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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국수가게가 참 많다.

아마도 향토음식으로 고기국수라는 것이 있어서 그 영향으로 제주도 사람들이 국수를 많이 먹고, 그러다 보니 국수집을 내는 사람이 많아서일 듯하다.

우리집에서 한 블럭만 올라가면 '국수거리'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줄줄이 국수집들이 들어서 있다.

제주도만이 가기고 있는 음식문화이고, 그래서 생겨난 음식 거리이니 관광객에게 보여줄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국수거리에서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딱 한집이다.

바로 '자매국수'집이다.

우리도 제주도에 이사오기 전, 제주에 여행와서 가본 적이 있다.

그 외에 몇몇 집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손님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그저 파리만 날리는 집도 많다.

고객의 쏠림 현상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유명하고 맛있는 집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나도 사실 제주도식 고기국수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국수거리에서 가장 핫한 집인 '자매국수'집에 가서도 나는 고기국수가 아니라 비빔국수를 먹는다.

아무리 유명한 국수집이라도 내 입에는 고기국수가 잘 맞지 않는다.


제빵학원을 같이 다닌 정아씨는 제주에 이주해 온지 나보다 오래 되었다.

그리고 제주여고에 부조리사로 일하면서 제주도 언니들에게 맛있는 음식점이라고 소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제주도 언니들이 맛있다고 알려줘서 일부러 가보면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 매번 맛없게 먹고 오곤 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일이 자주 겪는다.

제주도민 맛집이라고 유명한 집인 경우에 특히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입맛이라는 것은 지역마다 다르고,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특히 제주도의 음식문화는 육지와 많이 달라서 제주도민 맛집이 육지사람들에게 맛집으로 다가오기가 참 힘들다.

내 경우는 특히 제주도 매운맛이 마음에 안 든다.

정말로 제주도 사람들은 매운맛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이 음식점을 다녀봐도 '맛있게 매운맛을 내는 집'은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주도에서는 유명한 고기국수가 육지사람들에게는 딱 맛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아씨가 육지사람들 입맛에도 맞는 국수집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남편 쉬는 날 함께 가 보았다.


바로 파도식당이다.


날이 좀 흐린 날이었다.

저 멀리 '파도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이니 왠지 설렌다.

그 많은 국수집 중에서 육지사람 입맛에도 맞는 국수집이라는 그 말이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할 줄이야.ㅋ


남편도 이날은 성큼성큼 식당으로 간다.

언제나 남들 의견에 시큰둥한 스타일인데, 여긴 남편도 전부터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무튼 적극적인 발검음이다.ㅋ


그리고 가보니 알것 같았다.

이집은 고기국수가 아니라 멸치국수가 유명한 집이었다.

그러니 육지 사람 입맛에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간판에 떡허니 멸치국수전문점이라고 적혀있다.


국수 가격도 국수거리에 있는 가게보다 약간 저렴하다.

그래.. 사실 육지가면 가장 유명한 잔치국수같은 건 시장통에 가면 3천원이나 4천원에도 많이 판다.

이상하게 제주도 고기국수는 너무 비싸다. 보통 7천원이나 8천원이고 더 심한 곳은 9천원 만원도 하니...

고기가 들어가서 그런가???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남편은 국물이 있는 멸치국수, 나는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기본 상차림은 아주 심플하다.


멸치 국수가 나왔다.

우왕~~ 내가 좋아하는 유부가 들어갔다.

내가 유부초밥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주도 와서 이 유부가 너무 좋아졌다.

제주도 시장에서 산 유부는 정말로 너무 맛있다.


비빔국수는 아주아주아주 일반적이다.

아무래도 매운맛을 내야하는 비빔국수는 제주도 사람에게는 어려운 요리임에 틀림없다.ㅜㅜ


다행히 유부가 잔뜩 들어간 멸치육수를 준다.ㅋ


내가 그렇게도 비빔국수를 좋아하는데, 이날 이 집에서 국수를 먹고는 다음에 이 집에 오면 나도 멸치국수를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진짜로 멸치국수는 그 맛이 최고였다.

전에 엄마가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그 유명한 자매국수에 가서 고기국수를 드시고 맛없다고 불평하던 생각이 났다.

다음에 엄마가 오시면 여기 와서 멸치국수를 대접해봐야겠다.

아마도 이건 아주 좋다고 하실 듯하다.ㅋ


국수집에 와서 이렇게 깨끗하게 먹어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국수거리에 있는 모든 국수집을 제치고 우리에게 최고로 맛있는 국수집은 파도식당이 되었다.ㅋ


아.... 국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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