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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면 먹는 송편.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알맞은 크기로 떼어 거기에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찐 떡이라고 사전을 찾아보면 나온다.
이건 육지에서 만들어 먹는 송편이다.


솔잎에 찐 송편(출처 네이버 사진)

하지만 제주도는 조금 특이한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간단히 말하면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소를 넣는 건 똑같은데, 모양을 반달 모양을 만들지 않고 약간 기운 달을 만들고 솔잎에 찌기도 하지만 그냥 물에 삶아서 만들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달처럼 둥글게 만드는 송편은 제주도에만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오늘은 특이한 모양의 제주 송편을 만들어 보자.

재료 : 멥쌀가루 6컵, (끓는)물 1컵, 참기름
송편에 들어갈 소 : 참깨 1/2컵, 설탕 2큰술, 볶은 콩가루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일. 먼저 소를 만들어 둔다.
송편 안에 들어가는 소는 일반적으로 삶은 밤, 삶은 콩, 참깨 등을 넣는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주로 껍질을 벗긴 녹두로 송편 소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우리가 준비한 송편의 소는 일반적으로 많이들 좋아하는 참깨소를 준비했다.

참깨소를 만들기 위해 참깨 1/2컵과 설탕 2큰술, 볶은 콩가루를 섞어준다.


그리고 비닐 봉지에 넣고 절구로 이것들을 빻아준다.
참깨가 빻아지면서 고소한 맛이 더 많이 나고 재료들이 고루 섞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참기름 1작은술을 넣어 서로 살짝 엉기게 만들어 준다.


송편에 들어간 소를 이렇게 만들어 둔다.

이. 방앗간에서 빻아온 멥쌀가루는 먼저 손으로 비벼서 뭉친 것을 풀어준다.


방앗간에서 가져온 멥쌀가루를 이렇게 손으로 풀어주면서 물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 감으로 알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의 노하우는 없으니 그냥 열심히 풀어주기만 했다.


나무로 둘레가 되어 있고, 망의 입자가 좀 큰 체가 있는데 이것을 '어레미'라고 한다.
시골에 가면 콩이나 깨 등을 고를 때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어레미가 있다.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체보다는 구멍이 조금 큰 어레미를 이용해 먼저 멥쌀가루를 한번 내려준다.
이 과정에서 쌀가루가 조금 곱게 된다.


어레미로 내린 쌀가루를 이번에는 고운 체로 다시 한번 내려준다.
처음부터 고운 체로 내리면 엄청 힘이 들기 때문에 반드시 어레미로 한번 내리고 고운체로 다시 내리는 것이 수월하다.
어레미가 없으면 힘들어도 고운체로 그냥 내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체에 내려준 쌀가루에 끓는 물을 1컵 넣고 익반죽을 하는데, 절대로 한꺼번에 물을 넣어서는 안된다.
수저로 한수저 한수저 떠 넣으면서 상태를 보면서 반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익반죽은 끓는 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으로 반죽을 하면 너무 뜨겁다.
그러므로 스크래퍼나 수저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반죽을 하는 것이 좋다.
멥쌀가루와 끓는 물의 비율은 기본적으로 멥쌀가루 1컵에 끓는물 3~4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쌀가루가 포슬포슬하게 뭉쳐지면 이때부터는 손으로 반죽을 한다.
익반죽의 완성 정도를 가름하는 것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한참을 치대다 보면 반죽의 가에가 갈라지지 않을 정도까지 되는데 이때가 반죽 완료점이다.
너무 질어서 늘어져도 안되고 너무 되서 부서져도 안된다.


적당하게 치댄 반죽을 송편 하나 만들 크기로 떼어 놓는다.

삼. 반죽 하나를 집어서 손바닥 두개를 이용해 둥글려준다.
동그랗게 된 반죽의 가운데를 움푹하게 만들어 준다.


여기에 아까 만들어 놓은 소를 작은 수저로 넣어준다.

소를 잘 감싸면서 오므린 다음에 다시 손바닥 위에서 둥글둥글 돌려준다.
이렇게 공처럼 된 것은 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준다.
원반모양이 된 것을 다시 가운데에 엄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준다.
그리고 원의 한쪽만 약간 뾰족하게 튀어나오도록 모양을 만들어 준다.
너무 날까로운 모양이 되지 않게 바닥에 손댄 곳을 뭉툭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굴려준다.



위에 설명한 과정으로 만든 송편의 모양이다.
이게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옆에서 가르쳐주는 것을 보면서 따라해도 우리는 뭔가 어설픈 모양이 나온다.
하지만 제주분이 만들어 놓은 걸 보면 거의 일정하게 같은 모양이 나오는 걸 보면, 그들만의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만들던 노하우가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시범을 보고 만들었지만 각양각색의 송편 모양이 나왔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

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만든 송편을 보면 얼마나 예쁜 딸을 낳을지, 혹은 낳았는지, 그리고 각자의 엄마는 얼마나 송편을 예쁘게 빚으셨는지 하는 농담을 하며 재미있게 송편 빚는 시간을 가졌다.ㅋ

사. 이렇게 만들어 놓은 송편을 물솥에 올려놓은 시루에 넣고 찐다.
전에도 말했지만, 떡을 만들기 전에 물솥에 2/3 가량의 물을 넣고 우선 끓여둔다.
물이 끓을 때 시루에 실리콘으로 만든 시루밑을 깔고 올린다.
거기에 방금 빚은 송편을 놓고 찌면 된다.


찔때 송편이 서로 들러붙지 않게 간격을 두고 놓는다.


제주 출신 언니가 빚어서 시루에 얹은 송편이다.
모양이 일률적인 것이 뭔가 다르긴 하다.

찌는 시간은 송편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상태를 보고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반죽의 색이 흰색이던 것이 다 찌어지면 투명한 빛을 띤다.
그때가 다 찌어진 시점이다.
이렇게 송편의 색이 투명한 빛을 띠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너무 찌면 질어져서 모양이 흐트러지므로 잘 체크해서 꺼내도록 한다.

오. 다 쪄진 송편은 찬물로 샤워를 해준다.


큰 볼에 찬물을 받아놓고 다 쪄진 송편을 넣는다.


오래 담궈두는 건 아니고 샤워하듯이 한김 식히고 곧장 체로 꺼낸다.


송편 하나하나에 참기름을 손으로 잘 발라준다.


참기름을 바르면 고소한 맛도 추가가 되지만, 송편이 서로 들러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 좋다.


어쨌든 꽤 비슷한 모양으로 흉내를 낸 제주도 송편이지만, 제주도 분들이 보고는 살짝 웃으신다.
뭔가가 모양이 다른 거 같은데, 우린 전혀 알 수가 없다.ㅋ
얼핏 봐도 시적으로 기운 달의 모양은 찾을 수가 없다.


제주도 언니들도 어느 정도 만족해 하는 모양이 된 송편들만 모아 세팅해 보았다.

요즘 송편은 반죽을 할때 다양한 천연색소를 이용해 예쁜 색의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도 송편은 나름의 의미있는 모양을 내서인지 그냥 흰 송편을 주로 먹는다.
추석 한가위의 둥근달을 보면서 약간 기운 달을 형상화한 제주도 사람들의 시적인 마음이 돋보이는 그런 송편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쌀이 귀해서 송편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송편은 피를 먹고, 만두는 소를 먹는다.

는 말이 있다고 한다.
만두는 속에 고기를 넣었으니 만두 소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송편은 귀한 쌀로 만들었으니 피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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