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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살때, 플룻을 배우고 싶어서 낙원상가에 가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악기상 아저씨의 조언만 믿고 산 내 플룻.
플룻이란 악기를 잘 만드는 나라가 어디인지, 잘 만드는 회사가 어디인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저씨의 조언에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내가 원하던 것은 취미로 플룻을 배우고 싶은데, 연습용으로 가장 적당한 플룻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때 아저씨가 내게 권한 것이 바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플룻인 'RIVERA'이다.
아저씨가 소리도 들려주셨는데, 나야 한번도 실제 플룻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저 괜찮은 소리가 나는 것으로 만족했다.
플룻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므로 그때 아저씨가 힘주어 이야기하시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이 날 뿐이다.

이게 대만에서 만들었지만, 독일의 기술로 만든 겁니다.

그렇다니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그 악기를 몇년 그저 가지고만 있었다.
유튜브 같은 데서 영상을 봐봤지만 전혀 따라할 수 없는 것이 이 악기였다.
그러다가 제주도에서 우리집 근처에 플룻 교습소가 있는 걸 알고 거기에 가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처음 만난 선생님이 내 플룻으로 소리 테스트를 해보셨었다.

중국 거라는데 의외로 소리가 괜찮네요.

라는 것이 선생님의 의견이셨다.
내가 아무리 대만 거라고 해서 이름도 모르는 회사의 제품이었는지 자꾸 중국 거라고 하셨다.

그러다 몇개월 수업을 받았고, 내가 워낙 열심히 연습을 해서 선생님이 내가 꽤나 잘 따라온다고 한창 칭찬을 해주는 시기가 되었다.
그때 내 다음 시간에 레슨을 받는 분에게

중국 플룻인데 꽤 소리 잘 내시고 잘 따라 오십니다.

라고 나를 소개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내가 '대만 거라니까요.'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생님은 내 플룻이 그저 그런 플룻이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

지난 주에 드시어 플룻소리의 꽃(?)인 3옥타브를 배우기 시작했다.
우선은 도부터 솔까지 반음을 포함해 운지를 알려주시면서 소리를 내 보라고 하셨다.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한번씩 소리를 내보라고 하시더니 한참 동안 선생님이 말이 없으셨다.
난 내가 소리를 엉망으로 내고 있어서 그런 줄 알고 완전 쫄았다.
그렇지 않아도 2옥타브 시와 도의 소리가 깔끔하게 안 나서 거의 한달 이상은 매일 레슨을 가면 시, 도, 시, 도, 시, 도....만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입을 열어 하신 말씀은 이랬다.

그 플룻이 어디 꺼랬죠?

엥? 갑자기 그걸 왜 묻지?
대만 껀데 이름은 '리베라'라고 했더니, 갑자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막 그러신다.
그리곤 하는 말이...

그 플룻이 야마하 플룻 보다 소리가 훨씬 좋은데요?

그랬던 것이다.
3옥타브 소리를 내는 순간 갑자기 내 플룻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내 플룻은 낙원상가 아저씨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아주 괜찮은 악기"였던 게 맞았던 것이다.
내가 구입 당시 이 플룻은 29만원이었다.
보통 플룻을 배우는 사람들이 교습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것이 야마하 플룻인데 그건 5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워낙 어려서부터 플룻을 부시고 플룻에 일가견을 가지고 계시던 선생님이 소리로 플룻의 성능을 알아들으신 것이다.
정말로 한참을 깜짝 놀라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그러셨다.

보통 3옥타브라는 것이 배우지 않은 사람은 소리를 내지 못하는 옥타브란다.
배운 사람도 연습이 모자라면 소리가 안 나고, 잘 불어야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플룻 수강생들이 3옥타브에 가면 "풀룻에서 깡통소리가 난다"며 많이 힘들어한다고 한다.
나는 소리를 내느라 잘 몰랐는데, 선생님이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가 잘 났던 거 같다.
반응을 보면 그게 내가 잘 한거 같진 않고, 플룻이 좋았던 거 같다.... 쩝..

아무튼 그간 중국산이라고 홀대받던 내 플룻이 '리베라'라는 당당한 이름으로 3옥타브 소리를 멋지게 내는 바람에 어렵다고 소문난 3옥타브 수업이 순조로워 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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