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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트남 쌀국수를 엄청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수'는 잘 못 먹는다.
꾹 참고 3번만 먹으면 적응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적응 못해도 10번만 먹으면 고수의 매력에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 말을 믿고 실천해 봤는데, 절대로 적응이 안 되는 것이 '고수'의 맛이다.
솔직히 말해서 쌀국수에 고수를 넣으면 풍미가 달라지는 건 분명하지만, 그 맛이 좋아진다고는 나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고수에 적응하는 것을 몇년의 도전 끝에 포기했다.

친구랑 통화하다가 이런 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친구가 알려준 '고수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법'을 소개해볼까 한다.

의외로 친구가 알려준 것은 외국 음식에 고수를 넣어 먹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나라 백반집의 기본 반찬에 언제나 빠지지 않고 속해 있는 '무생채'에 고수를 넣어 먹는 것이었다.
친구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이렇게 무생채를 자주 만들어주셔서 지금도 고수는 아무런 느낌 없이 즐기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고수에 대한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도전해 보았다.

우선 요즘 제주도 무가 마트에 싸게 나오고 있어서 튼실한 녀석으로 하나 샀다.
내 생각 중 변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무는 제주도 무가 전국에서 제일 맛있고, 감자는 강원도 감자가 전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것이다.ㅋ

구입한 무를 채칼로 모두 썰어 주었다.
무생채는 만들기가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거 같으면서도 쉽다. 진짜로.ㅋ

무를 채썰고 굵은소금 약간을 뿌려서 10분 정도 절인다.
물기가 조금 나온 상태에서 고추가루 먼저 넣어 색을 입힌다.
실제 음식점 무생채에는 고추가루를 많이 넣지 않는다. 그래도 집에서 만들 때는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넣어준다.

이후에 무생채 맛의 포인트는 식초이다.
식초는 아주 듬뿍 넣어줘야 한다. 정말로 많다 싶을 정도로 듬뿍.
무생채의 맛은 식초가 좌우한다는 굳은 믿음으로.

다진 마늘을 취향껏 넣어준다.
육지 무의 경우는 마늘을 안 넣어도 될 때가 있다. 무가 알싸하니 매운 맛이 날 때는 보통 나는 마늘을 안 넣는다.
하지만 제주도 무는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 넣어줘도 좋다.
음식점 무생채는 여기에 설탕도 넣는데, 집에서 먹는 것이므로 특별히 넣을 필요가 없다. 특히 제주도 무인 경우에는 설탕을 넣으면 망한다.ㅋ

이렇게까지가 집에서 만드는 맛있는 무생채인데, 여기에 고수를 넣어주는 것이다.

 

고수의 줄기와 잎까지 총총 아주 짤게 썰어서 넣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고수를 넣은 무생채를 완성했다.

사실 고수 넣기 전에 완성된 무생채를 한줌 덜어두었다.
오랜만에 제주무까지 사다가 맛있게 무생채를 만들었는데, 고수 때문에 입에도 못댈 나를 위해서.ㅋㅋ
고수를 엄청 좋아하는 남편도 이걸 만들자마자 먹는 건 조금 많이 낯선 맛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너무 맛이 좋다고하면서 혼.자.서. 다~ 먹었다.
고기와 먹어도 반찬으로 먹어도 라면과 먹어도 맛있다면서..ㅋ

어쨌든 나는 고수에 익숙해지는데는 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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