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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 제주로 이주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인생을 여행처럼 살고 싶어서였다.
마음을 먹고 제주에 마음에 드는 집을 먼저 덜컥 계약을 하고, 육지 생활을 한달 만에 죄다 정리하고 무작정 제주로 이사와 버렸다.
이주한지 3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우리는 되도록이면 얽매이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요즘도 언제나 하늘만 올려다 보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10분 정도만 천천히 걸어가면 나오는 해변에 간다.
제주시 구도심에 있는 해변이라서 해수욕장은 아니다.
제주항 연안부두에서부터 용두암까지 길게 연결되어 있는 해안가로, 잘 갖추어진 산책로가 있는 곳이다.
이 산책로 중간에는 서부두라는 수산물 시장도 있고,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동문시장도 있고, 제주시 사람들의 식자재를 담당하는 대형 마트도 있고, 유명한 호텔도 수도 없이 많다.
이 해안가에 최근 큰 공사를 하고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크루즈 여객선이 입항할 수 있는 선착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뭔가 새롭고 큰 변화가 이 해안가에 일어날 것 같다.
아무튼 널직한 산책로가 잘 되어 있는 이곳을 우리는 자주 산책을 하러 간다.
그런데 산책 도중 해녀 동상이 아니라 진짜 해녀를 봤다.
해녀들이 엄청나게 잡아온 것은 제주도에서 유명한 뿔소라이다.
이게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커다란 거 하나가 몇 천원을 하기도 하는 그런 물건이다.
해안도로에 있는 간이 사무소에서 해녀들이 잡아온 뿔소라를 선별하고 무게를 재고 그러느라 시끌벅적했다.
선별하는 손길이 무지 바쁘다.
이 분의 수확량이 가장 푸짐한 듯하다.
보다가 궁금해서 가격을 물어 보았다.
1킬로에 5,000원이란다.
이 정도면 엄청 싼 가격이다.
우리도 2킬로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육지말을 쓰고 약간 어리바리하고 목소리도 크지 않은 내가, 거센 바다에서 수십년을 물질하고 짙은 제주도 사투리에 우왁스럽게 말하는 해녀를 당할 수는 없다.
아마도 선별하고 남은 자잘한 것임에 분명한 것으로 파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심하게 항의해 봤다.
나 : 이거 너무 작지 않아요?
해녀 : 에이, 큰건 껍데기 무게가 더 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에 깨갱하고 그냥 작은 것으로 2킬로를 샀다.
해녀분도 미안하신지 거의 3킬로 같은 2킬로를 주셨다.
뿔소라를 사들고 해녀의 딸인 제주도 지인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 1킬로 5천원이면 공판장에 파는 가격이란다. 잘 샀다고. 하지만 큰게 껍데기 때문에 무게가 더 나간다는 말은 좀 속은 거 같지만,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다며 한참을 웃었다.
어쨌든 제주도 살면서 해녀가 갓 물질한 뿔소라를 한바구니 살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특히 이주민에게는.ㅋ
산책이고 모고 다 접고 집으로 와서 친구가 알려준대로 죄다 삶았다. 제주도 사람들은 망치로 껍데기를 부셔서 생으로도 먹는다고 하는데, 아직 내가 그 정도 내공은 아니므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냄비에서 삶아지고 있는 뿔소라의 색이 너무 예쁘다.
뿔소라의 살은 쉽게 빠져 나온다. 앞에 있는 단추같은 딱지를 떼고 내장은 제거해 준다.
내가 다슬기같은 건 내장도 먹는데 이건 안 먹냐니까, 친구 말이 무지 써서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단다. 그러니 안 먹는 걸로~
작은 걸 샀는데도, 하나가 한입 가득 들어가는 크기이다.
이렇게 살만 손질해서 먹었는데, 갓 잡은 것이라 양념도 필요 없이 너무 맛있었다. 식감도 쫄깃쫄깃 탱글탱글해서 완전 좋았다.
양도 무지 많다. 한끼에 삶은 것의 삼분의 일도 못 먹었다.
어제 동문시장에서 장봐온 시금치와 명란젓으로 '명란시금치 파스타'를 만들어 뿔소라와 함께 먹었다.
이렇게 차려 먹는 날은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제주에서 여행자처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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