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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중 우리 자전거도 숙소에서 이렇게 쉰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은 자전거로 어떻게 종주를 하느냐?"는 반문을 받는 자전거지만, 우리처럼 느리게 조금씩 여행할 줄 아는 자전거다.

 

숙소 구석에서 쉬고 있는 우리 자전거.

이날 아침은 어제 봐두었던 콩나물 국밥집에서 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종주 중 가장 크게 느낀 것이 한국의 물가 상승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을래도, 간단히 요기를 할래도 일인분에 팔천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고, 숙소도 오만원 이하짜리는 찾기가 힘들다.
정말로 물가가 많이 오른 듯하다.
우리는 가능하면 숙소 오만원, 식사 육천원 정도인 곳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남들처럼 쌩쌩 달리고 야간 라이딩까지 하면 금방할 국토 종주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까 천천히 잘 보고 느끼며 종주를 하기로 했다.
시간이 많은 건 우리의 특권이지만, 경비 많이 드는 건 무시 못하는 일인지라...

 

이런 집이 숙소 바로 옆에 있어서 무조건 아침은 여기서 먹기로 했다.
부산인데 전주 콩나물 국밥이면 어떻노~

 

보글보글 가격 대비 짱 좋다.

 

끓어넘칠 것 같은 국밥을 날계란으로 잠재우고 맛있고,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의 시작은 낙동강 하구둑이다.
숙소에서 7킬로를 갔다가 시작점에서 인증 도장 찍고 출발하느라 좀더 걸리지만 그래도 국토종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 종주의 시작점이니 왠지 떨린다.

 

우리가 인증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 카메라에 잡힌 외국인 아저씨.
뭔가 구슬픈 음악을 듣고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왠지 쓸쓸해 보여 말을 걸어 보았다.

 

파키스탄에서 왔는데, 현재 부산에 살고 계신단다.
구슬픈 음악은 파키스탄 음악이라고 한다. 아마도 고향의 노래를 들으며 고향 생각에 잠겨 계셨던 듯하다.
산티아고 여행 이후 외국 사람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일종의 습관이 생겼다.ㅋ

 

시작 세레모니로 자전거를 머리 위로 많이들 들고 사진을 찍던데, 나는 힘이 좀 부족하네....

 

0킬로 지점. Start 지점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같이도 찍어 보고.

 

기념비 위에도 올라가 찍어 보고. 이 중 멋진게 얻어 걸리겠지.ㅋ
어쨌든 설레는 마음으로 낙동강 종주 시작~

헌데, 지금까지 전라도에 있던 영산강코스나 섬진강코스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중간중간 푸드트럭도 많고, 자전거길가에 풀도 잘 깎여 있고, 쉼터며 화장실도 잘 되어 있고, 평지에 공원에 나무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날씨탓도 있지만 미세먼지가 많고, 옆에 차도에 차도 많이 지나가 시끄럽고, 매연도 많고, 공원에 사람도 많고, 가끔 차도를 횡단할 때도 차가 절대 양보 안해 주고 그런 건 좀 불편하다.

 

중간중간에 있는 푸드트럭도 좋다.
양산 쯤 있었던 '호호아지매'라는 푸드트럭에서는 컵라면을 먹어도 이렇게 김치를 준다.

 

사진에 찍힌 아저씨는 라면이 푹 안 삶아졌다고 투덜댔지만 그야 뭐 취향이니. 투덜댈 게 아니라 삶기 전에 푹 삶아달라고 말 안한 아저씨 잘못이 크다고 보는데, 아저씨는 내내 "라면에 이도 안 들어가네."라며 투덜거리셨다. 뻥도 심하다..ㅋ

 

라이딩 중 안전을 위해서는 자전거 수신호를 잘 알아야 한다.
여기는 자전거 수신호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어서 잠시 자전거 수신호 공부도 했다.
사실 난 아직도 핸들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초보 라이더라 수신호를 할 수는 없다.ㅜㅜ

 

낙동강 자전거길은 인증센터 간의 간격이 좀 길다.
그래서 중간에 안 쉬고 인증센터까지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의자가 나오면 쉰다. 이렇게.ㅋ

 

다음 인증센터는 양산물문화관이다.

 

꼼꼼히 인증도장 찍기.

 

강가에 나무판자로 멋지게 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길이나 다리를 달릴 때는 소리가 재밌다. 으르르르르....ㅋㅋ

 

멋진 부산아저씨들을 만났다.
우리처럼 브롬톤 자전거로 자전거여행을 즐기시는 분들이다. 앞에도 큰가방 뒤에도 큰가방을 메달고 안가는 곳이 없으시단다.
자전거 여행의 내공이 높으신 아저씨들은 브롬톤으로 여행하는 팁도 많이 주셨다.
그 중 우리 자전거의 '체인링'이란 부품을 교체하면 2단 자전거여도 훨씬 수월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주셨다.
우리 자전거를 육지 살때 대구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낙동강 자전거길 중간에 있는 대구 매장에 들려보기로 했다.
사실 이 아저씨들 아침부터 막걸리 한잔을 거나하게 드시고 계셨다.ㅋ
우리에게도 권했지만, 우린 음주 라이딩은 하지 않기로 해서 거절!

 

가다가 정자가 나오면 누워서 쉬기가 더 편하다.
가장 아픈 곳은 엉덩이이기 때문에 앉아서 쉬는 건 도움이 안 되므로 무조건 누워서 쉬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자는 어쩜 그렇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만들까?
언제나 누워 있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너무 좋다.

 

낙동강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려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그닥 예쁘게 안 나온다.

다음 인증센터는 창녕함안보인데 거기까지는 너무 멀어 못 갈거 같아서 밀양까지 가기로 했다.

 

밀양 어디쯤 낙동강 줄기에서 찍은 사진이다.
강 옆에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길 그것도 평지로 끝없이 나 있어 약간 졸립기까지 하다.

밀양에서 첫 모텔은 만실이라 마을 거의 끝에 있는 무인모텔로 숙소를 잡았다.
무인 모텔이어도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고, 아주머니가 친절히 체크인 절차를 밟아주셨다.
들어서는데 외국인이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우리처럼 이 숙소로 왔다.
"Can you speak english?"라고 묻는데 아주머니 못알아들으심.
"Two person."이라고 하는데, 아주머니 "이틀밤 잔다고요?"하길래, 내가 가서 통역해줌.
아주머니와 외국인 모두 고맙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
내가 산티아고 경력으로 체크인 영어는 아주 잘한다.ㅋ

 

숙소아주머니가 소개해준 밥집에서 백반 1인분에 6,000원하는 것을 먹었다. 가격대비 괜찮았다.
하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음식을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전라도 음식이 맛도 좋고 상차림도 남다르다.
이날은 그걸 가장 잘 느낀 날이었다.

 

이날 84킬로나 달렸다.
낙동강 종주 첫날부터 빡쎄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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