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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이사올 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귤나무 때문이었다.
조그만 마당에 더 조그만 화단이 있었는데, 이렇게 귤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이 귤나무에서 한두해 정도 귤도 따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나무에 약을 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는지 시름시름 시들더니 작년에는 겨우 귤 세개만 얻을 수 있었다.
집안에 있는 화단에서 자라는 귤나무에 약까지 쳐가면서 귤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만큼 크기까지 전 주인이 열심히 약을 주어 키운 듯했다.
우리가 농사를 지어봐서 아는데, 약을 치며 키운 과실 나무에 약을 치지 않으면 절대로 자생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자라지 않는다.
우리를 이집으로 이끈 귤나무인지라 아쉬움이 컸지만, 약 먹고 자라는 과실 나무를 원친 않는다.
그래서 올해 새로 귤나무를 심기로 했다.
제주도 오일장 시장에 가면 묘목을 아주 많이 판다.
제주도는 코로나19 확진자도 모두 완치되어 현재 0명이다.
그래서인지 장터에 사람이 정말 많이 나와 있었다.
묘목 가게에도 사람이 엄청 많아서 주인 아저씨와 한마디 하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묘목 하나에 15,000원이라고 하는데, 남편이 한참을 신중히 고른 요 녀석은 좋은 거라며 20,000원이란다.
그래도 전부 15,000원이라고 말했던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15,000원에 주셨다.
이런 데서 농사 지었던 노하우로 덕을 보게 되다니.ㅋ
게다가 이렇게 재래시장이 아닌 동문시장 같은 관광객이 더 많은 시장에 가면 최소 25,000원은 했을 묘목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이건 우리가 제주도에 이사와서 처음 심은 나무이다.
흔히 낑깡이라고 부르는 작은 귤같은 것이다. 방울토마토 만한 귤이 달린다. 그리고 실제 이것의 이름은 '금귤'이다.
제주도에 이사오면서 항상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가 있었다.
"떠나요~ 제주도~"라고 부르는 '제주도의 푸른 밤'이라는 노래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노래일 것이다.
이 노래 중간에 이런 가사도 있다.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그래서 우리는 제주도에 이사와 처음 맡는 봄에 이렇게 낑깡나무를 사다가 심었다.ㅋ
첫해에는 1cm도 자라지 않는 것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던 나무에서 다음해에는 낑깡이 3개 달렸었다.
그러더니 올해는 7개 정도 달렸다.
현재도 나무에 달려있는데, 장에 요즘 낑깡이 나온 걸 보면 우리도 곧 따서 먹어도 될 듯하다.
이 낑깡나무는 우리가 심고 약을 치지 않고도 잘 길러냈다.
아마도 약 없이 자라는 나무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귤나무는 매우 느리게 자라는데, 이 낑깡나무도 매우 느리게 자란다.
3년이 되었는데도 한뼘도 자라지 않았다.
천천히 자라도 좋으니 튼튼하게만 자라주면 좋겠다.
이번에 장에서 사온 감귤나무를 이렇게 잘 심었다.
아마도 요 상태로 일년 동안 1cm도 자라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이 분명하다.
화단에 풀도 계속 키우고 우리집 담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 잎이 가을에 떨어지면 그것도 화단에 쌓아서 묵히고 그랬다.
작은 화단이지만 흙이 포실포실하니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화단을 깔끔히 관리하면 보기는 좋지만 흙이 점점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작은 땅이지만 죽은 땅이 된다.
다행히 화단 가꾸는 데에 있어서 너무도 게으른 우리 탓에 우리 화단은 살아 숨쉬는 흙이 되었으니, 이 귤나무도 약 치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나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꿀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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