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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원피스를 입은 소녀소녀한 인형을 만들고 싶었다.
같이 제주 향토 음식을 배우러 다닌 친구 중에 원피스를 즐겨 입던 친구가 있었다.
사실 여자가 결혼하고 나이도 들면 원피스를 입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릴 때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기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과감하게 슬림한 원피스도 잘 입고 수업에 오고 그래서 그 친구의 특징을 살려 인형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특히 요즘 그 친구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서 뭔가 힘이 될 만한 선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분홍색 나시 원피스를 해 입혔더니 왠지 어깨가 허전해 보여서 반짝이가 들어간 하얀 실로 판쵸도 예쁘게 해 입혔다.

여성스런 원피스에 더 잘 어울리는 신발을 생각하다가 끈으로 묶는 발레 슈즈 같은 신발을 원피스와 깔 맞춤을 해서 만들어 신겼다.
더 소녀같은 느낌이 많이 나서 아주 마음에 든다.

좀더 분위기를 업시켜 보려고 베레모도 분홍색으로 만들어 씌워주었다.
사실 이 베레모자를 씌운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 친구가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어서, 인형에 검은 실로 머리를 심고 나름 멋지게 커트를 해 주었는데....
내가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라, 커트에 실패했다.
이상하게 머리가 산발이 되고 그 친구의 멋진 커트 머리가 잘 표현이 되질 않아서 원피스에 어울리는 분홍 베레모를 떠서 씌워준 것이다.

이걸 거의 완성해 가는데, 친구한테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친구 : 요즘 뭐하고 지내?
나 : 만나면 알려줄께.ㅋ

그리곤 만나자 마자 짠~하고 보여주면서 "이러고 지내.ㅋ"라고 말했다.

이걸 본 친구 한참을 웃으며 너무 좋아한다.
그래, 꼭 본인을 닮진 않았더라도 잠시 이러고 웃으니 좋다.

특히 그 친구의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 문제이다.
나는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주도의 교육 환경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 친구 딸이 물건인데, 아주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이다.
지난 번에 같이 만났을 때, 자기 학교 과학 선생님이 너무 못 가르치는데 중간 고사 때 배우지도 않은 것에서 문제를 냈다고 한다.
화가 많이 난 그 아이는 "이번에 과학 점수 잘 안 나오면, 나 자퇴 시켜줘."라고 항의 중이었다.
깊은 내막은 잘 모르지만, 교육환경과 관계된 불만이 아이와 학부모 모두에게 있다고 한다.
그날 그 아이가 내게 해준 재미있는 말이 있었다.

제주도를 벗어나는 건 지능 순이래요...ㅜㅜ

어떻게 하다가 제주도 교육이 그 정도까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친구한테 학교 시스템, 사교육 열풍, 교육 혜택 등에 대해 들어서 일정 정도는 이해는 하지만, 그게 꼭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날 만난 친구의 말은 다행히 그 딸이 과학을 만점을 받았으며, 오히려 영어 해석에서 자기 해석이 오답 처리가 되어 영어 선생님과 투쟁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석은 뭐가 되어도 될 녀석인 듯하기도 하고...ㅋ
친구는 중간 고사 이후로 많이 화가 나 있는 딸에게 이 예쁜 인형을 주어 달래봐야겠다고 한다.
내가 만들 때 그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으면 커트 머리 만드느라 고생도 안했을테고, 원피스가 아닌 예쁜 교복을 해 입혔을텐데...
어쩌겠어 지금 그 집에서는 딸의 화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라니, 친구가 어찌어찌 딸에게 설명하겠지..

난, 그 딸의 투쟁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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