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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별 - 류시화

gghite 2020. 8. 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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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들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떤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 노인처럼
밤에 먼 하늘을 향해 앉아서
별들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받는 일


나는 어릴 때 읽은 <어린 왕자>책 때문에 별을 사랑하게 되었다.
경기도 성남이 지금처럼 도시화가 많이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평상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밤늦도록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지금은 한조각의 기억도 없지만, 우리는 <어린 왕자> 때문에 사랑하게 된 별을 한없이 바라보며 깊은 밤이 되도록 옥상에 있었다.

누가 나에게 '별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별은 나에게 꿈을 꾸라고 존재한다.'라고 답할 거 같다.

어쩌면 지금은 까만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볼 일이 드물어, 나의 꿈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다보니, 꿈꾸지 않는 것도 같다.
이 나이에 꿈만 꾸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꿈꾸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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