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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면서 꼭 해봐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고사리 끊기

드디어 내일 나도 고사리 끊으러 가기로 했다.

제주도 말에

고사리밭은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준다.

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사리밭.
제주도에 살면서 4월과 5월에는 고사리 끊으러 다니느라 바쁘다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고사리를 어디서 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면 고사리를 끊으러 가는 것이 분명한 아주머니들의 차림새가 있다.
바지며 웃도리며 튼튼한 것으로 입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장화를 신고 가는 삼삼오오의 아주머니들.
이들은 분명히 며느리도 모르는 고사리밭에 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로 이사와서 전원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작년에 그 친구가 고사리를 끊어서 삶고 말렸다고 자랑을 했던 게 생각이 나서 며칠 전부터 전화를 해서 같이 가자고 꼬시고 있었다.
그간은 내가 알바를 다니느라 바빴고, 이번주에는 그 친구가 알바를 다니느라 시간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제주도에 봄비 치고는 흠뻑 비가 왔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걸 보니 난 고사리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간 비가 안 와서 고사리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분명 이 비에 지천으로 고사리가 고개를 내밀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가 오늘 아침 알바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자기집 근처 산으로 아주머니 부대(마치 진군하는 부대같았다고 했다.ㅋ)가 모자 쓰고 배낭 메고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 둘다 내일은 시간이 맞아서 드디어 고사리 끊으러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제주도 아주머니들은 새벽에 동 트기 전에 산 근처에 가 있다가 어스름하게 밝아지자마자 고사리를 끊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린 아직은 그 정도로 도사는 아니므로 해 뜨고 만나기로 했다.ㅋ

친구가 알려준대로 고사리 끊으러 갈 채비를 했다.

진짜 맛있는 고사리밭은 거의 가시덤불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편해도 청바지 같이 튼튼한 바지를 입어야 하고, 양말도 두꺼운 양말을 신고, 들에서 한참을 돌아다녀야 하니 챙넓은 모자는 필수라고 한다.
장갑은 친구가 빌려준다고 하던데, 고사리 끊는데 적당한 장갑이 따로 있는 듯하다.
산속에 가면 뱀도 나올 수 있다던데, 세상에서 내가 쥐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이 뱀인데...
뱀은 제발 만나지 않길 바란다.ㅜㅜ

요렇게 생긴 것이 고사리라고 했으니, 내일 어디 한번 제대로 제주도 고사리를 끊어보자.
이러고 준비했는데, 비가 오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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