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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나한테 '혐오스런 마츠코씨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재미있다고 소개시켜준 아는 동생과 함께 간 홍차집이다.

이 친구의 부모님이 제주도로 이주해 오셨고, 본인은 제주에서 태어난 이제 갓 서른을 넘은 아가씨이다.
일본어 통역학과를 나와 일본어를 엄청 잘하는데, 운이 나쁘게도 이 친구가 사회에 진출하기 한참 전부터 제주도에는 일본 여행객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본인뿐 아니라 친구들도 취업이 잘 안되어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조금 방황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급식소에 스텝으로 취업을 한 것이다.
급식소에 알바를 다니던 나와의 인연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급식소 일이라는 것이 좀 많이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결혼 전 아가씨가 아주머니들 틈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왠만한 용기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즐겁게 일을 다닌다.
어려서 일이 서툴고 사람과의 관계를 수월하게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무 멋진 청년이란 생각이 들어 내가 알바 가는 날이면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 친구에게 맛있는 밥 한번 사주기로 하고 주말에 만나 밥도 먹고 꼼냥꼼냥한 아가씨가 좋아할 만한 홍차집에를 들렸다.
그 전에는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먼 곳에 있었는데, 우리집 근처 구제주로 이전을 했다는 소식도 들은 터였다.

 

누가 봐도 돌담이 둘러싼 제주도 구 가옥처럼 생긴 이곳이 바로 '홍차 판'이다.
그것도 골목 안쪽에 있어서 그 주변을 두바퀴나 돌고 겨우 찾았다.

 

처마 밑에 있는 이 조그만 간판을 어찌 찾누...

 

들어서자마자 마당에 있는 이 테이블을 보고 깜짝 놀랬다.
제주도의 옛 주택에는 마당에 공용 샤워장 같은 창고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을 '물부엌'이라고 부른다.
근데 이걸 허물고 이렇게 분위기 모던하게 티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ㅋ

주택으로 되어 있는 안에 들어가면 테이블이 두어개 정도밖에 없다.
아마도 작은 주택이라서 테이블을 많이 놓지 못해서 마당에 모던한 테이블을 마련해 놓은 듯하다.

 

장식장에는 예쁜 홍차 잔과 주전자 등이 하나가득 전시되어 있다.

 

세계의 유명한 홍차들도 전시되어 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먼저 이런 걸 가져다 준다.

 

이집에서 제공해주는 홍차가 들어있는 작은 병으로 향을 먼저 확인하고 주문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저 '홍차'하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해야 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홍차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향도 다 마음에 들어서 선택이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해서 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선택했다. '해피버스데이'였나????
그리고 그 친구는 평소 좋아하는 일본 홍차를 주문했다.
각자에게 꽃무늬 홍차 잔과 주전자를 주고, 함께 먹을 수 있는 달달한 과자도 준다.

 

요 덮개로 주전자를 덮어 놓으면 주전자를 다 비울 때까지 홍차가 따뜻하다.

이런 저런 악세사리도 팔고 있어서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그 친구는 나랑 얘기하는 것도 잊고 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올때 마음에 드는 홍차를 조금 구매해서 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예쁘게 포장을 해주셨다.

이전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손님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찬찬히 구경하기에 딱 좋았다.
무엇보다도 홍차를 참 맛있고 정성스럽게 내주어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제주 구가옥으로 된 건물이어서 앉아서 조용히 홍차를 마시는 내내 집이 마음에 쏘옥 들만큼 편안하고 좋았다.

향긋한 홍차가 마시고 싶은 날, 책 하나 들고 또 방문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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