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살때, 플룻을 배우고 싶어서 낙원상가에 가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악기상 아저씨의 조언만 믿고 산 내 플룻. 플룻이란 악기를 잘 만드는 나라가 어디인지, 잘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저씨의 조언에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내가 원하던 것은 취미로 플룻을 배우고 싶은데, 연습용으로 가장 적당한 플룻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때 아저씨가 내게 권한 것이 바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플룻인 'RIVERA'이다. 아저씨가 소리도 들려주셨는데, 나야 한번도 실제 플룻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저 괜찮은 소리가 나는 것으로 만족했다. 플룻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므로 그때 아저씨가 힘주어 이야기하시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이 날 뿐이다. 이게 대만에서 만들었지만, 독일의 ..
플룻을 배우기 시작한지 8개월 정도 되었다. 그 동안 소리내기, 1옥타브, 2옥타브 운지, 짧은 노래 등을 배웠다. 소리내기는 점점 좋아져서 이제 입에 대고 신경써서 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좋은 소리가 난다. 플룻 소리는 아주 낮은 음과 아주 높은 음을 내기가 힘들다. 한동안 나도 아주 낮은 음과 아주 높은 음을 잘 못내서 엄청 힘들어 했다. 낮은 음을 낼 때는 이상하게 목소리도 같이 난다. 바람소리만 내야 하는데 코를 통해서 내 목소리도 함께 나오는 것이다. 물 속에서 수영을 할 때 혀뿌리로 코로 통하는 통로를 막고 수영을 한다. 그런 상태로 소리를 내야 하는데, 수영을 10년 넘게 배운 나인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수영도 잘 못했나? 아무튼 의외의 복병으로 한동안 낮은 음을 내면서 목소리가..
이번에 플룻 레슨을 갔는데, 내 앞에 배우는 분이 한참을 선생님께 혼나고 있었다. 플룻은 1옥타브와 2옥타브의 운지가 거의 같다. 그래서 ‘파’를 운지하고 입술 모양을 조금 넓게(근데 아주 조금이어야 한다)하면 1옥타브 ‘파’소리가 나고, 입술 모양을 조금 좁게(이것도 아주 조금이어야 한다)하면 2옥타브 ‘파’소리가 난다. 한 옥타브를 오고가는 소리를 연달아 내는 것이 꽤 어려운데, 그걸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나도 곧 저런 걸 할텐데, 은근 걱정이 되었다. 나의 레슨 차례가 되어 수업을 시작했다. 이제 소리는 꽤 잘 내는 편이라서 옥타브마다 한번씩 소리내는 걸 테스트 받고 다음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이번 주에도 난관은 어김없이 왔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손가락 중 약지(네번째 손가락)가 자연스..
이번 주 플룻 레슨 시간에 처음 소리를 너무나 완벽하게 내는 바람에 선생님이 ‘플룻을 한 5년 배우신 분 같이 소리를 내셨어요.^^’하고 놀라셨다. 꾸준한 연습이 가지고 온 달콤한 열매이다. 칭찬부터 듣고 레슨 시작. 지난 주 숙제로 내준 것을 테스트했다. 일주일 내내 숨은 끊이지 않고 혀로 ‘투’라고 텅잉만 하기 를 열심히 연습했다. 나름 요령을 터득한 것이 음을 최대가 꽉차게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건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좀 힘든데, 예를 들어 미와 파를 연이어 소리를 낼때, 미, 파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미~파~하고 소리를 낸다. 그러면 숨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고 갔는데, 아니란다! 숨이 끊기고 있단다. 난 숨을 끊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이해가 가질 ..
플룻을 배우기 시작하고 선생님께 처음으로 칭찬을 받은 날이다. 2옥타브의 음을 내는 게 힘이 들어서 일주일 동안 정말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이런 악기를 배울 때, 연습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실감했다. 레슨을 받고 와서 처음에 집에서 연습을 하면 레슨 때 배운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선생님이 지도해주신 내용을 되새기면서 열심히 연습을 한다. 좋은 소리를 귀로 정확히 판단할 정도는 안 되지만 그래도 소리를 내면서 뭔가 편안하게 소리를 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상태의 소리가 나게 계속 연습을 한다. 그리고 다음날 또 연습을 한다. 사실 또 소리가 이상하게 난다. 그래도 자꾸 좋은 소리가 나도록 이런 저런 자세로 부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소리가 나온다. 그 상태를 기억하고 또 ..
