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된장에 대한 역사적 기록

사마천의 사기에는 "시(된장)는 외국산(한국)이라 아무나 손쉽게 만들 수 없으니 이를 만들어 팔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 놨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인이 보기에 우리의 된장은 특이한 식자재였으며, 그 맛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잘 만든 된장은 비싼 가격에 팔리는 걸 보면 사마천이 사업에 어느 정도 감각이 있었던 사람이었지 싶다. ㅋㅋ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고구려 사람들은 발효식품(된장)을 잘 만든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된장 냄새를 '고려취'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우리가 된장의 냄새를 맡으면 나는 퀘퀘한 냄새가 바로 고려취인 것이다.
요즘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보면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다는데, 옛날에는 된장 냄새가 났나보다.

육지 된장과 비교한 제주도 된장의 특징

첫째, 제주도는 된장을 푸른콩으로 담는다.
육지에서는 흰콩(메주콩이라고도 함)으로 된장을 담는 것과 다르다.


위는 제주도 푸른콩이고 아래는 메주콩이다.(자료 : 네이버 사진)

이렇게 된장을 담는 콩이 다를 뿐 아니라 된장을 담는 방법도 조금 차이가 난다.


사진으로 보는 육지 된장 담는 방법

콩을 수확하는 가을이 되면 제주도 된장을 담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제주도 된장을 담아보고 다시 그 과정에 대해 포스팅을 해볼 생각이다.

둘째, 제주도 된장은 오래 발효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 기록에도 나오는 '고려취'라는 퀘퀘한 냄새가 덜 난다.
우리가 제주도에 이사왔을 때, 우리집 전 주인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육지 사람들은 매일 된장찌개 끓여먹는데, 아마 집에서 매일 된장찌개 끓여 먹으면 주변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싫어할 거에요."

난 그때는 그 말의 깊은 뜻을 몰랐었다.
제주도 된장은 육지된장에서 나는 퀘퀘한 발효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이질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는 좀 든다.
사실 그 퀘퀘한 발효 냄새가 진짜 된장찌개의 맛인데... 그걸 모르다니...

셋째, 제주도 된장은 주로 날된장으로 먹는다.
육지 된장은 주로 된장찌개로 먹어서 거의 끓여서 먹는데, 제주도의 된장은 날된장으로 그냥 먹는다.
그래서 일본의 낫토처럼 발효미생물을 살아 있는 채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효를 오래시켜서 나는 군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날된장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장을 먹기 때문에 날된장으로 쌈을 먹는다든지, 물회에 된장을 풀어 만들어 먹는다든지, 그냥 물에 된장을 풀어 냉국이라며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넷째, 제주도 사람들은 청국장을 만들지 않는다.
제주도 된장은 기후적 특성상 발효를 오래 시키지 않기 때문에 육지에서처럼 발효가 될 때까지 먹기 위해 만드는 청국장을 만들지 않는다.
된장찌개의 냄새도 어색해 하는 제주도 사람이니 청국장 냄새라면...
절대로 집에서 청국장을 끓여먹지 말아야 할지도...ㅋ

제주도의 푸른콩으로 만든 푸른콩 된장


제주 푸른콩 된장은 한국에서 최초로 '맛의 방주'에 등재된 것이라고 한다.
'맛의 방주'란 비영리 국제기루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통 음식과 문화 보전 프로젝트로 199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이다.
푸른콩 된장은 2013년에 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푸른 콩은 서귀포 일대에서 재배하는데, 일반 콩보다 단맛이 강하고 7~8월이면 콩잎을 따다가 쌈을 싸먹기도 한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콩잎은 쌈으로는 거의 안 먹고 가을걷이 하기 전 노란색이 조금 들려고 할때 따다가 짱아찌처럼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제주에서는 특이하게 쌈으로도 콩잎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며칠 전 동문시장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보니 여기저기에 콩잎을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었다.
이래저래 제주도 식문화는 육지와 많은 차이가 있다.

제주도 푸른콩은 제주어로 '푸른독새기콩'이다.
독새기란 '닭의 새끼' 즉 병아리나 계란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푸른 계란 모양의 콩이란 뜻이다.

푸른콩의 가치는 토종씨앗이라는 데에도 있다.
농촌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씨앗은 종자회사에서 관리하는 종자가 많다.
병충해를 막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개량을 하고 약품처리도 하여 농가에 배포된다.
이렇게 종자 회사에서 나온 씨앗을 F1종자라고 하는데 이 종자는 가을에 채종하여 다시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해마다 종자회사에서 종자를 사다가 파종을 하게 된다.
언제나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잇점은 있지만, 나중에는 모든 농사를 종자회사의 손에 맡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 토종 씨앗을 찾아서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해마다 씨앗을 종자회사에서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은 언젠가는 비싼 씨앗값으로 힘들어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이미 해마다 씨앗값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제주도 푸른콩은 더 큰 가치가 있는 콩이란 생각이 든다.

푸른콩 생간장

푸른콩으로 된장을 만들 때는 메주를 오랫동안 띄우지 않아서 거기서 나는 간장도 진하지 않고 맑다고 한다.
푸른콩 생간장은 그래서 맛이 옛날 집간장처럼 간이 쎄고, 향이 짙지 않다.


제주도 제피된장

향신료로 쓰는 제피라는 나무의 잎을 넣어 된장에 향을 가미한 제피된장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집에 제피나무를 심어놓고 향신료로 쓰는데, 특히 자리물회에 꼭 넣어 먹는다고 한다.
푸른콩된장에 제피잎을 넣은 제피된장은 특이한 향이 나는 된장이 된다.


제피나무 잎


제피된장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푸른콩 된장, 제피된장, 푸른콩 간장의 맛을 보았다.
약간 깔끔한 맛이 나는 된장과 간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제주 음식을 가르쳐 주신 양용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된장의 오덕에 대해 정리해 본다.

된장의 오덕(五德)
된장은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다하여 단심(丹心)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음으로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 준다하여 불심(佛心)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므로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잘 조화되므로 화심(和心)

요즘은 된장이 거의 대기업에서 나오고 있어서 직접 집에서 된장을 담아 먹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제주 된장과 관련해 제주도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었더니 그 친구도 된장은 잘 모르고 있었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에 앞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전통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했다.

아무튼 다음 포스팅은 이런 제주 된장을 활용한 상차림을 차려볼 생각이다.

반응형

'제주산책 > 제주음식스토리텔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도 흑돼지 이야기  (0) 2018.12.20
제주도 흑돼지고기 된장 불고기  (0) 2018.12.20
콩죽  (0) 2018.11.27
콩국  (0) 2018.11.27
두부두루치기(제주식)  (0) 2018.1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