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습관적으로 미스다 마리의 책을 도서관에서 보면 빌려온다. 이 작가에 대한 나의 신뢰가 두터워진 게다. 예전에 틱낫한의 ‘화’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봤었다. 사실 요즘은 화를 잘 내지 않아서 나의 화를 다스려야 할 정도는 아니다. 이 책으로 나도 느끼지 못하는 나의 화가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가장 괴로운 화는 슬픔이 들어 있는 화다. -이런 화가 무엇일지 매우 궁금하다. 분노와 질투, 쪼잔함이 있는 화는 내봤는데 ㅋ -내가 내는 화는 대부분 이런 화다. 뭔일이 일어나고 잠시 생각해 보니 화가 나는 것. 그때서야 화가 났음을 표현하기도 애매해 그냥 혼자 궁시렁거리는 정도의 화랄까? 살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 에피소드를 맛깔스럽게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작..
코로나 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책을 읽을 때가 자주 있었다. 근 2년간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은 몸살을 앓았다. 아예 문을 못 열었던 기간도 있어서 대출 예약을 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책을 대출해 주기도 했다. 이제는 좌석에 거리두기 자리가 군데군데 있으면서 그전의 반 정도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타격을 받은 곳이 도서관 매점일 것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점이 있었는데, 한동안 문을 못 열다가 최근에는 내부 공사를 했다. 그러더니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에는 국수와 정식이 3,8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저렴했지만 나는 불만이 좀 있었다. 부실한 밥과 반찬이었어서 밥을 먹고도 금방 배가 고파진다는 느낌이 들었..
남편이 인터넷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샀다. 케냐, 브라질산 커피 등이 브렌딩된 원두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싸게 샀는데, 맛이 나쁘지 않다. 한동안은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좀 설치는 거 같아서였다. 요즘 급식실에서 일하면서 좀 힘이 든다. 첫학기였던 1학기에는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잦고, 모든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 2학기가 되면서 차차 수업이 정상화되니 전교생이 등교했고, 그러다 보니 일이 벅찼다. 게다가 우리 급식실에는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급식 초기부터 일하던 언니들이 하나둘 퇴직을 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해마다 있어서, 거의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 지나면 초창기 멤버들은 모두 퇴직을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일이..
이 작가의 책을 두번째 읽는 것이다. 이제는 작가의 이름도 익숙해졌다. 책의 내용은 지난번에 읽은 ‘만’과 거의 비슷하다. 시간 차로 보면, ‘루’를 먼저 쓰고 ‘만’을 나중에 썼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나는 거꾸로 읽은 셈이다. ‘루’는 작가가 가족과 함께 보트피플이 되어 베트남을 떠나기 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썼다. 반면 ‘만’은 보트피플로 베트남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하는 내용이었다. 베트남에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이었다. 베트남이 남북으로 나뉘어 이념 대립이 있을 때, 공산주의자들에게 가족의 재산이 거의 몰수당했고, 그들의 삶도 비참해진 것이다. 마른 사람은 베트남 사람이고 살찐 사람은 베트남 사람이 아니다. 라는 내용으로 그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시대를 살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스타에서 소개받은 책으로 제목만 메모해두었었다. 두어달 계속 대출 중이어서 빌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빌릴 수 있었다. 매번 대출에 실패한 책은 더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일본어 제목인 ‘스키마와라시’라니… ‘극간동자’란 뜻이라는데, 정확한 뜻은 책을 다 읽어야 알 듯하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헐~ 귀신? 유령? 혼령? 뭐 그런 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워낙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는 처음에 한참 망설였다. 이걸 읽어 말어…. 주인공 산타와 그의 형 다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은 골동품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한 일을 한다. 산타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형이다. 산타는 어려서부터 ‘그것’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란 바로 ‘물건에 남아 있는 사념’이다. 산..
작가가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쓴 글이지만,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백퍼 공감할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읽으면서 어릴 때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겨 볼 수 있는 정감어린 책이다.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끝까지 읽고 생각한 것은 다 추억할 만한 것이지만, 아직은 그렇게 아련히 그리워하는 풍경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서 희미해진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은 옛날 일이나 추억하며 지낼 정도의 나이는 들지 않아서일까? 아마도 아직은 하루하루가 바쁘고 현재를 사느라 신경쓸 것도 많고 하니 옛추억이 아련하게 느껴지지 않..
