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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주 작다.
옛날에 이런 책을 문고판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여학생들이 즐겨보던 로멘스 소설이 이렇게 작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학교 다닐 때도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나는 책장이 낧도록 친구들이 돌려보던 하이틴 로멘스 소설도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문고판 책이 낯설지만, 손안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몇권 빌려왔다.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것을 느끼는 우리는 대화가 필요한 사이. 너와 나의 다름이 있어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하면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그 사람의 시선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식상한 말들이지만, 언제나 공감하는 말이다. 공감은 백배하지만 남이 나와 다른 걸 인정하기는 왜그리 힘이 든지 모르겠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겠지?

여행 중에 책방에 들러 하루의 반나절을 보내는 여유를 부릴 줄 아는 사람 그런 여행을 떠날 줄 아는 것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힘이라 생각했다.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아, 이제는 이런 말을 언제까지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ㅜ)에 우린 유럽여행을 자주 갔었다. 동유럽을 제외하고 왠만한 유럽의 나라의 수도는 한번씩 머물렀던 거 같다. 우리는 그때마다 그곳의 크고 작은 서점, 유명한 서점에 들려보는 것을 좋아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네델란드어, 스페인어 등 전혀 읽을 수 없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가를 마치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제목들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그중 왠지 끌리는 책이 있으면 소파에 앉아 책을 한장한장 넘겨보기도 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이국적인 정취가 참 좋았었다.
또 자주 각나라의 도서관에도 가보았다. 마치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러 온 사람처럼 책을 둘러보고 검색도 해보고 도서관 좌석에 앉아 현지 사람들처럼 독서도 해보고.
다시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 미치겠다…

늘 훈수는 어렵지 않거든요. 자기 것이 가장 어렵죠.

-맞다. 참견하고 충고하고 지적질하는 걸 점점 쉽게쉽게 하게 된다. 하고는 1분도 안되어 후회할 거면서…

사람을 미워하는 일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사람을 미워하거나 내쳐서 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어쩌면 자기 마음에 그와 똑같은 미운 사람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도 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미워 보이는 것이다.

-내가 사람을 미워할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미워하는 저 사람의 행동이 아마도 나와 닮아서일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미움을 접으려고 노력하고, 나를 돌아보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주 다른 사람을 미워한다.

아무리 ‘옳은 일’도 ‘좋은 일’ 앞에 무너지는 세상이다. 옳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서 옳다고 이야기한다. 옳음의 기준까지도 혼동하는 세상에서 나의 ‘옳음’에 대해 고찰한다. 그래, 역시 시시한 인간이 되지 말자.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을 나는 참 싫어한다. ‘좋은 것’이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느낌이다. ‘옳은 것’은 어렵고 불편할 수 있다. 그래도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참 편애하는 것이 많다. 좋은 것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언제나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물건이나 지역이 있다.
어쩌면 편애 없이 똑같이 대하는 것은 가식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공평하게 나누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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