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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작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각개각층의 여성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흔히 딩크족이라고 부르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의 어려움을 잘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아이를 낳아 책임을 질 수 없을 것 같고,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것 같고,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이 된다고 한다.

이런 무자녀 부부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불임을 속이기 위해 아이 낳지 않겠다고 속이는 거 아니냐?
아이를 안 낳으려면 왜 결혼을 했느냐?
아이를 안 낳으면 남편이 바람난다.
아이는 모두 제 밥그릇을 물고 태어난다.
등 수많은 질문과 질책이 따른다.

무자녀 부부의 장점도 있다.
남자는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고, 여자는 출산과 육아로 강제 퇴사를 당하거나 경력 단절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고, 아이 때문에 생겨나는 많은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신의 능력대로 살아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무자녀 부부는 친구, 직장, 가족, 지역 사회에서 끝없는 질책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기혼 여성들의 욕망을 무시하고 억압해 왔다.

혐오는 쉽다. 어려운 것은 이해다.

사회가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듯이 무자녀 부부도 이해받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책을 아주 흥미있게 읽었다.
우리 부부도 무자녀 부부이다.
결혼 전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 후 그런 수순을 밟은 것도 아니다.
그냥 살다보니 아이가 없었고, 한참 후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고, 의학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무리없이 무자녀로 살게 되었다.
지금은 자녀가 없는 우리의 삶이 너무나 익숙하고 아주 잘 지내고 있어서, 무자녀인 것이 생각거리가 되지도 않는다.
아마도 조금 불편했을 때가 귀농해 시골에 살았을 때였던 것 같다.
연고가 없는 곳에 귀농해서 아무런 친분이 없는 동네분들과 살아야 했는데, 그분들은 언제나 우리의 아이없음을 걱정하고 훈계했었다.
다행인 것은 그 걱정과 훈계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우리가 아이 없음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다는 것을 보고 느끼셨기 때문인 듯하다.
지금도 우리는 오로지 각자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

이 책을 읽고 다른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좀더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쉽게 사람은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수많은 고정관념이나 관습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규정지으며 거부하고 억압하고 있다.
그런 잘못된 틀을 알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남을 차별하지 않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뭔가 가치관이 넓어지는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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