음메에에에 하는 염소의 맛이 아니고 수영장에서 나는 소독약인 염소의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영장에 갔다오면 한참을 코끝에서 느낄 수 있는 염소의 향, 그걸 뜻한다. 제목도 특이하지만 내용도 신선하다. 게다가 무려 만화책이다. 그림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그려서 마치 정말로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하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에메랄드 색이 펼쳐지고 있어서 눈도 호강하는 듯한 책이다. 척추옆굽움증 때문에 물리치료사가 권한 수영을 하러 간 남자주인공은 거기서 수영을 아주 잘하는 여자를 알게 된다. 수영 선수였던 여자가 남자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남자는 어느날 여자에게 묻는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거 같은 거에 대해 생각해 봤어? 그녀의 대답은 이랬..
제목과 목차에서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소개하는 책 같았다. 하지만 소설책이다. 밤을 지켜주는 지킴이센터에서 일하는 쇼코라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심부름센터같은 곳인데, 아이를 두고 야근을 해야 하는 엄마나 늙은 부모를 두고 출장을 가야 하는 자식이거나 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아이나 부모를 밤새 부탁하면 그들을 보살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아침 11시쯤에 일이 끝나서 점심을 먹고 퇴근한다. 쇼코는 그 점심을 술과 함께 정성껏 먹는다. 그래서 제목이 ‘낮술’인 것이다. 철부지 때 임신을 하는 바람에 일찍 결혼을 했지만 곧 이혼을 한 주인공의 쓸쓸한 이야기와 의뢰인들의 쓸쓸한 사연이 낮술과 잘 어울리는 전개이다. 한번 노인이 되면 계속 똑같은 줄 알았는데 노인에도 단계가 있더라고. 젊은 노..
아주 간단하게 공갈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급식실 친구가 말해주었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했는데, 그냥 성공해 버렸다고. 그래서 나도 집에서 따라해 보았다. 정말 쉬웠다. 재료는 간단하다. 밀가루 150g에 물 80g, 거기에 식용유 10g을 넣고 대충 반죽을 한다. 공갈빵 속에 들어가는 재료도 간단하다. 흑설탕 3T, 밀가루 1T, 계피가루 1/2T를 잘 섞어둔다. 반죽한 것은 랩을 씌워서 실온에서 10분 정도 휴지를 시킨다. 너무 오래 시키면 질어지므로 딱 10분만. 반죽을 사등분한 후에 한 덩어리를 밀대로 밀어준다. 손바닥 정도 크기로 밀어준다. 여기에 속재료 만든 것을 1T 넣는다. 속재료 넣은 것을 만두처럼 잘 오무려준다. 터진 곳이 없게 꼭꼭. 다시 밀대로 밀어주는데, 이때는 살살 밀면서 최..
급식실 동기가 부시리를 가지고 왔다. 그의 남편이 낚시광인데, 자주 배를 타고 제주도 인근 바다에 나가서 낚시를 한다고 한다. 워낙 낚시를 좋아하고 오래 해서인지, 낚는 물고기도 예사롭지가 않다. 작년에도 그 친구가 부시리 머리를 먹어보라고 주었었다. 물고기 머리가 내 머리만한 것이었다. 물고기 볼따구 살이 거의 1kg은 됨직했다. 머리에 달리 살만 손질해서 먹는데도 며칠이 걸렸을 정도이다. 이번에는 급식실 식구들과 함께 회를 먹겠다고 잡은 부시리의 살을 발라서 숙성을 시켜왔다. 숙성회에서 느끼는 남다른 맛이 있다고 한다. 나야 아직 그정도로 회를 잘 몰라서 활어회나 숙성회나 잘 구별하지 못하지만. 급식실에 있는 제주도 언니들은 그 맛을 잘 알고 있었다. 가지고 온 살을 두툼하게 회를 쳐서 한끼 아주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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