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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유럽 여행을 갈 때의 일이었다.
12시간이라는 긴 비행시간을 달래기 위해 기내에 마련된 티비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장수상회'라는 영화를 봤는데 별 생각없이 보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나는 유럽 여행을 가는 들뜬 여행객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부고를 듣고 급하게 유럽으로 가는 승객 같아 보였을 것이다.

 

주인공인 김성칠(박근형 분) 할아버지는 동네 마트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에 발끈하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어느 날 자기집 앞을 이삿짐 차가 막고 이삿짐을 내리는 것을 보고 여전히 심하게 발끈한다.

 

이사를 오는 사람은 임금님(윤여정 분)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할머니와

 

할머니의 딸과 손녀이다.

이런 성질머리가 고약한 할아버지를 동네 사람들은 불평하면서도 따뜻한 정으로 잘 대해주고 있다.

 

특히 마트 사장은 할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이다.

 

할아버지의 출근길에 언제나 길에서 만나는 이 청소년들은 빙하가 녹으면 북극곰이 살 수 없다며, 북극곰을 돕자는 모금 운동을 하는 건실한 청소년들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동네가 재계발을 하려고 하는데, 할아버지 혼자 그 사업에 승락하는 도장을 찍지 않고 있어서 은근히 마트 사장은 재계발을 하면 동네가 좋아질 거라면서 할아버지를 설득한다.

 

이런 할아버지에게는 약간의 건망증 증세가 있고, 이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자꾸 마트 휴일을 잊고 출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네 집에 도둑이 들어서 아무것도 훔쳐간 것은 없지만 밥을 해놓고 갔다는 신고를 하기도 한다.

이런 할아버지는 앞집에 이사온 임금님 할머니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황혼의 나이에 찾아온 첫사랑인 듯하다.

 

할아버지의 첫 데이트를 위해 마트 사장은 데이트에서의 에티켓을 알려주고,

 

양복점 사장은 이태리 감성이 살아나는 양복을 맞춰주기도 한다.

 

드디어 김성칠 할아버지와 임금님 할머니의 첫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첫 데이트 후, 할머니와의 원할한 연락을 위해 평생 갖지 않았던 휴대폰도 구매한다.

 

온 동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이들의 사랑은 점점 무르익어 간다.

 

북극곰 청소년들이 이들을 따라다니며 데이트의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한다.

 

매사에 발끈하기만 하던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가방을 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 주기도 하고

 

할머니네 집에 가끔 찾아오는 다른 할아버지에게 질투가 나서 멱살잡이도 한다.

 

점점 심해지는 건망증 때문에 할머니와의 데이트를 잊을까봐 열심히 메모도 한다.

이렇게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꽃같은 할머니의 황혼의 첫사랑은 예쁘게 전개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에게는 할아버지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이 비밀이 밝혀지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슬프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폭풍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이 영화를 봤더니 할아버지의 비밀을 모르기 전에 전개되는 곳곳에 숨어있는 힌트가 많이 있었다.
두번째 보니 그 힌트가 정확히 보여서 앞의 내용을 볼 때는 눈물이 안 나와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눈물이 엄청나게 났다.

게다가!!!
몇년 전 봤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또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김성칠을 연기한 사람이 바로바로 정.해.인.이었다.
마지막 자막에 특별 출연에도 이름이 안 나오고, 김성칠의 소년역으로 거의 꼬래비에 잠깐 이름이 나온다.
영화의 반전은 전에 한번 본 것이니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봤을 때는 정해인이 나와서 더 놀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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