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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운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내가 얼마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화려한 전적이 있다.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은 비비큐치킨의 매운양념치킨이다.
그 어떤 치킨집의 매운양념치킨 보다 가장 매운 맛을 핫하게 내는 치킨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이 치킨의 매운맛이 몇해 전부터 점점 약해졌다는 것이다.
처음 이 치킨이 나왔을 때는 최강으로 매웠는데, 그건 좀 아쉽다.
그래도 아직 이보다 더 매운 치킨은 못 찾았다.
나는 떡볶이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이 신전떡볶이이다.
신전떡볶이는 너무 매워서 떡볶이 먹듯 먹는 것이 아니라 튀김이나 어묵을 찍어먹는 소스처럼 먹어야 할 정도이다.
시골 살때 아는 아주머니들이 사랑방처럼 모이는 뜨개방이 있었는데, 내가 뜨개를 잘해서 그 아주머니들에게 뜨개를 많이 가르쳐드렸는데, 그때마다 고맙다고 항상 신전떡볶이를 사 주셨다.
너무 매워서 거의 나만 먹는데도 선물이라며 사주던 음식이었다.
'독한 것'이란 양념은 언제나 추가였다.ㅋ
시골 살때 에피소드인데, 고추가 병충해가 심해서 언제나 수확량이 고추모종을 심을 때와 다르게 나오곤 했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방법이 일반고추보다 청양고추가 병충해에 강해서 그냥 청양고추만 심어 기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청양고추만 갈아서 겨울에 김장김치를 담아 먹었다.
보통은 일반고추가루 8에 청양고추가루 2를 넣는 비율이 김치가 맛있게 매운 비율이다.
그런데 100퍼센트 청양고추로 김치를 담은 것이다.
이 김치는 너무 매워서 내가 아는 사람 중 아무도 이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ㅜㅜ
그리고 전설처럼 남은 나의 매운맛 도전기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 최강 매운맛을 내는 음식점은 '신길동 매운 짬뽕'이라고 생각한다.
티비에서 이 짬뽕집이 한두번 나오는 것을 보고 경상도 상주에서 서울 신길동까지 이 짬뽕을 하나 먹겠다고 갔었었다.
많이 맵다는 말은 서빙하는 분의 일상적인 멘트라 생각하고 짬뽕이 나오자 마자 국물을 세 수저 떠 먹었다.
그리곤 하늘이 노래지게 장이 꼬이는 매운맛을 맛보았다.
얼굴이 하얘지고 더이상 말을 못할 정도로 매웠다.
서빙하는 분이 백짓장처럼 하얘진 내 얼굴을 보고 우유를 한컵 주셨고, "이건 아무나 도전 못해요."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정말 그 순간 벽에 붙어 있는 많은 메모지 중 몇몇 곳에 '엠뷸런스를 불러주세요.'라고 씌여 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젓가락 정도 더 먹어 보고 도전에 실패했고, 남편은 '이건 음식이 아니야.'라며 앞으로 매운 것 좋아한다고 자꾸 이런 거 도전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었다.
이렇게도 매운 맛을 좋아하는 내가 매운맛이 뭔지 일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제주도'로 이사를 온 것이다.
전에 내가 연재하는 '제주음식스토리텔링'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제주도에는 고추가루가 들어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 모든 양념을 된장과 간장으로 해서 먹던 제주도 사람들의 음식 유전자에는 매운 맛이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은 여름에 된장에 찍어먹는 아삭한 풋고추를 먹으면서도 매워서 못 먹겠다고 할 정도이다.
제주도 어딜 가도 매운 짬뽕이니 매운 떡볶이니 매운 치킨이니 하는 것들이 말 그대로 '안 맵다.'ㅜㅜ
내가 김치를 담을 때마다 동문시장에서 매운 고추가루를 사오는데, 그것도 안 맵다.ㅜㅜ
제주도 지인 찬스는 쓸 수 없다. 매운맛을 모르는 그들이 말하는 매운 맛은 전정한 매운 맛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날 며칠을 인터넷을 검색했다.
찾다가 '이건 제대로 매운맛집인가 보다'하고 전화해 보면 결번인 전화번호란 멘트가 나온다. 망한 것이다.ㅜㅜ
여러 군데를 전화해 봤지만 거의 다 결번이다.
제주도에서는 매운 맛으로 음식점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걸 증명해준다.
그러다 드디어 어제 저녁 남편이 현재 영업 중인 매운 맛집을 찾았다. 게다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쭈꾸미집이다.
난 이런 간판을 보면 마구 신난다.^^
너무 좋아서 메뉴판 사진 하나 찍고 이집의 메인 메뉴인 반반메뉴를 주문했다. 쭈꾸미와 차돌과 대패가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쭈꾸미를 찍어먹을 수 있다는 퐁듀치즈도 주문했는데, 사실 나에겐 이런 건 필요가 없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먹는 치즈를 나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운걸 잘 못 먹는 남편을 위해서 주문!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 여기저기를 찍어 보았다.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하지만 오늘은 음식에 집중할 것이라 기본 반찬이 나오고 불판에 쭈꾸미가 얹어지고부터는 이런 인테리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식 앞에 두고 사진을 찍어대는 나한테 약간 짜증을 내던 남편이 요즘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원래 사진을 잘 찍는 남편이 이렇게 바뀌니 난 너무 좋다.
