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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레옹이 큰 도시라고 일부러 며칠을 머물면서 도시 구경을 한다고 하니, 우리도 이 도시에서 유명한 곳은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을 들어서면서 대형 매장인 까르푸도 봤고 KFC가 커다란 것이 있는 것도 봤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도 사고 KFC에 가서는 점심도 먹기로 했다.
얼마만에 보는 대형매장에 패스트푸드점인지...ㅋ

숙소에 짐을 풀고 씻고 나서는데 최다환, 함지혜 커플이 이제 막 도착해서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이들은 신혼여행을 산티아고로 온 커플이다.
지혜씨가 블로그에 그날그날 알베르게 사진을 올리면서 '신혼 몇번째 집'이라고 써서 참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은 결혼 후 매일매일 집을 옮기며 벌써 한달 이상을 다니고 있다.
그 이후로도 반년 정도를 세계여행을 했다고 하니, 아주 멋진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는 셈이었다.

이들은 레옹에서 하루 더 머물며 도시 구경을 할 것이란다.
그리고 오늘은 편하게 호텔에 가서 잘 생각이라고 하며 우리한테 한참을 자랑을 했다.
알베르게에서 자면 다음 날 아침에 8시까지는 숙소를 나가야 하는데, 관광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늦게까지 있을 수 있는 호텔에 묵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묵는 공립 알베르게가 깨끗하고 괜찮다고 알려주니 내일은 여기에서 묵어야겠다고 했다.

이날 이 사진을 찍고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산티아고에서는 같이 같은 방향으로 걷지만 하루라도 뒤쳐지면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는 매우 힘이 든다.

 

레옹이 대도시라 이런 매장도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 이후에 한번도 KFC매장을 못 보았다.
한국에서도 잘 가지 않는 치킨 매장이지만, 왠지 후라이드한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다.
산티아고 길에 있는 식당들에도 치킨 요리가 많이 있지만 그건 튀긴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많이 먹었던 튀긴 치킨이 있는 이 매장을 보니 정신없이 끌렸다.
다 못 먹고 남기더라도 여러 부위의 튀긴 치킨을 주문해 정신없이 먹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가족단위로 온 손님이 많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이런 곳은 친구들끼리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유럽에서는 이 치킨집도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더 많이 나는 것 같다.

 

유럽에는 이런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몇년간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프렌차이즈 매장을 가본 건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아 맥도날드 매장에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그리곤 여기 산티아고에서 귀신에 홀린 듯 여길 찾은 것이다.
우리도 대도시에 입성한 기분을 내고 싶었던 것일까?
평소에도 치킨을 좋아하는 나는 매일 물에 빠진 것 같은 닭고기만 먹다가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치킨을 먹으니 세상 행복했다.
전화 한통이나 집밖에만 나가면 지천으로 깔린 치킨집이 있을 땐 몰랐던 행복이다.^^

 

거리에는 마을 축제가 있는지 뭔가 시끌벅적하다.
축제 구경도 좋지만 우린 오랫만에 만난 '대형 매장 구경'도 해야 한다.ㅋ
KFC에서 맛있게 치킨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까르푸에 가서 쇼핑을 했다.

 

아까 만난 신혼부부가 짐이 너무 무거워 보여 내가 짐을 줄이라고 했더니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버릴 게 없다며 주욱 자기 짐이 무언지를 이야기했었다.
뭐 들어보니 우리라면 거기서도 버릴 게 더 있었지만, 그들은 다 꼭 필요한 것이라니 더는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짐이 많으니 언제나 짐이 짐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도 처음에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동키서비스를 받았다고 한다.
동키서비스는 숙소에서 숙소로 짐만 옮겨주는 서비스이다.
아마도 옛날에 순례자들의 짐을 당나귀로 날러준 데서 온 이름 같다.
아무튼 동키서비스로 짐을 옮기다가 내게 주어진 짐을 자꾸 남에게 의지한다는 것이 왠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 짐은 내가 진다.’라고 생각하고 며칠 전부터 각자 자기 짐을 지고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들도 이 길에서 무언가를 배워가고 있었다.

