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있던 찬밥을 모두 꺼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밥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해동해서 먹으면 금방 한 밥 같다고는 하는데… 나는 왠지 별로다. 전자렌지에 해동 코스로 돌려도 뭔가 처음 한 밥맛은 아닌 것 같다. 자연해동을 하면 그나마 좀 나은데, 그게 시간을 딱딱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흰밥, 검은쌀밥, 잡곡밥 등 냉동 시켜 두었던 밥들을 모두 꺼내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전에는 후라이팬에 누룽지를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오븐에 만든다. 오븐 코스 중 누룽지 코스가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그 코스에서 지정한 시간보다 조금 더 하는 게 좋다. 귀찮아도 5분 정도만 추가해야 한다. 순간 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냄새를 잘 맡고 있어야 한다.ㅋ 그래서 바삭바삭한 누룽지를 만들면, 간식으..
시인의 산문집… 어쩌면 어려운 내용일지도 모르겠지만, 읽어보기로.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그러니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게 예쁘게 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나도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들은 말을 가슴속에 되새기며 좋아하기도 아파하기도 하곤 한다. 누군가는 내 말 때문에 그럴테다. 봄을 반기며 마셨고 여름 더위를 식히자고 마셨고 가을이면 서늘하다고 마셨고 겨울이면 적막하다고 마셨다. -나도 한창 술을 마실 때는 마치 껀수가 없어서 못 마시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술을 마셨었다. 하물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은 심심해서 마셨으니.ㅋ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이것도 문고판 책이다. ‘문고판’이란 찾아보니, 일종의 ‘포켓북’인 듯하다. 아무튼 작은 책이다. 영화를 볼 때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 손으로 굳이 닦으려 하지 않는다. 갑자기 맺히고 서서히 흐르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나는 좋다. 알아서 흐르기도 전에 닦아버리면 순간의 감정을 닦아내는 것 같아서 싫다. 자연히 사그라들게 두는 것이 우리를 찾아오는 감정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면 참 당황스럽다. 누가 볼 새라 후딱 닦아버리기 일쑤다. 눈물이 흐르는 걸 그냥 두면 어떨지 나중에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눈물을 흘릴 용기가 생길 나이니까. 어떤 사람이 감정을 털어놓으며 내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공감인지 조언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대체로 해결책은 스스..
유대인 집안의 소년 한스와 독일 귀족 집안의 소년 콘라딘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리고 제2차 대전에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암울한 역사를 소설 속에 담아 내고 있다. 한스는 독일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김나지움에 다니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여 친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콘라딘이 전학을 온다. 그는 귀족 집안의 고귀한 자제였으므로 친구들이 그와 친해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았다. 그런 둘은 서로에게 끌려 친구가 되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함께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하던 둘은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곤 했다. 하지만 귀족 집안인 콘라딘의 부모 특히 엄마가 유대인인 한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서먹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종교가 다른 둘은 차이..
책이 아주 작다. 옛날에 이런 책을 문고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여학생들이 즐겨보던 로멘스 소설이 이렇게 작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학교 다닐 때도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나는 책장이 낧도록 친구들이 돌려보던 하이틴 로멘스 소설도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문고판 책이 낯설지만, 손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몇권 빌려왔다.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것을 느끼는 우리는 대화가 필요한 사이. 너와 나의 다름이 있어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하면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그 사람의 시선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상한 말들이지만, 언제나 공감하는 말이다. 공감은 백배하지만 남이 나와 다른 걸 인정하기는 왜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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