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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매운 맛을 찾기는 해변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렵다.
나는 그렇게 매운 맛을 좋아하는데, 제주도에서 매운맛을 내는 음식점을 아직 손에 꼽을 만큼밖에 찾지 못했다.

며칠 전 제주 향토음식을 같이 배웠던 친구같은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관덕정 분식이라고 알아?"

다짜고짜 친구가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자기 아는 사람들이 제주도 맛집은 거의 꽉잡고 있는 친구가 관덕정 분식을 모른다고 한마디를 했단다.
친구는 아마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간 듯했다.ㅋ
나도 맛집이 궁금하면 항상 그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을 정도로 분야별로 취향별로 꽉 잡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관덕정이면 우리 동네인데, 나도 전혀 모르겠다.
근데, 전화를 받고 생각해 보니 한군데 짐작이 가는 곳이 있다.
지난 봄에 남편이랑 제주도 올레길을 다 걸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올레 수첩을 사러 관덕정 근처에 있는 올레 라운지(제주도에서는 간세 라운지라고 부른다.)에 갔는데, 거기가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18코스 시작점이다.
저 돌담 뒤로 간세라운지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서 왜 리모델링을 하는지 알아봤더니, 봄에 올레꾼 많아지기 전에 간세라운지도 새단장하고 원래 '우유부단'이라고 유기농 우유를 팔던 매장이 분식점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 분식집 이름이 '관덕정 분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설욕도 하고, 소문의 진상도 알아 보자며 둘이서 출동했다.

급한 마음에 너무 일찍 갔다.ㅜㅜ
아직 오픈 전이다.
그래도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겉에서 보기에 전혀 분식집 같지가 않았다.

안은 더 심하게 분식집 같지 않다.
뭔가 잘못 알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집 메뉴 구성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메뉴가 분식집에서 팔 것 같은 것들이지만, 뭔가 데코레이션이 화려하고 멋졌다.

메뉴판이 뚫어지게 분석한 우리는 떡볶이와 봉골레 수제비, 그리고 크림 만두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크림 만두이다.
이걸 한개 먹고 우리의 의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양송이를 맛있게 굽고, 교자만두를 마치 크림파스타를 만들듯이 요리한 것이, 여지껏 먹어보지 못한 만두의 맛이었다.
이 크림 만두는 대박이었다.

다음에 나온 떡볶이다.
양이 좀 부족해 보였지만, 이게 제주도에서 맛볼 수 없는 매콤한 맛을 제대로 낸 떡볶이였다.
쫄깃한 밀떡도 마음에 들고 적절하게 쫄여서 국물도 끈적한 것이 아주 잘 만든 떡볶이였다.
이제 우리는 의심을 벗고 긍정적인 자세로 음식을 대하기 시작했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한 봉골레 수제비이다.
마치 봉골레 파스타처럼 바지락으로 국물 맛을 내고, 얇은 수제비는 쫄깃하고, 태국고추로 매콤하고 칼칼한 맛까지 냈다.
어쩜 이럴 수 있지?

그래서 우린 다시 메뉴판을 스캔했다.
그러면서 옆 테이블도 스캔했다.
벌써 모든 테이블이 꽉 찼는데, 다들 아주 멋진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치즈감자튀김이었지만, 우린 '아란치니'라는 것을 추가로 주문했다.
왜?

그래야 매콤하고 맛있는 떡볶이를 하나 더 주문해도 자연스러워 보일테니까..ㅋ

아란치니에 떡볶이와 같이 먹으라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란치니는 튀긴 주먹밥 안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의 사이드 메뉴였다.

이걸 먹어야 하니 떡볶이도 하나 더 주세요.^^

라고 자연스럽게 추가주문을 했다.ㅋ

매워도 다시한번, 아니 매워서 다시한번 주문한 떡볶이...

이렇게 해서 둘이서 4인분을 먹은 셈이다..ㅋ

이집에서 사용하는 그릇들이 아마도 스페인 하숙에 나오는 차승원의 그릇들 같다는 얘기도 한참을 했다.
꽤 비싼 그릇이라는데, 분식집에서 이런 그릇에 음식을 내다니...

그런데 우리 눈에 들어온 건 뭔가가 화려하게 튀긴 접시가 옆 테이블로 서빙되는 장면이었다.

애지간히 놀랬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걸 추가주문해 먹은 우리는 자제하고 곧 다시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기로 했다.

기분좋게 관덕정 분식을 나오면서 우리가 한 말은

이집 맛집 맞네.^^

였다.

관덕정 분식은 제주도의 유명한 시장인 동문시장 맞은 편에 있다.
동문시장에도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지만, 마치 레스토랑같은 분위기와 이태리 식당에나 있을 것 같은 메뉴가 분식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꼭 한번 가봐도 좋을 집이다.
특히 매콤한 떡볶이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이 있으니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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