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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2017.6.23(37,005걸음) 오늘은 모라티노스에서 칼자딜라 데 로스 헤르마닐로스(이렇게 긴 이름이라니...)까지 걸었다. 어제 전 마을에 숙소가 없어 남들보다 3킬로나 더 걸어와서 얻은 숙소는 매우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어제 저녁에 베드버그 문제로 고민하다가 오늘 버스 정류장을 만나면 버스를 타고 큰 도시로 가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까지 잠을 잤다. 아마 숙소가 편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늦잠을 자려고 해도 그러지 못했을텐데 정말로 편안한 숙소여서 늦게까지 잘 수 있었다. 어제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검색해 보니 버스를 타고 이틀치의 거리만 가면 큰 도시인 ‘레옹’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레옹을 가기 전에는 그 도시가 얼마나 큰지는 몰랐지만 산티아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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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없이 17킬로를 가야한다는 긴장감이 우리에게 힘이 됐을까 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할 때쯤 차도에 지나가던 차가 한대 서서 아저씨가 우리에게 뭐라고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혹시 차가 고장이 나서 우리보고 밀어달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더위에 하루 종일 걸은 우리가 그 차를 밀어줄 힘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차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아저씨가 우리에게 요구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동영상을 찍고 있으니 걸으면서 자기를 보고 손을 흔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우리도 신이 나서 손도 흔들고 “부엔 까미노”라고 인사도 해 주었다. 아저씨가 고맙다고 하더니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계속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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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17킬로는 다행히 점심 때쯤 다 걷고 제대로된 카페가 있는 마을에 도착을 했다. 우리가 산 과일에는 스페인에서 처음 보는 납작한 복숭아가 있었다. 아기 엉덩이처럼 봉긋하게 생긴 복숭아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품종의 복숭아이다. 다른 때 같으면 카페에서 밥을 먹었을텐데, 오늘은 들고온 짐을 줄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만 주문하고 과일로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이 복숭아는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당도가 꽤 높은 복숭아이다. 아직 음료수도 남아있고, 에너지바도 있다. 이걸 여기서 안 먹으면 가는 내내 짐이다. 짐.. 이 카페에서 미국에서 온 에릭과 폴라를 만났다. 이들도 정해진 목적지 없이 걷는 스타일이라 또 언제 헤어질지 몰라, 이번에는 같이 사진을 찍어 얼굴을 남기기로 했다. 에릭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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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가 넘어서 이제 겨우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늘은 우리가 가장 늦게까지 걸은 날이 될 것이다. 마을에 다 왔는데 정말로 한발짝도 더 못 걸을 것 같아 마을 초입에서 오늘 묵을 알베르게를 검색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중심가가 나오고 거기에 알베르게도 있었다. 아직도 걸어야 하는데, 시간은 6시가 되고 있었다. 중심가로 접어들고 있는데 바가 하나 보였다. 그리고 세상에나 거기에 우리가 무리해서 쫓아온 동지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폴라와 에릭이었다. 서로 보고 얼마나 좋아했던지.ㅋ 그들은 우리가 6시까지 34킬로나 걸어서 온 것이 대단하다고, 우리는 다시 너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그 와중에 폴라는 자기가 오늘 묵는 알베르게가 너무 좋다고 자랑하고, 마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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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의 무게를 줄이겠다고 가지고 있는 물병에 물을 반만 채우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 앞에 나타난 길은 자그마치 16킬로나 곧게 뻗은 길이다. 처음에는 굴곡 없이 쭉쭉 뻗은 이 길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걸을수록 전혀 변화가 없는 이 길이 오히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자갈길이나 흙길이 있는 것보다 더 지루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길을 네시간이나 걸었다. 물병에 담아온 물은 겨우 반도 지나지 않아 바닥이 났다. 가지고 온 피규어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함께 했음을 인증하려고 이렇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이 피규어까지 꺼내서 이렇게 사진을 찍은 이유가 있다. 너무나 지루한 이 길에서 뭔가 재미난 것이라도 해야 덜 지루할 것 같았다. 가운데는 아스팔트 길이 곧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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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걷는 산티아고 길은 매우 상쾌하다.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하지만 어김없이 10킬로 정도 걸으면 발바닥에서 신호가 온다. 그 아픔을 말로 표현하자면 발이 세로로 두쪽이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마치 '또각'하고 잘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프다. 해가 땅에서 어느 정도 떠오르면 또다시 더위가 시작된다. 그래서 많은 순례자들이 아침 잠도 포기하고, 아침에 씻고 화장실 가는 것도 포기하고, 아침밥 먹는 것도 포기하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좀더 선선한 봄이나 가을이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6월에서 8월에 걷는 사람은 꼭 기억해야하는 원칙이다. 뭐 꼭 사전 지식으로 꼭 알아야 할 건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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