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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이야기

제주도 하면 가장 유명한 음식이 흑돼지일 것이다.
흑돼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지만, 알려진 이야기 중에서도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다.
나도 정확히 그리고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기본으로 잠깐 정리해본다.

우선 그냥 흑돼지와 제주 토종 흑돼지는 다르다.
그냥 흑돼지는 제주에만 있는 특산물은 아니다. 육지에서도 흑돼지를 길러 흑돼지 고기를 생산해 낸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에 있는 흑돼지가 모두 토종 흑돼지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거의 토종 흑돼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선 제주 토종 흑돼지는 종자가 매우 작은 돼지라고 한다.
다른 돼지가 10개월이면 120kg으로 도살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큰 돼지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는 70~80kg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돼지 한마리 잡으면 엄청난 돼지고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 토종 흑돼지는 2년을 길러야 100kg이 겨우 된다고 한다. 이렇게 기른 돼지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는 40kg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생긴 토종 흑돼지는 생산성에서 밀려나다가 거의 멸종이 될 뻔 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1986년 축산진흥원에서 우도에 남아 있는 토종 흑돼지를 데려다가 관리하여 260마리까지 번식시키고 수가 넘쳐나자 농가에 분양도 해 주었다고 한다.

이 토종 흑돼지는 털이 검고 귀는 쫑긋하고 몸집이 작아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족발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 흑돼지의 족발은 '아강발'이라고 부르는데, 그 크기가 아주 작다고 한다.
아강발은 '종아리 아래에 있는 발' 정도의 뜻이다.
흔히 말하는 족발은 돼지 다리 하나지만, 흑돼지의 족발은 조그만 발이라고 할 수 있단다.
그러니 제주도 흑돼지로 만드는 것은 '족발'이 아니라 '아강발'인 것이다.

제주도에는 이런 토종 흑돼지를 분양받아 토종 흑돼지 고기요리를 하는 집이 하나 있다.
돼지를 기르는 농장의 이름은 '늘푸른 농원'이고, 농원 안에 있는 토종흑돼지 요리를 하는 음식점 이름은 '연리지 가든'이다.

돼지를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하며 기르고,
좋은 사료를 먹이며 천천히 기르고,
돈사의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항생제 주사를 놓지 않는 돼지라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고기의 살이 더 붉고, 비계의 식감이 쫄깃쫄깃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연리지 가든 : 제주시 한경면 두조로 190-20


음식값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진짜 토종 제주 흑돼지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돼지고기를 잘 먹을 줄 모른다.
돼지 비계를 거의 잘라내고 먹기 때문에 삼겹살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제주도 사람들은(어쩌면 모든 사람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비계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정육점에 가서 살코기만 있는 돼지고기를 사기가 더 어렵다.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살코기만 달라고 해도 "비계가 더 맛있는 거여."하면서 비계가 붙은 고기를 준다.
그래서 제주에 와서는 더 돼지고기를 잘 안 먹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연리지 가든'을 갈 일은 없을 듯하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추하신 음식점이니 제주여행 오시는 분 중 제주 토종 흑돼지 고기의 맛이 궁금한 분은 가봐도 좋을 듯하다.

그전에 시골에 살때 우리 마을 이장님의 친구분이 국정원에서 일하는데, 제주도로 발령이 나서 일, 이년 근무를 했었다.
우리가 제주에 이사온 해에 이장님이 친구도 만날 겸 우리가 이사 잘 왔는지도 볼 겸 제주에 내려오셨던 적이 있다.
그때 그 국정원 친구분이 알려주신 맛있는 흑돼지 집이 있었는데, 그집 고기도 참 맛이 좋았다.
돼지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날 고기를 맛있게 먹고 갑자기 먹은 기름기에 설사를 좀 하긴 했지만, 고기는 정말 맛이 좋았었다.
아마도 이집 고기도 꽤 좋은 흑돼지 축에 끼는 듯하다.
언제나 손님이 오면 여길 가는데 모두 대 만족이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국정원의 소식통이니...ㅋㅋ

우리가 간 흑돼지 전문점은 '미소짓는 흑도야지'집이다.

미소짓는 흑도야지 : 제주시 일주서로 7682



돼지 껍데기에 검은 털이 보여야 진짜 흑돼지라는 이야기도, 돼지고기에 빨간 도장이 찍혀 있어야 인증받은 제주돼지라는 이야기도, 그냥 제주 흑돼지의 유명세인 듯하다.

돼지고기 된장 불고기를 만드는 김에 제주도 흑돼지에 대해 내가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제주도 살면서 점점 정확히 제주도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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