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살인 - 암수 살인

나는 수사물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모르고 살아도 될 것들을 영화로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게 크게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다는 수사반장이든 미드에서 유명한 CSI든 그 동안 1도 관심이 없었던 이유도 그러하다.

자, 이제 편식하지 않는 리뷰어에 한발 들여놔 보자.

암수 살인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용어이다.
암수 살인이라는 것은 피해자들이 사건에 연류되어 살해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된 살인 사건 즉 아무도 모르는 살인을 '암수 살인'이라고 한단다.

이 영화에서 강태오(주지훈 역)가 일곱 번이나 저지른 아무도 모르는 살인을 상징하는 제목이다.

 

김형민(김윤석 역)이라는 형사는 정보원을 통해 강태오를 처음 소개받는다.

 

강태오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시체를 유기한 적이 있다는 것을 김형사를 만나 알려주려고 했다.
검은 비닐 봉지에 싸여져 있었지만 자기가 그것을 옮기는데 분명 사람의 종아리 같은 것이 만져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신은 분명 토막이 나 있었다고 한다.

 

강태오는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면 약간의 보수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돈을 요구한다.
김형사는 목욕값이라도 하라며 돈을 건넨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형사들이 강태오를 체포한다.
여자 친구였던 수진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강태오가 체포된 후 한참이 지나서 김형사에게 강태오로부터 전화가 온다.
할 말이 있으니 면회를 와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태오가 김형민 형사에게 털어놓은 것은 형사들이 수진이 사건의 증거를 조작했다며 자기가 수진이를 죽일 때 사용한 범행 도구가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준다.
뭔가 이상하지만, 강태오는 자기가 범인인 진짜 증거를 김형사에게 건넨 것이다.

 

그러나 김형사가 찾아낸 증거품으로 강태오는 죄를 사죄하고 올바른 수사를 위해 협조했다는 증거가 되어서, 감형을 받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형사들이 하는 일에 방해를 하고 오히려 강력범죄의 형을 줄여준 김형민 형사를 원망한다.
그리고 김형민 형사도 왠지 자기가 강태오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 후 강태오는 다시 김형민 형사를 찾는다.
그리고 면회를 온 김형사에게 그간 자기가 한 살해 사건을 일곱 개나 자백한다.

 

뭐 이런 범인이 있지?
이렇게 자기가 한 범행을 알려주고 이런 저런 필요한 물건을 감옥에 넣어달라고 하고, 영치금도 요구한다.
김형사는 자기가 강태오에게 돈이나 뜯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강태오가 흘린 진술이 사실일 거란 확신이 들기도 한다.

김형민의 집요함과 강태오의 영악함 중 누가 승자가 될 지는 영화를 직접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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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강태오는 당당하고 영악하게 김형사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형사 또한 남다른 수사에 대한 열정으로 강태오 사건에 매달린다.

정말로 강태오는 김형사를 이용해 자신이 처음에 자백한 사건이 하나하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고, 나중에는 진짜 사건을 증명하더라도 그간 김형사가 속은 사건 때문에 신빙성을 잃고 무죄 처리 되게 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김형사가 처음에는 강태오의 술수에 끌려 가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강태오의 모든 범죄를 증명해 내서 그가 감옥에서 무기수로 다시는 사회에 나올 수 없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두가지 결말을 오락가락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요하게 다른 사람은 의심하는 사건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수사하려는 김형사의 열정도 대단하지만, 감옥 안에서 면회 온 형사를 조정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고 있는 강태오의 악랄함도 대단하다.

 

김윤석은 워낙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사람이라 거의 힘을 빼고 하는 연기인데도 허술한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주지훈은 요즘 흔히 말하는 사이코 패스인 범인의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해내고 있다.
아마도 꽃미남으로 한때 인기를 얻었던 주지훈이 이제는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는 진정한 배우고 인정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수사물 영화를 매우 잘 만든다고 감탄하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데, 강태오는 나중에 교도소에서 자살을 했고, 김형민 형사는 아직도 아무도 몰라 묻혀버릴 지도 모르는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완전 놀랬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침도 없이 자기가 벌인 사건의 증거로 형사를 농락한 파렴치한 범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형 제도에는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상상할 수 없는 범죄자에 대한 것을 보면 참 생각이 많아진다.
미국처럼 300년, 400년 형을 선고해 절대로 감형으로도 이번 생에서는 출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를 철저히 벌주기 위해서는 아무도 억울하게 누명을 쓰지 않게 철저한 수사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수사물을 잘 보지 않았던 내 취향 때문에 쉽게 이해되고 쉽게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아직 힘들었지만, 그래도 허술함 없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