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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면 특이한 현상이 생긴다.
육지 살 때는 자동차로 2, 3시간 가는 건 그저 장거리 운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 살면 1시간 이상 운전하는 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살다보니 생각하는 세상도 작아지는 듯하다.
그래서 제주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귀포에 가는 일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다.
서귀포는 너~무~ 멀다.
제주도에 처음 이주해왔을 때는 이 말이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 3년 정도 살고 나니 우리도 서귀포 가는 것은 장거리 여행처럼 느껴진다.
남편의 지인이 수채화를 그리는데, 서귀포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은 2개가 있다.
516도로와 평화로이다.
우리는 위치상 516도로로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로 가야했다.
그런데 이길은 옛날에 만들어져서인지 엄청나게 꼬불꼬불하다.
오랜만의 장거리 여행이라 멀미가 날 정도였다.
갤러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앞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주도에서는 가을에 코스모스를 보기가 쉽지 않다.
워낙 따뜻해서인지 화단에 마치 봄처럼 화사한 꽃들이 많이 심겨져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니 먼저 귤을 한바구니 주신다.
여기가 귤이 많이 나는 효돈이라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맘때면 제주도의 귤 인심은 넘쳐난다.
먹고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하라는 말도 잊지 않으신다.
귤은 테이블에 두고 먼저 그림부터 감상했다.
나이가 좀 드신 남자분이신데, 그림은 매우 소녀 감성이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는 분이셨다.
꽃그림, 과일그림, 제주의 자연을 담은 그림, 그리고 인물화까지 다양하게 잘 그리시는 분이었다.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고 2층도 전시실이 있길래 올라가 보았다.
여기에는 또다른 화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그림들이어서 한참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돌과 철사를 이용한 조형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자전거의 모양이 예뻐서 사진 한장 찍고 한켠으로 가니 30cm 정도 되는 인형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앗! 이건 완전 취향저격이다.
'비 오는 날의 귀국'이라는 제목의 인형.
머리를 철수세미로 만들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라는 제목의 이 인형은 해학적인 표현이 담겨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이 인형의 제목은 '회사 다녀왔습니다.'였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다녀왔다니... 정말 웃겼다.
1, 2층의 전시를 다 구경하고 한참을 앉아서 귤을 까먹었다.
우리는 둘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그 귤을 다 까먹고도 한참을 그림 이야기를 했다.
우리 마음 속에도 예술적 감성이 마구 샘솟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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