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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누구나 악기 하나는 기본으로 배우는 그런 때는 아니었다.
동네에서 피아노라도 배우는 아이는 꽤나 부잣집 아이었다.
우리집이 넉넉하지 못해서든 아니면 내가 음악적 소양이 없어서든 나는 악기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가야금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학교에 있는 가야금으로 배운 것이지 내 가야금을 가질 형편은 되지 못했다.
그렇게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가야금은 겨우 아리랑이나 도라지 타령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성인이 되고 나니 자력으로 음악을 배울 능력이 되고,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악기를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는 로망이 언제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학도 그렇지만 악기도 어려서부터 배운 사람이 커서도 취미삼아 악기를 다룰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는 것 같다.
피아노를 배워보겠다고 전자 피아노를 산지도 거의 10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학원도 다녀봤다.
초등학생들이 내가 학원 연습실에서 띵똥띵똥하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으면
"아줌마도 피아노 배워요?"하며 관심을 보이고, 내가 못치는 것을 자기들이 쳐 보이며 으시대곤 했었다.
그런 것에 의기소침해지고 그런 성격은 아니었지만 피아노를 배우는 데 큰 난관이 있었다.
새끼 손가락이 무척 짧은 편이라 한 옥타브를 한번에 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피아노를 배우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두 손가락의 피아니스트인 희아의 이야기를 하며 손가락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한소리씩 하곤 했었다.
아무튼 피아노 실력은 늘지 않고, 전자 피아노는 우리집에서 진열대 역할만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기타를 꽤 잘 친다.
그래서 집에는 기타도 언제나 있다.
다들 쉽게 기타를 배우는 것 같아서 기타를 배워 보려고도 했었다.
물론 운지가 잘 되지 않아 겨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정도만 치고 더이상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작아서 운지가 쉬울 것 같은 울쿨렐레를 배워보기로 했다.
남편이랑 나랑 나란히 하나씩 사서 쳐보았다.
기타를 잘 치는 남편은 뭐 배울 것도 없이 잘 친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그닥 잘 치질 못했다.
아마도 운지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내 로망 중 하나는 "살면서 악기 하나는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제주도로 이사오기 전 낙원상가에 가서 플루트를 하나 장만했다.
또 얼마 동안 만지작거리다 포기할 수 있으므로 연습용으로 저가 플루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현재 2년 넘게 열어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내가 플루트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우리집 옆옆옆앞집에서 언제나 들려오던 피리소리가 있었다.(난 정말 피리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제주도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거기가 플루트를 매우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하시는 교습소라고 한다.
내가 아는 친구, 친구의 딸 등 플루트를 배운다는 사람은 다 거기서 배우고 있었다.
주로 과외로만 수업을 하는 교습소라서 언제나 문이 열려 있지는 않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노크해 봤지만, 선생님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다.
쌩 초보가 플루트 하나 있으니 수업을 받고 싶다는 말에 조금 당황해 하는 선생님과 나눈 대화이다.
선생님 : 악기는 다뤄보셨어요?
나 : 한번도...
선생님 : 악보는 볼 줄 아세요?
나 : 글쎄요...
선생님 : 플루트는 야마하 껀가요?
나 : 대만껀데, 그럼 안 되나요?
선생님 : 기본적으로 악기가 소리가 잘 나야 합니다.
나 : 소리는 나던데요...
그리고 어제 악기를 들고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선생님이 내 악기가 연주가 가능한지 한번 불어보셨는데, 헉! 내 플루트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다니.
깜짝 놀랬다.
다행히 악기는 저가여도 성능이 좋은 것을 구입했다고 하시면서 수업을 해보자고 하셨다.
기본적으로 플루트는 쉬운 악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가 나기도 했다.
드디어 살면서 악기 하나는 잘 다루고 싶다는 내 꿈이 이루어질려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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