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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라는 악기는 처음에 소리만 잘 내면 운지가 매우 쉬운 악기라고 했다.
플루트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악기를 산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플루트 교습소를 고르는데 그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던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첫 수업을 다녀왔다.

열 걸음만 걸어가면 있는 교습소이다 보니 낮 12시가 수업 시간인데 집에서 1분 전에 출발했다.
그래도 선생님보다 두어 걸음 먼저 도착했다.

플루트는 머리(head), 몸통(body), 다리(foot)로 나뉘어져 있다.
이 세 부분을 분리해서 케이스에 넣어서 보관하게 되어 있다.
처음엔 그것도 몰랐는데, 케이스에 넣는 방법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플루트에 있는 키를 보호할 수 있게 정확한 방향으로 케이스에 넣어야 한다고 한다.

첫 수업에서는 머리부분만 가지고 소리를 내는 수업을 했다.
마치 풀피리를 불듯이, 보석바의 대로 소리를 내듯이, 호루라기를 불듯이 바람으로 그냥 소리를 내는 것이다.
플루트를 사 놓고 운지하는 법을 잘 몰라서 이 머리 부분을 들고 소리는 그간 가끔 내 봤었는데, 맞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소리가 났었어서 그것으로 첫수업을 한다는 것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어쨌든 한번 수업에 4만원인데, 수업료 정도의 내용을 배워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헐~
그러나 소리가 난다고 소리를 내는 건 아니었다.
선생님의 주문은 딱 하나였다.

맑고 고운 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이게 맑은 소리는 잘난다. 하지만 고운 소리를 내기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플루트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악기 접근성이 좋고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는 것 때문에 처음 몇개월은 잘 따라온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고운 소리를 내지 못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한다.
고운 소리를 잘 내려면 초반에 플루트 소리를 내는 연습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내는 소리와 선생님이 내는 소리의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여기서 오는 듯하다.

이 고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호흡법도 중요하지만 입모양이 중요하다고 하신다.
일반 교재에서는 플루트의 호흡법이 그냥 복식 호흡이라고 나와 있는데, 우리 선생님은 복식과 흉식 호흡을 함께 하라고 하신다.
복식 호흡은 우리가 흔하게 하는 호흡도 아니고 복식 호흡으로만 플루트를 불면 호흡 조절에 실패하게 되고 그러며 고른 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하신다.
뭐, 이 설명은 대충은 이해가 됐고, 복식 호흡을 할 줄 모르는 나는 선생님이 요구하는 호흡법이 더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내 몸이 소리통이 된다는 생각으로 배와 가슴에 공기를 한껏 가지고 있다가 고르게 내품는 것이 요령입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바로 입모양이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입모양의 핵심은 이렇다.

아랫입술이 플루트 구멍의 3분의 일에서 2분의 일을 막게 갖다 대고, 입술과 턱 중간 움푹 들어간 곳에 플루트를 잘 고정시킨 후, '오'와 '에'의 중간 발음을 내는 입모양을 하고, 턱은 입안에 왕사탕 하나를 물고 있듯이 크게 벌리고, 양 입꼬리 근육에 힘을 주고, 바람이 플루트 구멍에 정확히 들어갈 수 있게 내뿜고, 내가 가지고 있는 숨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양으로 뱉어야 합니다.

이걸 하느라고 한시간을 했다.
처음에 쉽게 소리가 나서 자신감이 생겼던 나는 선생님의 주문대로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는 내내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이제는 다 커서 입 주변 근육이 굳어 버린 건 아닌지, 살아만 있으면 아무런 자각 없이 쉴 수 있는 숨쉬기 방법을 이제서 바꿀 수 있는 건지, 맑고 고운 소리를 내는 것에 실패하게 되면 플루트를 배우지 못하게 되는 건지... 한시간 내내 입에 경련이 나게 입모양 만들어가며 소리를 내면서 든 생각이다.
그래도 너무 쉽지만 않은 악기라서 도전 의식도 생기고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 숙제는 일주일 동안 언제나 플루트 머리를 입에 대도 같은 소리가 나도록 연습을 해 오라는 것이었다.
현재는 댈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

입모양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며 선생님이 한 얘기가 재미있었다.
오와 에의 중간 발음은 우리나라 모음에 없는 발음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프랑스에 플루트 유학을 갔을 때 깜짝 놀랐단다.
프랑스 학생들은 아무도 그 입모양을 만드는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소리를 내면 한국 사람인 선생님은 딱 티가 났다고 한다.
그러니 설명하는 선생님도 그걸 연습해야 하는 나도 어려운 입모양 만들기였던 것이다.

유투브로 플루트 연주곡을 들어보니, 정말로 맑고 고운 소리가 난다.
나도 열심히 하면 맑고 고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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