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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이사와서 관심을 갖게 된 제주음식을 두달 동안 배운 적이 있다.
그때 왠만한 제주 음식은 다 만들어 봤었다.
강의 제목이 '제주음식 스토리텔링 전문가 과정'이었어서, 제주 음식과 관련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거의 다 배웠었다.
그래서 지금도 제주 음식을 접하면 나는 할 얘기가 많다. 스토리텔러니까.^^
그 당시 강의를 주도하셨던 양용진 선생님은 제주음식에 남다른 사랑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제주음식 연구원 원장님이시기도 하고 '낭푼밥상'이라는 향토음식 전문점도 운영하고 계신다.
원래는 제주시 외곽에 큰 건물에서 낭푼밥상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얼마 전에 신제주로 이전하여 좀더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게 하셨다.
나는 제주 음식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인사차 방문하기로 했다.
가게 앞에 커다랗게 사진을 붙여놔서 전문성을 부각시켰다.
나는 잘 몰랐는데, 왼쪽에 계신 분이 제주 음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제주도에서 붙여주는 '명인'의 영예를 가지고 계신 김지순 어르신이다.
전통 방식의 제주음식을 잇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명예인데, 이분이 1호라고 한다. 현재 2호까지밖에 없을 정도로 제주음식의 전통은 잘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대부분 구전되고 있어서 기록이 없는 탓이라고 한다.
아무튼 명인 1호 김지순 어르신의 아들이 우리 선생님으로 오른쪽에 계신 분이다.
제주 음식 홍보를 어마어마하게 하시는 분이시라 각종 축제, 세미나, 강연, 방송에 두루두루 나오시는 나름 유명인사이다.
가게 이전의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을 높여 제주 음식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전 가게의 메뉴에 덧붙여 저렴한 가격의 메뉴도 생겼다.
나는 이중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 '가문잔치 정식'이었다.
처음 이 메뉴를 알고 제주에서 알게 된 지인들에게 사전 정보를 알아갔다.
가문잔치라는 것은 제주에만 있는 풍습인데, 제주에서 결혼식을 '잔치'라고 부른다.
전통 방식의 '잔치'는 3일을 한다고 한다.
혼례가 있는 날의 전날 집안의 어른들에게 혼례를 알리고 잔치상을 차려 대접하는데 이것을 '가문 잔치'라고 한다고 한다.
이때 내는 음식은 뭐든 좋은 것만 낸다고 한다.
기본 반찬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깃반'이다.
돔베고기와 전통 순대 그리고 마른 두부를 접시에 내는 것이다.
잔치에 온 사람들에게 꼭 대접하는 메뉴라고 한다.
제주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돔베고기도 잘 안 먹고, 전통 순대는 입에도 안 대서, 마른 두부만 소스에 찍어 먹었다.
같이 간 사람은 아주 맛있다고 잘 먹었으니, 맛이 없는게 아니고 그냥 내가 제주 음식에 아직 적응을 못하는 것이다.
메인 밥은 몸국과 초불밥이다.
몸국은 돼지고기 삶은 물에 몸을 넣고, 김치로 간을 해서 먹는 것이다.
이 몸국은 자타공인 정말로 전통 제주식이다.
이 몸국 하나를 끓이기 위해 들이 정성은 말로 다 못할 정도이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몸국집에 가면 나는 거의 먹지 못하는데, 그래도 이건 반은 먹었다.
그리고 처음 접한 '초불밥'
이건 잔치에 한 밥 중 어르신들에게 떠주는 '첫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육지와 같은 논이 없는 제주에서는 마른 논에 쌀을 재배한다.
그것을 산듸쌀이라고 하는데, 찰기가 거의 없는 쌀이다.
그마저도 귀해서 아무리 잔치래도 잡곡으로 밥을 하고 쌀은 위에만 얹어서 밥을 했다고 한다.
귀한 어르신들에게 그 위에 있는 밥을 살살 떠서 대접했는데 그것을 '초불밥'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요즘은 그마저도 산듸쌀은 귀해서 쉽게 살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정말 귀한 밥 한공기인 셈이다.
점심을 반 정도까지 먹을 동안 선생님은 주방에서 일하시느라 나오시지 않아서, 이렇게 그 선생님이 나온 방송을 계속 틀어주고 있어서 화면으로만 뵙고 가는 줄 알았다.
한참 후에 선생님이 나오셔서 그간 내가 궁금했던 제주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점심 시간이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완전 제주식이라 내 입맛에 안 맞을 것도 잘 알고 계시는 선생님이 다음에 오면 고기국수를 먹으라고 조언해 주시기도 했다.
그나마 육지 사람 입맛에 맞는 것이 고기국수라고..
나중에 다른 친구한테 들었는데, 낭푼밥상의 고기국수는 정말 맛있단다.
아무튼 나는 맛을 떠나서 '가문잔치 음식'에 대해 제대로 체험하고 와서 아주 유익한 식사였다.
같이 간 사람은 그 어떤 집보다 제주 음식 맛을 잘 내는 것 같다고 아주 좋았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현지인의 음식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사람은 다른 데 갈 필요 없이, 제주 음식 명인 1호가 하는 '낭푼 밥상'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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