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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지짐

나물 반찬은 그냥 데쳐서 양념장만 넣으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감칠맛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매번 할 때마다 맛이 다르게 나는 건 물론이고, 이상하게 적당한 간을 맞추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기름넣고 지지고 부치면 조금 맛이 나아진다.
배추로 겉절이는 크게 맛을 못내는 사람도 집에 있는 김치로 김치전은 보통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이치와 동일하다.^^

제주도는 뭐든 뿌리로 된 채소는 다 맛이 좋다.
제주도에 와서 갈치조림이나 고등어조림을 먹어보면 보통 내가 집에서 한 것보다 단맛이 많이 난다.
나도 그런 제주도 생선조림을 먹을 때마다 '관광지라고 손님들 입맛 끌려고 설탕을 때려 넣었구만...ㅜㅜ'하고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제주로 이사오고 나서 시장에서 무를 사다가 조림을 해 먹어보면 설탕을 한톨도 안 넣었는데, 생선조림이 달짝지근하다.
그건 제주도 무가 단맛이 많이 나는 맛있는 무여서라는 걸 내가 생선 조림을 해먹어보고 알았다.
무 외에도 당근, 양파, 콜라비 등 뿌리 채소는 모두 맛이 좋다.

제주도 무는 우리나라 무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월동 무가 그 맛이 탁월해서 인기가 좋다.
지금 제주도 무는 조금 개량이 되어 길죽해졌지만, 옛날 제주도 무는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달고 매웠다고 한다.
아마도 땅에 돌이 많아 깊이 자라지 못해서 일 듯하다.
전에 시골 살때 우리도 무를 심어보면 언제나 짜리몽땅한 무를 수확하곤 했다.

시골에서 우리가 수확한 무인데, 애들이 길게 못자라고 옆으로만 뚱뚱해졌다.ㅋ

다른 농부들처럼 땅을 깊이 곱게 갈지 않고 무를 심어서, 무들이 땅 속에 있는 돌들을 피해 자라느라고 그랬던 것 같다.
이렇듯 무의 모양은 땅의 성질과 깊은 관계가 있다.

아무튼 겨울에 땅이 얼기 전에 수확한 무는 아무리 저장을 잘해도 가정에서는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초겨울 볕과 바람에 무를 잘라서 잘 마려두었다가 무말랭이를 만들어 먹는다.
물론 무말랭이 만드는 기술도 예사롭지 않아서 요즘은 보통 그냥 만들어진 무말랭이를 사다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무말랭이로도 너무 질기지도 않고, 너무 흐물거리지도 않게 꼬들꼬들하게 무쳐 먹는 것이 쉽지 않다.
간단해 보이는 채소가 손질하고 조리하기가 더 힘들다는 건 시도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재료 : 무말랭이 600g, 파 10g, 진간장 3큰술, 설탕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다진마늘 1/2큰술, 깨소금 1작은술, 물 1/2컵

일. 무말랭이는 씻은 후 물에 불려 채에 밭쳐둔다.

이때 얼마나 무를 물에 불리느냐에 따라서 무말랭이의 식감이 달라진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30분이 채 안되게 불리는데, 무말랭이를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눌러 봤을 때,

안에 심이 박힌 것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때까지 불려야 한다.

이게 말로도 어렵지만 실제 그걸 느낌으로 감지해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물에 불리면서 눌러보면 미세하게 그걸 느낄 수 있다.
무말랭이 요리의 팁은 이걸 정확히 느껴서 불리는 시간을 잘 맞추는 것일 듯하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덜 불린 것과 다 불려진 것을 가지고 그 느낌을 기억하느라 무말랭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눌러 봤었다.ㅋ
마지막으로 정확히 알기 위해 하나 씹어 먹어봐도 좋다.

이렇게 불린 무말랭이를 잘 짜서 둔다.

이. 파는 3~4cm 정도 길이로 썰어둔다.

삼. 무말랭이에 물을 넣고 진간장, 설탕, 다진마늘, 고춧가루를 넣는다.

이렇게 무쳐먹어도 좋겠지만, 오늘은 뭐든 맛을 낼 생각이므로 이걸 불에 올려 조려준다.

이렇게 자글자글 조려주면 그냥 무쳐서 맛을 못내던 사람도 어느 정도 맛을 낼 수 있다.ㅋ

사. 거의 졸여지면 깨소금, 파,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된다.

참기름까지 넣고 조렸으니 꽤 맛있는 무말랭이지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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