휴가 때문에 수업을 한번 뺐더니 2주만에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휴가 내내 삑삑거리며 열심히 연습을 했다. 2옥타브의 굴레에서 꼭 벗어나고 싶었다. 뭔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에 선생님이 입술에 힘을 주어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라고 했는데, 입이 굳었는지 작게 오무려지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집에서 연습을 하는데 입술이 뻐근하다. 드디어 입술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듯하다. 힘이 들어가야 입이 더 잘 오무려질 수 있으니 원하는 소리를 더 잘 낼 수 있다. 그래서 연습하고 나서 입술이 뻐근하면 왠지 기분이 참 좋다. 입술에 땀나도록 연습하고 2주만에 수업을 갔는데, 수업시작하자마자 2옥타브 소리를 내보자고 하시는 선생님. “자, 2옥타브 솔, 내보세요.” 내가 소리를 내니 선생님 적잖히..
지난 주는 플룻 수업이 없었다. 선생님이 수업이 있는 전날 비를 맞으며 공연을 하셔서, 다음날 아침 아마도 늦잠을 주무셨는지 수업을 못할 거 같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주일간 강제로 자습을 해야 했다. 다음 진도는 중간 음역대를 배울 거니까 교재 보고 연습 좀 해보세요. 라고 말씀 하셔서 책을 보고 연습을 해 봤다. 낮은 음역대 도에서 중간 음역대 레로 올라가는 것이다. 딱 두 음을 내는 건데, 혼자서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아래 설명에 따르면 운지법은 낮은 음역대와 같은데, 입김을 조금 빠르게 내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도대체 어떤게 하라는 건지... 플룻은 배우기 쉬운 악기라며 혼자서 플룻을 사고, 교재를 사고, 유투브를 보면서 배워보려고 했던 지난 날의 내가 어이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곤 일..
학교다닐 때 음악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노래나 부르고 악기나 연주하는 것이 음악 수업의 전부였다면 아마도 음악을 싫어하거나 포기(?)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내 기억에 내가 음악을 싫어하게 된 순간은 내가 노래를 못해서도 아니고, 악기를 구입할 가난한 가정형편이어서도 아니었던 것 같다. 바로 악보에 플렛(b)과 샾(#)이 나오고 장조와 단조라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음악이 어려워진 듯하다. 이번 플룻 수업에서 내가 음악을 싫어하게 된 계기를 던져 주었던 플렛과 샾에 대해서 배웠다. 플렛은 반음을 내린 음이고 샾은 반음을 올린 음이다. 이렇게만 하면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다. 오선지에 플렛이 몇개 달리고, 샾이 몇개 달리면서 장조가 되고 단조가 되고 그러면서 악보는 어려운 것이 되고 괜히..
플루트라는 악기는 처음에 소리만 잘 내면 운지가 매우 쉬운 악기라고 했다. 플루트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악기를 산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플루트 교습소를 고르는데 그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던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첫 수업을 다녀왔다. 열 걸음만 걸어가면 있는 교습소이다 보니 낮 12시가 수업 시간인데 집에서 1분 전에 출발했다. 그래도 선생님보다 두어 걸음 먼저 도착했다. 플루트는 머리(head), 몸통(body), 다리(foot)로 나뉘어져 있다. 이 세 부분을 분리해서 케이스에 넣어서 보관하게 되어 있다. 처음엔 그것도 몰랐는데, 케이스에 넣는 방법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플루트에 있는 키를 보호할 수 있게 정확한 방향으로 케이스에 넣어야 ..
내가 어릴 때는 누구나 악기 하나는 기본으로 배우는 그런 때는 아니었다. 동네에서 피아노라도 배우는 아이는 꽤나 부잣집 아이었다. 우리집이 넉넉하지 못해서든 아니면 내가 음악적 소양이 없어서든 나는 악기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가야금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학교에 있는 가야금으로 배운 것이지 내 가야금을 가질 형편은 되지 못했다. 그렇게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가야금은 겨우 아리랑이나 도라지 타령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성인이 되고 나니 자력으로 음악을 배울 능력이 되고,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악기를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는 로망이 언제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학도 그렇지만 악기도 어려서부터 배운 사람이 커서도 취미삼아 악기를 다룰 정도의 실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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