 자전거와 사람이 같은 길로 가는데, 아마도 가파른 내리막 길이므로 서로의 안전을 위해 따로 길을 내준 듯하다.남편은 참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힘들게 걷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남편은 신기한 것이 나타나면 모두 사진기에 담아 두었다...
산티아고 길을 걷다보면 정말로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다. 몇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일년에 한달 정도 유럽여행을 했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농한기인 겨울에 세달 정도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자유롭게 해야 해.'하는 생각으로 패키지 여행을 거부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외국을 가보지 않은 남편이 혼자서 비행기, 숙소 등을 스마트폰 하나로 다 알아보고 예약해야 했었다. 꼼꼼한 성격에 혼자 그런 걸 준비하는 게 큰 스트레스였겠지만, 그래도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은 혼자 그걸 다 해냈다. 그렇게 간 자유 여행이었지만 그곳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아무래도 언어적 한계도 있고, 쉽게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주어지진 않았다.그런데 산티아고는 달랐다. 산티아고..
2017년 6월 10일산티아고에 도착해 겨우 하룻밤을 자는데에도 우린 많은 것을 알았다. 우선 우린 한잠도 자질 못했다. 시차 때문인지 산티아고를 걸을 것을 염려한 때문인지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이곳의 더위 때문이었는지 밤새 잠을 설쳤다. 산티아고는 매우 더웠다.알베르게에서 공동생활을 하려면 무엇보다 슬리퍼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다. 순례길을 걸으며 땀이 많이 난 신발은 발냄새가 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알베르게에서는 순례할 때 신은 신발을 로비 옆에 있는 방에 벗어 놓고 숙소로 들어가길 요구한다. 우리는 걸을 때 신을 트레킹화만 신고 왔다. 슬리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시설이 깨끗한 편이어서 침실에서는 맨발로 다녀도 무방했지만 화장실과 샤워장을 다니기에 좀..
2017년 6월 9일세상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들, 밤이 늦도록 먹고 마시고 떠들더니 아침엔 그저 새소리만 들린다. 시차 적응 때문에 새벽 4시부터 일어나 해뜨길 기다렸다. 어제 숙소 찾느라 만이천 걸음이나 걸어 힘들다고 한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톡을 했더니. 앞으로 산티아고를 걸으면 60만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오빠랑, 26만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남동생 말에 급! 또! 막!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전 정보 거의 없이 온 나. 산티아고를 너무 만만히 봤을까? 오늘 아침 어떤 블로그를 보니 한국서 걷기 예행 연습을 엄청 하고 왔다던데. 난 겁이 없는 걸까? 대책이 없는 걸까? 헐~ 그래서 난 많이 쫄았다. 진짜 그렇게 힘들게 걸어야 하는 걸까?스페인 사람은 Wifi를 "위피"라고 한다. 티비 예능 프로였던 ..
2017년 6월 7일 집 떠난 날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마당에서 사진 한장 찍고,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출발했다. 제주 공항은 바다가 보이는 공항이다. 제주에 이사와 좋은 점을 발견했다. 집에서 나와 버스 타고 십여 분이면 공항에 와서 어디로든 출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골 살 때만 해도 외국에 나가려면 하루 전날 대여섯 시간 걸려 인천공항에 가서 근처서 일박을 해야 출국이 가능했는데, 제주에 사니 출국이 동네 마실가듯 아주 간편하다.제주 공항은 국제 공항이라지만 국내선과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과 ’중국선’이 있다고 봐야 한다.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국제선에는 중국인들 일색이다. 이 사람들은 아마도 죄다 한국에 쇼핑하러 왔나 보다. 얼마나 짐들이 많은지 혹시 ..
남편과 나에게도 1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딱히 누가 준 시간은 아니고, 그냥 우리 둘이 생활과 돈에 쫓겨 살던 삶을 잠시 쉬고 1년 정도 쉬어 보기로 했다. 한참 일할 나이에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 일이다. 아무리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우리를 보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1년을 쉬기로 했다.살다가 쉼표를 찍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중에 있는 돈이 떨어질 때까지 쉬겠다고 생각하니 돈이 줄어드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막연히 1년이라고 했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좋겠지만 마음은 더 불안하다.남편과 난, 경북 상주로 귀농해 9년간 농사꾼으로 살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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