 

그들에 비해 우리는 걸으면서 필요한 짐을 거의 버렸다.
사실 한국에서 출발해 올때도 그닥 짐이 많지 않았는데, 걷다보니 필요없는 것을 싸들고 온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짐을 버리다보니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인데도 없는 게 있을 정도였다.
내일부터 비 예보도 있는데 우리는 한국에서 사 들고 왔던 우비도 중간에 버린 상태였다.
숙소에서 신을 실내화도 남편은 이미 버렸고, 나도 안 신던 쪼리를 신고 다니느라 발이 좀 불편했었다.
그리고 남편이 신혼부부가 들고 다니는 요가매트가 요긴한 것 같다고, 쉬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펼치고 쉬면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것도 한번 보기로 했다.

 

카르푸를 서너 바퀴 돌며 고민해 우리가 산 것은 각자 스포츠 샌들 하나씩, 우비 하나씩 이 다였다.
샌들은 숙소를 잡고 나서 돌아다닐 때 신고 다니기 세상 편했고, 우비는 며칠 후 오는 비를 쫄딱 맞을 뻔한 상황에 요긴하게 입었다.
그 외에 요가 매트도, 시원해 보이는 티셔츠도 짐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몇번을 들었다 놨다를 하다가 포기했다.

그래, 한두번 편하게 쓰자고 걷는 내내 짊어지고 갈 짐을 늘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카르푸에서 산 물건들은 우선 숙소에 두고 나와서 도시 관광을 하자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누군가 우리를 반갑게 부른다.
초반에 우리와 같이 걷던 이태리에서 온 엘리사이다.
엘리사는 첫인상이 강렬했던 아가씨이다.
복장이 너무 핫해서(?) 눈에 확 띄는 아가씨였다.
일주일 정도 안보이길래 많이 뒤쳐졌다고 생각했는데 잘 따라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또 안 되는 영어가 내 입에서 대방출되었다.
엘리사도 반가운지 얼굴이 완전 신났다.
이럴 땐 짧은 내 영어 실력이 너무 아쉽다.
우리가 이틀 동안 이상한 길로 해서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일주일이나 안 보인 엘리사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도, 짧은 영어로는 쉽지 않다.
키도 작고 매우 마른 엘리사는 커다란 배낭을 매고 언제나 혼자서 열심히 걷는다.
당차 보여도 친구를 좋아해서 친구와 떨어지면 30시간이라도 혼자 걸어서 친구들이 있는 곳까지 따라오는 사람이다.
엘리사가 이렇게 하루이틀 안 보이다가 엄청난 거리를 걸어서 우리가 있는 곳에 합류하는 일이 여러번 있을 정도이다.

또 언제 길에서 친구를 잃을 지 몰라 같이 즐거운 마음도 함께 담아 사진을 찍었다.
엘리사는 우리가 보기에는 완전히 이태리 사람처럼 생겼다.
생김새도 그렇지만 표현도 이태리 사람처럼 적극적이고 풍부하게 한다.
길에서 만난 동양에서 온 한국인 중년 부부가 뭐 그리 반갑겠는가?
하지만 엘리사는 언제나 사랑하는 가족을 만난듯, 오래된 친한 친구를 만난듯 우리를 반겨준다.
그리고 산티아고를 걷는 동안 그 반가움을 표현하는 강조는 더 커지고 있었다.
엘리사는 낮에는 언제나 혼자 걷지만, 저녁에 도착지에 도착하면 많은 젊은이들과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흥겹게 지낸다.
그 이후에도 만날 때마다 보면 저녁에 함께 노는 친구들이 매일 바뀌는 것 보면, 아마도 엘리사는 산티아고에 친구를 만들러 온 듯하다.

이후에 다른 산티아고 친구 페이스북에서 보니, 이날도 엘리사는 노천 바에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얼굴이 벌개지도록 술을 마시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엘리사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산티아고에서 꼭 그것을 찾길 바란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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