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믿지마 엄마가 구해줄게 - 마더

나는 범죄스릴러 장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범죄스릴러물에 입문하려면 그동안 유명세는 있었지만 미루고 안 보던 영화나 색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 혹은 뭔가 복잡한 스토리가 엮인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선택한 영화는 '마더'이다.
연기파 배우인 김혜자가 엄마로 나오고, 너무나 잘생겨서 보기만 해도 지구인이 아닐 거 같은 원빈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사전 정보가 없으니 보는 내내 너무 놀라웠다.
먼저, 아마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반전 영화라는 점, 그리고 숨막히게 잘생긴 원빈이 바보로 나온다는 점, 그리고 이게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시작은 다 말라버린 풀들 사이를 걸어온 김혜자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시작된다.

 

엄마와 아들(도준)은 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자기 한약방은 아니지만 작은 가게를 맡아서 일을 하고 있고, 가끔 동네 사람들에게 야매로 침도 놔준다.

 

이렇게 보면 절대로 바보처럼 보이지 않는 도준은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해서 언제나 엄마가 노심초사한다.
동네에서 못된 형이나 쫓아다니면서 이래저래 이용을 당하고 다니기도 한다.

 

모자란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인 엄마는 아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많다. 그래도 이렇게 노상방뇨하고 있는 순간까지도 아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건 심하지 않나?ㅋ

그러던 어느 날, 도준은 진태를 만나러 나갔다가 혼자 진탕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앞에 걸어가던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
여학생은 모른 척 계속 걷다가 어두운 골목 속으로 숨어 버린다.
도준이 계속 말을 걸려고 하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여학생은 큰 돌을 던진다.
도준은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뜬다.

 

다음 날, 동네에는 난리가 났다.
여학생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빈집 옥상에 널려있듯이 시체가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도준이 매일 가지고 다니던 '도준'이라고 써 있는 골프공이 발견된다.
경찰은 이 골프공을 단서로 도준을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한다.

바보같은 도준은 형사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자기가 살인을 했다는 진술서에 도장을 찍는다.

 

세상물정 모르는 자기 아들이 사람을 죽였을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엄마는 백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닌다.
변호사를 선임하지만, 변호사는 도준을 정신병동에 4년 가둬두는 것으로 재판을 합의 보자고 할 정도로 아무런 의지가 없는 변호사였다.
도준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동네 깡패 진태가 범인일 거라고 의심한 엄마는 진태의 집에서 피묻은 골프채를 찾아온다. 하지만 그건 피가 아니라 립스틱이었다.

죽은 여학생의 친구나 동네 꼬마들에게 수소문해서 죽은 여학생이 살았을 때 성매매를 했던 사실도 알아낸다.

 

이렇게 점점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입증할 단서를 찾아 나가고, 도준은 엄마가 시키는대로 그날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해 내고 있었다.

동네 바보가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아가는 경찰은 제대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일까?
수사기관이나 변호사의 도움없이, 그저 지독한 모성애로 엄마는 진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너무 잘생겨서 바보라고 감정이입이 안 되는 도준은 그날의 기억을 다 떠올릴 수 있을까?

 

이 모든 궁금증의 핵심 열쇠는 도준은 누구든 자기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가 어려서부터 도준에게 끊임없이 강조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왜 그동안 사람들에게 '마더'라는 영화가 오래도록 회자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너무 잘 생겨서 얼굴이 아깝긴 했지만 원빈의 연기는 너무 좋았고, 엄마역을 맡은 김혜자는 내게 있어서 이제 연기의 신으로 등극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간절히 올레티비 월정액 전용관에 봉준호의 '기생충'이 업데이트되길 바라게 되었다.

'마더' 의외로 엄청 잘 만든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