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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밥상은 어찌보면 그들의 고단한 삶만큼이나 퍽퍽한 밥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은 한껏 해녀여서 좋을 그런 밥상을 차려 볼 생각이다.
요즘 제주에도 해녀가 귀해 그들의 돈벌이가 꽤 괜찮다고 하니, 아마도 이제는 본인들도 그리고 그들의 식구들도 집안에 해녀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제주어를 조금 살피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게를 제주어로는 '구살'이라고 한다.
아홉개의 화살이란 뜻으로 성게의 모양이 뾰족뾰족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딱히 아홉개의 가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다는 의미로 구살이라고 했을 듯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다음으로 기억할 것은 '구젱기'이다.
'구젱기'란 소라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은 뿔소라를 별미로 해먹는다.


오늘 아침 동문시장에 갔더니 이만큼씩 해서 만오천원에 팔고 있었다.
조금 비싸다.
내가 뿔소리구이를 배울 때는 훨씬 쌌었는데.... 아마 이 정도가 오천원??
아마도 8월이면 소라를 잡지 못하는 '금채기'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값이 많이 오른 것 같다.
나중에 한접시에 5천원 정도 할때 실컷 소라구이를 해먹어야겠다.ㅜㅜ

구살국(성게국)

성게는 처음부터 귀한 식자재가 아니었다.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을 성게가 자꾸 먹어서 해녀들이 없애려고 성게를 잡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전복은 내다 팔고 성게는 미역국 같은 데에 그냥 넣어 먹던 그런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반 공기 정도 되는 양이 2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완전한 신분 상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료 : 성게(구살) 100g, 미역 50g, 다진마늘 약간, 참기름 1큰술, 국간장 약가, 소금 약간

하지만 이날 수업에 준비된 미역은 제주산 생미역이 아니었다.
그냥 오뚜기 마른 미역이었다.
제주산 생미역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는 있는 것이 아니므로 오뚜기 마른 미역으로 성게 미역국을 끓이는 것도 알아둘 필요는 있다.

성게알의 경우에는 요즘 대형 마트에서 냉동 성게알을 구할 수 있으므로 어디서든 성게미역국을 끓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냉동 성게알을 한번 녹이면 다 써야지 녹은 걸 다시 얼리면 안된다.
성게가 녹으면서 물이 많이 나오고 다시 얼렸다 녹이면 거의 건더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성게알이 씹히는 맛이 있어야 성게 미역국이 더 맛있으므로 한번 해동한 성게알은 되도록이면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 미역을 물에 넣고 불려두었다가 씻어 먹기 좋게 썰어준다.
냄비에 참기름을 붓고 미역을 넣어 달달 볶아준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넣고 끓인다.
(제주산 생미역의 경우는 물을 먼저 끓이고 미역을 넣는다.)


이렇게 미역을 볶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언제까지 볶아야 하지?
미역을 넣고 어느 정도 볶다보면 미역의 냄새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딱 그때까지 볶으면 된다.


적당히 물을 붓고 끓여준다.

여기서 잠깐!
보통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는 요령은 물도 많이 붓고 미역도 많이 넣고, 오랫동안 끓이면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게 미역국을 끓일 때는 두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 제주산 생미역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오래 끓이면 너무 흐물거려서 맛이 없다.
다음으로 성게미역국을 끓일 때는 성게를 많이 넣어 끓일 수 없으므로(엄청나게 비싸니까.ㅜㅜ) 물을 조금만 넣고 끓이는 것이 좋다.
적은 국물에 성게알을 어느 정도 넣었을 때 그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다진마늘과 성게를 넣어 한소끔 끓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정도가 2만원 어치 정도 된다.
겨우 열 숟가락 정도나 되려나...ㅜㅜ

성게알을 넣고 너무 많이 끓이면서 저어주면 그나마 건더기인 성게알이 다 풀어지므로 한소큼만 끓이도록 주의한다.


완성된 성게미역국이다.
국물이 노랗게 우러났고, 성게알도 실하게 보인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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