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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숲에서 늘어지게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집들이 몇개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거의 14킬로만에 알베르게가 나타났다. 이제 물집은 거의 나았기 때문에 그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렇게 쉴 틈 없이 14킬로를 걸으면 다리가 너무 무겁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도 쉬는 것에 대한 룰이 생긴다. 길에 배낭을 깔고 앉아 쉬거나 겨우 하나 있는 나무 그늘에 들어가 쉬거나 하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의자에 앉아 시원한 것을 마시며 신발을 다 벗고 발에 크림도 바르고 마사지도 하면서 쉬어야 진짜 쉰 것이다. 그러니 14킬로 만에 만난 바는 우리가 진짜 쉬어가야 하는 곳이다. 도대체 우린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거지? 하며 고민에 빠져있다. 오면서 사람을 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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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가 소개해준 ‘사하건’이란 마을은 정말로 꽤 큰 도시였다. 마을 입구부터 뭔가 으리으리하다. 버스 정류장도 있다는 정보를 얻어 우리는 아침 먹는 것을 포기하고 먼저 버스정류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순례길을 걸을 때는 적재적소에 길을 안내하는 표시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두리번거릴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처럼 순례길이 아닌 다른 것을 찾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두리번거리게 된다. 버스정류장 이정표라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아웃도어 매장이 보인다. 게다가 이날은 주말도 아니고 평일이어서 문도 열었다. 여기서 옷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버스를 탈 필요도 없기 때문에 무작정 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 적당히 입을 옷이 있어서 두개를 샀다. 겨우 10유로니 우리나라 돈으로 13,000원이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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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6.23(37,005걸음) 오늘은 모라티노스에서 칼자딜라 데 로스 헤르마닐로스(이렇게 긴 이름이라니...)까지 걸었다. 어제 전 마을에 숙소가 없어 남들보다 3킬로나 더 걸어와서 얻은 숙소는 매우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어제 저녁에 베드버그 문제로 고민하다가 오늘 버스 정류장을 만나면 버스를 타고 큰 도시로 가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까지 잠을 잤다. 아마 숙소가 편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늦잠을 자려고 해도 그러지 못했을텐데 정말로 편안한 숙소여서 늦게까지 잘 수 있었다. 어제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검색해 보니 버스를 타고 이틀치의 거리만 가면 큰 도시인 ‘레옹’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레옹을 가기 전에는 그 도시가 얼마나 큰지는 몰랐지만 산티아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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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17킬로는 다행히 점심 때쯤 다 걷고 제대로된 카페가 있는 마을에 도착을 했다. 우리가 산 과일에는 스페인에서 처음 보는 납작한 복숭아가 있었다. 아기 엉덩이처럼 봉긋하게 생긴 복숭아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품종의 복숭아이다. 다른 때 같으면 카페에서 밥을 먹었을텐데, 오늘은 들고온 짐을 줄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만 주문하고 과일로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이 복숭아는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꽤 높은 복숭아이다. 아직 음료수도 남아있고, 에너지바도 있다. 이걸 여기서 안 먹으면 가는 내내 짐이다. 짐.. 이 카페에서 미국에서 온 에릭과 폴라를 만났다. 이들도 정해진 목적지 없이 걷는 스타일이라 또 언제 헤어질지 몰라, 이번에는 같이 사진을 찍어 얼굴을 남기기로 했다. 에릭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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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6.17(47,312걸음) 또다시 새벽에 길을 나서서, 오늘은 벨로라도에서 아게스까지 걸었다. 어제 남편의 발이 극강으로 아팠기 때문에 오늘은 걷다가 큰 마을이 나타나면 버스를 타고 가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출발 전에 뭔가를 한참을 하고 있던 남편이 이러고 나타났다. 남편 발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만, 황당하기도 했다. 박지성도 아니고 발레리나도 아닌데.... 일회용 밴드를 여러 개 붙이고 붕대를 칭칭 감았더니, 남편 발의 상태가 이렇다. 어제 프랑스 분들이 준 붕대로 감았더니 상처가 훨씬 더 편하기는 한데, 신발을 신을 때 압박이 크다고 해서 붕대를 얇게 감아봤단다. 어쨌든 여행은 계속되니 이런 상태로 길을 나섰다. 몇 걸음 걸어보고, 다행히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고, 쉽게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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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질질 끌며 걷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면서 목적지인 벨로라도에 도착하니 그나마 정신이 차려졌다. 우리는 숙소에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었나 보다. 로비에 사람이 없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늘 우리는 다른 숙소가 아니라 꼭 이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 오는 길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 숙소에 있는 레스토랑 음식이 엄청나게 맛이 있다고 했다. 물집 투혼을 벌이며 이 목적지까지 오는데, 우리는 점심도 못 먹었고, 울 뻔했고, 더위에 미칠 뻔했고, 지팡이도 버렸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숙소에 빈 침대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모든 침대가 다 나갔기 때문에 스텝도 자리를 비운 것일 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우리처럼 늦게 오는 사람이 없어서 스텝이 잠시 자리를 비운 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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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6.16(41,357걸음) 오늘은 산토 도밍고에서 벨로라도까지 걸었다. 전체적으로 평지이지만 엄청나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해야 한다. 이게 고난의 길이 될 줄이야...ㅜㅜ 오늘도 20킬로 초반대라 만만했지만, 문제는 우리 발에 잡힌 물집이었다. 어제 저녁을 같은 식당에서 먹으면서 부쩍 친해진 브라질팀과 아침에 출발하기 전 숙소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이다. 특히 엘리오는 나이가 많고 영어를 전혀 못해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서로 친분을 교류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한다. 이들도 우리처럼 걸음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렇게 아침에 같이 숙소에서 출발하면 거의 같은 속도로 목적지까지 함께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문제의 물집 때문에 이렇게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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