사진은 남편에게 맡기고 난 먹는 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ㅋㅋ
철판 가에로 옥수수 샐러드와 계란물을 넣어주는 것이 완전 '육지 스타일'이다.ㅋㅋ
제주도 음식점은 좀 투박해서 이런 세련된 맛이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육지스타일의 세팅을 만나니 그것도 참 반갑고 좋다.
제주도 음식점 중 이렇게 세련된 세팅을 하는 곳은 육지에서 이주해온 사장님이 운영하는 집이다.
이런 집은 주로 관광객이 가는 집인데, 이렇게 제주 주택가에서 육지 스타일의 세팅을 만나니 반가웠다.
저렇게 부어놓은 계란물이 철판 위에서 계란 찜이 되는 것이다.
알바생에게 계란물을 부어주는 주전자가 너무 예쁘니 사진을 위해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해 달랬더니, 친절한 알바생 흔쾌히 호응해 주신다.ㅋ
이집 알바생 점수는 만점이다.
"계란물 한번 포즈 잡아 주실 수 있어요?"
"우와~"
난 이렇게 신났을 뿐이고.ㅋ
추가로 붓느라 넘칠까봐 조심조심.ㅋㅋ
그리고 맛있게 볶아지고 있는 쭈꾸미...
어? 근데 특별히 매운 맛이 안 올라온다.
원래 이렇게 볶을 때 매운 냄새가 폴폴 나야하는데, 아차! 주문할 때 너무 흥분해서 메뉴판에 써있는 것을 놓쳤다.
제주도 사람들이 매운 걸 잘 못 먹어서인지, 기본은 덜 매운맛이란다. 매운 맛을 원하면 주문시 말해달라는 말이 메뉴판에 적혀있는 걸 못 본 것이다.
다시 친절한 알바생 소환해서 물어보니 역시 흔쾌히 지금 추가해주신단다.
그래서 나타난 매운맛의 정수, 다대기이다.
처음에는 반만 넣었는데, 10초 정도 생각하고 나머지도 싹싹 긁어 넣었다.
내가 원하는 매운맛의 80프로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제주도에서 먹어본 가장 매운 맛이었다. 그래서 만족도는 100프로였다.
자, 이제 치명적인 매운 쭈꾸미의 근접 사진이다.
나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그 매운맛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나 때문에 매운 음식 레벨이 많이 올라간 남편이지만 그래도 남편에게는 이런 것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소함으로 매운맛을 감싸주는 퐁듀치즈.
시원한 국물로 매운맛을 행궈주는 냉우동 육수.
그리고 각종 쌈들.
나도 오늘은 테이스팀에 올릴 맛스런 사진을 위해 쌈을 몇개 싸 먹었다.
깻잎과 무쌈이 매운 쭈꾸미의 맛을 중화시켜주면서 맛있는 매운 맛으로 변신시켜준다.
입안에서 모든 재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정말 맛있는 한쌈이 되지만, 나는 매운 맛의 정수를 즐기길 좋아하므로 한두개만 이렇게 먹는 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볶음밥까지 먹었다.
우리 둘이 연애할 때 길동에 있는 쭈꾸미 집에서 쭈꾸미에 소주 한잔하고 이렇게 밥을 볶아먹었었는데...
그때 쭈꾸미집 사장님이 단골인 우리 커플을 위해서 항상 밥으로 '하트'를 만들어 주셨었는데.ㅋㅋ
우리도 그때를 추억하며 '하트' 하나 만들어 주시고.ㅋ
볶음밥이 약간 질면 이렇게 가운데 구멍을 내서 수증기를 더 날려 주어야 한다는 '식샤를 합시다'에서 식샤님의 팁도 따라해 보고.
볶음밥 마지막 한톨도 놓칠 수 없다는 필사적인 나의 수저질이다.ㅋ
그리고 매운맛 찾기 미션 클리어!!!
밤 11시면 닫는다는 집에 밤 10시에 가서 폭풍처럼 주문하고 폭풍처럼 먹고 폭풍처럼 사진을 찍던 우리를 사장님, 알바생, 옆의 손님까지 웃으면서 쳐다봤다.
제주에서 흔히 찾을 수 없는 매운 맛집을 찾은 기쁨에 우린 여길 자주 갈 것 같다.^^
이 집은 제주도의 트렌디한 음식점이 많기로 유명한 베라체 골목에 있다.
행정상의 지명은 아니고 그 근처에 베라체라는 고급 아파트가 있어서 제주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리는 곳이다.
주소 : 제주시 아라2동 3003-12
주차는 주변에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무료 주차장이 있으니 그곳에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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