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이 영화는 아이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서 소녀 감성이나 되살려 볼까? 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이다.
그런데, 보다가 나도 모르게 너무 눈물을 흘렸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왕따라는 것이 없었다.
전에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대사 중에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누가 호구인지 모르면, 바로 네가 호구인거야.

라는 말이 있었다.
왕따가 없었다고 생각한 내가 왕따였나?ㅋㅋ
그렇지는 않다.
우리 때는 그저 소심해서 조용히 없는 것처럼 있는 아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아이는 반에서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놀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을 조용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
아마도 내가 그런 아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조용한 아이들을 반아이들이 도마에 올려놓고 놀리거나 대놓고 무시를 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등 하며 왕따를 시킨다고 한다.
왕따라는 문화가 없던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만약에 내가 요즘 초등학생이었다면 왕따가 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무튼 주인공 아이가 너무 순진하고 진솔한데, 단지 집이 좀 가난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란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생각지도 않게 시작한 영화 관람에 이렇게 눈물을 흘리다니...

 

이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름은 이선이다.
체육시간에 가위바위보로 자기 팀을 골라가는데, 선이는 자기의 이름이 불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반 아이들이 모두 팀이 되고 마지막에 선이는 선택 없이 팀에 들어간다.
이때 선이가 초조하게 자기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표정연기가 아주 좋았다.
처음 이 장면부터 영화에 완전히 빨려들어가게 하는 연기였다.

 

선이 아빠는 공장의 기계를 고치는 엔지니어이고, 엄마는 김밥이나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을 하고 있다.
둘다 돈벌이에 찌들려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적당히 화목한 가정이다.

 

여름 방학이 되는 날, 선은 친구 보라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는 조건으로 친구 대신 마지막 교실 청소를 한다.
그러다가 낯선 아이가 교실을 기웃거리는 걸 보게 되는데, 바로 지아라는 전학생이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방학이라 일찍 집으로 갔으므로 선과 지아는 다른 아이들의 간섭 없이 여름 방학 내내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의 왕따 선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새로 친구가 생긴 선은 지아에게 자기가 만든 팔찌를 선물한다.

 

지아는 엄마는 영국에 계시고 아빠는 바쁘셔서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여름에 할머니가 모임에서 여행을 가는 바람에 선은 자기 엄마에게 졸라서 일주일만 선네 집에서 지아가 지내는 것을 허락받는다.
이렇게 선과 지아는 함께 지내면서 서로 비밀 얘기도 털어놓는 절친이 된다.
지아의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는 것도 그래서 알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난 지아는 선과 선의 엄마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질투가 났다.
자기의 엄마는 바빠서 잘 만날 수도 없고, 전화나 어쩌다 한번 할 정도인데, 친구는 그렇지 않은 것에 샘이 났을 것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그 후로 선과 지아는 왠지 서먹해졌다.
지아가 자신에게 생긴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아직 어려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거였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선과 지아의 사이를 이렇게까지 멀어졌다.

 

그리고 개학을 하고 나니, 지아는 선을 왕따시켰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또다시 선은 모든 반 아이들에게 왕따가 된 것이다.

영화 뒷부분에는 지아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하나 친구들에게 밝혀지면서 "이 반에 왕따는 누구인가?"라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처음부터 왕따였던 선은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친구보다 멋진 친구이다.
왕따는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영화이다.
왕따가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사실 요즘 아이들의 이런 왕따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오늘 좀 싸우고 삐쳤어도 내일 보면 반가운 것이 친구였던 나였어서, 선과 지아의 상황을 보면서 짠하고 답답함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래도 영화를 만든 감독은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선의 동생으로 나오는 윤이라는 이 꼬마아이가 그 답을 준다.
윤은 친구랑 매일 싸워서 할퀴고 멍들고 그런다.
어느 날 선과 윤의 대화이다.

선 : 넌 왜 맨날 그 친구한테 맞니?
윤 : 나도 때렸어.
선 : 그래서.
윤 : 근데 걔가 또 때렸어.
선 : 그래서.
윤 : 그리고? 그냥 놀았어.
선 : 야, 넌 바보니? 그 얘가 또 때리면 너도 또 때려야지!!!!
윤 : 그럼, 언제 놀아? 난 놀고 싶은데,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친구가 때리고 내가 때리면, 그럼 우린 언제 놀아?

그래 그냥 친구니까 때리고 싸우는 게 다 놀다가 그런 거니까, 그냥 놀면 된다.
그냥 놀면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선과 지아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꾸 싸우기만 하니까 놀 새가 없는 것이고, 서로 외롭게 된 것이다.
윤이 멋지다.^^

 

이 만큼의 선과 지아의 거리가 가까워지길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