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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음식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생물학적 유전자는 아니지만 음식문화 차원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특히 그 유전자는 엄마에게서부터 온다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매일 엄마가 삼시세끼를 해주시고, 그 음식을 십여년 먹고 살았던 자식들은 엄마의 음식 유전자를 전수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맛을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엄마가 어려서 해주시던 음식의 맛을 느낄 때 맛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음식 유전자와 관련한 내용의 강의를 제주도 와서 들었다.
제주도 향토 음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강사님이 해주신 이야기이다.
각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향토 음식이 이런 음식 유전자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주도 동문시장에 매우 유명한 국수집이 있다고 제주도 지인들에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들은 집이 있어서 가보고 느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동문 시장 안에 호떡 거리가 있는데 그 근처 골목 속에 숨어 있는 정말로 오래된 국수집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동문시장에 장을 보러 오면 꼭 여기에 들려서 국수와 김밥을 먹고 간다고 할 정도로 맛집이라고 한다.

가게에 들어가면 벽에 이런 저런 연예인들이 와서 맛집 인증 사인도 하고 간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장통에 있는 구수집이어서인지 가격도 참 착하다.

 

우리는 지인의 조언대로 국수와 김밥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이날은 이미 김밥이 떨어졌다고 한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진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특히 이 멸치국수는 멸치국수라고 쓰고 잔치국수라고 부르는 국수이다.ㅋㅋ

그리고 먹기 시작한 멸치 국수와 비빔 국수...

어?? 이게 아닌데??
제주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맛집이라고 하는 이집 국수가 우리 입맛에는 전혀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음식 유전자

우리에게는 제주도 사람에게 있는 음식 유전자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수거리에 수십 개의 국수집이 있어도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은 오직 '자매국수'집 한집만인 이유도 바로 그 음식 유전자의 작용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몇년을 제주도에 살아야 '배지근한 맛'을 맛있게 느낄 수 있는 음식 유전자가 내게도 생길까?
그것만 장착한다면 흔히 말하는 도민 맛집이란 곳에도 많이 다닐 수 있을텐데...
얼른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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